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달아지고 당뇨는 어려졌다"… 李대통령 '설탕세' 공론화, 쟁점은?

허세인 기자

cnc02@hnf.or.kr | 2026-01-29 23:28:24

국민 80% "설탕세 찬성" vs 업계 "물가 자극하는 준조세"
2030 당뇨 유병률 급증 속 '국민 건강'과 '경제 부담' 사이 줄타기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허세인 기자] "요즘 음식 너무 달다", "달아서는 안 될 음식까지 다니까 화가 난다."

최근 외식업계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확산된 '단맛 피로감'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탕후루와 같은 디저트뿐만 아니라 식사류까지 점령한 단맛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쏘아 올린 '설탕세(Sugar Tax)' 도입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SNS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제안을 넘어 정부와 정치권의 입법 논의가 구체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당뇨, 더 이상 노인 병 아니다"… 설탕세 힘 싣는 건강 지표

설탕세 도입 명분의 핵심은 '국민 건강'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20대(19~29세) 당뇨병 유병률은 2015년 0.6%에서 2024년 1.2%로 두 배나 뛰었고, 30대 역시 같은 기간 3.1%에서 4.5%로 급증했다.

젊은 당뇨의 증가는 배달 음식, 탄산음료 등 고당류 식품 섭취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21년 기준 약 16조 원에 달한다. 설탕세를 통해 당류 소비를 억제하면 이러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확보된 재원을 공공의료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여론은 호의적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 특히 탄산음료(75.1%)뿐만 아니라 과자·빵류(72.5%) 과세에도 높은 찬성률을 보여, 과도한 당 섭취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상당함을 시사했다.

"콜라값 198원 인상?"… 물가 상승과 조세 저항은 숙제

그러나 산업계와 경제적 관점에서의 우려는 만만치 않다. 식품업계는 설탕세가 사실상의 '준조세'이자 '징벌적 과세'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가 인상'이다. 2021년 발의됐던 법안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1.8리터 콜라 한 병(당 100ml당 11g 기준)에 약 198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원가 상승분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가계 부담 증가와 외식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소득 역진성 논란도 쟁점이다. 저렴한 가공식품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에게 세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정 물품에 대한 세금은 대체품 소비로 인한 시장 왜곡을 낳을 수 있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트렌드는 '규제'… 한국형 모델 찾을까

세계적으로 설탕세는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 120여 개국이 이미 시행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2026년부터 계층적 설탕세를 도입한다.

영국의 경우 설탕세 도입 후 청량음료의 평균 설탕 함량이 47% 감소하는 '리폼(Reformulation)' 효과를 거뒀다. 멕시코 역시 과세 후 가당 음료 구매가 7% 이상 감소하며 건강 불평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덴마크는 국경을 넘어선 원정 쇼핑 등의 부작용으로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이는 정교한 제도 설계 없이는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이 아닌 '어떻게'의 문제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토론회를 예고하며 입법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과거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과 달리, 현재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저당·제로 슈거 열풍이 불며 사회적 합의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설탕세 논의는 이제 '도입하느냐 마느냐'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대의와 물가 안정·산업 보호라는 현실 사이에서, 담배세 사례처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ook&Chef / 허세인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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