Co:어촌 프로젝트, 소멸 위기 어촌의 새로운 생존 방정식으로 부상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1-17 16:58:19
[Cook&Chef = 오요리 기자] 고령화, 인구 유출, 기후변화의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어촌이 새로운 생존 모델을 시험한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의 자본과 유통망, 마케팅 역량을 어촌의 생산 자원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해양수산부가 설계하고 유통 대기업 GS리테일이 참여한 ‘Co:어촌’ 프로젝트가 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에 있다. 기업은 안정적인 고품질 수산물 공급망을 확보하고, 어촌은 전국 단위의 판로를 개척해 소득 안정을 꾀한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을 넘어, 기업과 어촌이 각자의 필요를 충족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사례가 1월 16일 경남 창원시에서 공식화됐다. 해양수산부, GS리테일, 경상남도, 한국어촌어항공단, 경상남도청년어업인연합회는 ‘어촌-기업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Co:어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촌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민관이 협력해 제시한 해법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소멸의 그림자, 어촌의 구조적 위기
‘Co:어촌’ 프로젝트의 등장은 한국 어촌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통계청의 ‘2022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어가 인구는 9만 800명으로 2020년 대비 16.7% 급감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4.5%에 달해, 전체 인구 고령화율(17.5%)을 크게 상회한다. 청년층 이탈과 신규 인력 유입 단절이 어촌 공동체의 기반을 위협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역시 어업 현장을 위협하는 직접적 요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5년간(1968~2022년) 한국 연근해 표층 수온은 약 1.36℃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상승 폭(0.52℃)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온 상승은 어종의 북상과 자원량 변동을 야기하며, 양식업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품목인 가리비와 참숭어 양식 또한 이상 수온과 질병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복잡한 유통 구조는 어민 소득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다. 산지 위판장에서 소비지 도매시장, 중도매인을 거쳐 소매점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유통 과정은 높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생산자인 어민이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품목별로 상이하지만, 상당 부분이 유통 마진으로 흡수되는 구조다. 이는 어업 소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생산 의욕을 저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러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생산물을 안정적으로 소비시장과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시장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했다. ‘Co:어촌’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정책적 대안이다.
첫 실험, 경남 청년 어업인과 GS리테일의 만남
이번 협약은 ‘Co:어촌’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프로젝트명은 ‘Corporation(기업)’과 ‘함께’를 뜻하는 접두사 ‘Co’를 어촌과 합성한 것으로, 기업과 어촌의 상생 협력을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이 2025년 10월부터 추진해 온 이 모델의 첫 파트너로 경남 청년 어업인과 GS리테일이 선정됐다.
협약의 구체적 내용은 경남 청년 어업인들이 생산한 가리비 300톤을 GS리테일이 직거래로 매입해 전국 583개 GS더프레시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는 중간 유통 단계를 대폭 축소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생산자는 안정적인 대규모 판로를 확보하고, GS리테일은 고품질 수산물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참숭어는 GS리테일의 온라인 플랫폼 ‘우리동네GS’ 앱을 통해 사전예약 방식으로 공급된다. 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사전예약을 통해 소비자는 자택 인근 GS더프레시 매장에서 신선한 참숭어를 수령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까지 활용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다각화하는 전략이다.
GS리테일은 이번 협력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적용했다. 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경상남도 수산물 특별전’에서는 ‘고성 홍가리비 2kg’을 행사가 9,900원에 판매했으며, GS페이 결제 시 8,900원까지 할인했다. 이는 산지 직송의 이점을 소비자에게 직접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대목이다.
단순 판매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이번 프로젝트는 일회성 판촉 행사를 넘어, 어업인에게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가리비 원물 출하가 집중되는 3월까지는 원물 판매를 통해 어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한다.
핵심은 그 이후다. 4월부터는 가리비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원물 가격 변동에 취약한 어업인들에게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가공을 통해 저장성과 상품성을 높이면 연중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해지고, 이는 곧 어업인의 소득 안정화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GS리테일의 상품 개발 및 마케팅 노하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업인은 생산에 집중하고, 기업은 전문성을 활용해 상품 기획, 가공, 포장, 브랜딩, 마케팅 전반을 지원하는 분업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는 영세한 어가 단위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의 길을 여는 효과가 있다.
곽용구 GS리테일 수퍼BU장은 업무 협약식에서 "생산자는 판로 확대를 통해 소득 안정 기반을 마련하고, GS더프레시는 신선하고 품질 경쟁력 있는 수산물을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넘어, 본원적인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사안임을 시사한다.
정부 역할의 재정의, ‘조력자’로의 전환
‘Co:어촌’ 프로젝트는 정부 역할의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정부 정책이 보조금 지급이나 인프라 건설 등 직접 지원에 집중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부는 생산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협력의 틀을 만드는 ‘플랫폼’ 또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어촌에 대한 정부 주도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어촌이 보유한 잠재력과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어촌-기업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정책의 패러다임이 직접 개입에서 시장 기반의 자생력 강화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경남 사례를 시작으로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상 자원 역시 수산물에 국한하지 않는다. 어촌이 보유한 경관, 공간, 관광 자원, 문화 등 유무형 자원 전반을 민간 기업과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어업 외 소득원을 창출해 어촌 경제의 다각화를 유도하는 장기적 포석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어촌의 자원을 발굴하고 기업의 수요와 연결하는 중간 지원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모델이 정착되면, 더 많은 기업과 어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과제와 전망, 지속 가능성을 향하여
‘Co:어촌’ 프로젝트는 어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지점이다. 단일 유통 채널에 대한 의존은 장기적으로 어업인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다양한 유통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건전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이익 분배의 공정성 확보다.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생산자인 어업인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특히 가공식품 개발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 배분 구조를 명확히 설계해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확장성이다. 이번 사례는 ‘청년 어업인’이라는 비교적 조직화되고 활력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 어촌 현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의 영세 어업인들을 이 모델에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원과 교육, 참여 유도 방안이 병행되어야 프로젝트가 어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럼에도 ‘Co:어촌’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어촌의 위기를 외부의 시혜적 도움으로 해결하는 시대를 지나, 어촌 스스로가 가진 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시장과 직접 소통하며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에서 시작된 이번 시도가 소멸 위기에 직면한 국내 어촌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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