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병아리콩 한 알이 좌우하는 새해의 건강 공식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5 23:28:47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완만한 탄수화물’
장수 식단의 공통분모로 떠오른 다기능 식품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수천 년을 오가며 검증된 식재료 병아리콩이 장수 식단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완만한 탄수화물, 채식 기반에서도 충분한 단백질, 장을 살리는 식이섬유까지. 작은 콩 한 알이 만드는 건강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또 깊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우리 몸은 이를 조절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에너지는 금세 뛰어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며 허기를 부른다. 병아리콩이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이 리듬을 바꾸어놓기 때문이다.

혈당지수(GI) 28이라는 수치는 병아리콩이 ‘천천히’ 소화된다는 뜻이다. 섭취한 에너지가 급류처럼 치솟지 않고, 스며들 듯 흡수된다는 의미다. 실제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 연구에서 병아리콩 가루가 포함된 빵은 일반 빵보다 혈당 반응이 40% 가까이 낮게 나타났다. 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다.

이 완만한 속도는 당뇨 환자에게만 필요한 조절이 아니다. 식사 후 졸림이 심한 사람, 폭식이 잦은 사람, 다이어트 중 간헐적 허기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병아리콩은 안정적인 리듬을 만들어준다. 영양은 그대로인데 속도가 다르다. 이 단순한 차이가 생활의 질을 크게 바꿔놓는다.

장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식물성 단백질의 힘’

세계 곳곳에서 장수를 기록한 지역들인 오키나와, 사르데냐, 이카리아, 니코야 반도에서는 식문화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단 하나, 꾸준히 등장하는 식재료가 바로 콩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장수 연구가 댄 뷰트너는 “콩은 장수 식단의 초석”이라고 말한다.

병아리콩은 그중에서도 특히 영양 밀도가 높다. 단백질·식이섬유·미네랄이 균형 있게 들어 있어 하루 한 컵만으로도 식사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미네소타대 연구에 따르면 콩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은 식사 질 점수가 20% 가까이 상승했고, 이는 곧 질병 위험의 감소로 이어졌다.

병아리콩이 장수와 관련된다는 주장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친 식습관의 관찰에서 비롯한다. 인류가 가장 먼저 재배한 콩류 중 하나로 알려진 이 콩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주식과 보조식량으로 살아남았다. 긴 시간 동안 검증된 식재료라고 해도 무방하다.

장 건강·대사 기능·면역 반응까지 두루 돕는 ‘복합영양 식품’

병아리콩을 구성하는 성분을 살펴보면 그 효능의 넓이를 알 수 있다. 병아리콩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는 단백질은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도 부족함 없는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게끔 한다. 27%의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하고 배변 안정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준다. 다량의 불포화지방산은 혈관‧대사 기능에 부담을 덜 주는 지방이며, 철분·아연·칼슘은 면역·혈액·뼈 건강을 동시에 지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저항성 전분이 풍부해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고,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장암 발병률을 낮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어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능성도 높다.

병아리콩의 맛이 ‘밤과 비슷하다’는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병아리콩은 단단한 전분을 품고 있어 씹을수록 고소함과 단맛이 올라온다. 영양 가치뿐 아니라 풍미까지 갖춘 식물성 식재료라는 점이 꾸준한 인기를 이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결국 ‘활용성’

병아리콩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형태로 조리에 활용된다. 중동에서는 콩을 갈아 올리브유·레몬즙과 섞은 후무스가 식탁의 기본이 되고, 다져 튀긴 팔라펠은 완전한 단백질 음식으로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먹는다.

서양에서는 스프·수프·샐러드의 재료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한국에서도 삶은 병아리콩을 밥 위에 올리거나 요리에 더하는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간식처럼 먹는 방법은 다이어터 사이에서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단단한 생콩은 충분한 불림과 30분 이상 삶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조리 과정은 병아리콩의 풍미를 한층 도드라지게 한다. 식감은 더 부드러워지고, 고소함은 더 또렷해진다.

주의점도 있다. 옥살산을 포함하고 있어 통풍·신장결석이 있는 사람, 혹은 콩 알레르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기 때문에 갑자기 많은 양을 먹으면 복부팽만이나 소화 불편이 생길 수 있다. 무엇이든 ‘조금씩 꾸준히’가 기본이다.

작은 콩 한 줌이 식습관을 바꾼다

병아리콩의 가치는 단순히 영양이 높은 식품이라는 데 있지 않다. 한 알을 먹을 때마다 몸이 반응하는 방식, 식사 후의 안정감, 다음 식사까지 이어지는 포만감 등이 식습관을 자연스럽게 건강한 방향으로 이끈다.

결국 병아리콩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건강한 음식은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일상의 작은 변화가 가장 오래간다는 사실을, 이 작은 콩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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