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족발·감자탕으로 8년 연속 미쉐린… 서촌 노포 ‘할매집’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26 22:00:58

족발은 촉촉하게, 감자탕은 칼칼하게

사진=[미쉐린 가이드]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서울 종로구 사직로, 경복궁역 인근 서촌 골목에 자리한 ‘할매집’은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다. 1975년 문경자 할머니가 내자동에서 시작해 2006년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족발과 감자탕으로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고 있다.

할매집의 단 두 메뉴 족발·감자탕 

메뉴 구성은 단순하다. 족발과 감자탕, 그리고 감자탕의 라면사리 추가 정도다. 할매집에 대한 만족도를 가장 높이는 대표 메뉴는 족발이다. 돼지 다리 부위를 무쇠솥에서 장시간 삶아 잡내를 제거한 뒤, 이곳만의 비법 간장양념으로 한 번 더 조려 껍질은 윤기 있게, 속살은 촉촉하게 만든다. 다른 족발집과 달리 한 김 식힌 족발을 다시 데워 따뜻하게 내는 방식이라 살은 부드럽고 기름기는 적당하며 잡내가 없다. 고기는 야들야들하고 껍질은 과하게 기름지지 않는다. 간간하고 약간 매운 양념이라 공깃밥과도 잘 어울린다. 

감자탕 역시 이제껏 맛봤던 감자탕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감자탕에 깻잎, 우거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가는 것과 달리, 할매집은 콩나물과 부추를 넣어 시원한 맛을 강조한다. 국물 색은 연하지만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내기 때문에 생각보다 칼칼하며 마늘 향도 강하다. 무를 오래 끓여 감칠맛을 더한 국물은 느끼함이 적고 시간이 지나도 맛이 탁해지지 않는다. 등뼈는 큼직하고 살이 쉽게 분리돼 먹기 편하다. 

새콤한 무생채와 잘 어울리며 국물 맛이 진해 고기보다 국물을 먼저 찾는 손님들도 있다. 다만 감자탕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볶음밥은 제공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매운탕과 감자탕의 중간 느낌”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전통 감자탕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미쉐린 가이드는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내 깔끔하고 잡내 없는 맛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투박하지만 꾸준한 맛의 힘 

사진=[할매집] 

가게 외관은 작은 한옥 형태로 소박하지만, 내부는 예상보다 넓다. 전반적으로 노포 특유의 오래된 분위기이지만, “투박한데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란 호평이 많다. 

족발과 감자탕 모두 고기 양이 넉넉해 2~3인이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럿이 방문해 두 메뉴 모두 한번에 즐기기를 추천한다. 할매집은 미쉐린 가이드 외에도 한국인의밥상·맛있는녀석들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투박한 한옥 건물과 오래된 내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두 가지 메뉴로 긴 시간 운영하면서 그야말로 맛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족발은 고기 자체의 풍미가 살아 있고 별다른 양념 없이도 먹기 좋다는 점, 감자탕은 ‘무거운 맛’ 대신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에 집중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미쉐린이 꾸준히 선정해 온 이유 또한 이 집이 가진 일관된 맛 때문이 아닐까. 

할매집의 영업시간은 수~일요일 오전 11시 50분~오후 9시(브레이크타임 오후 2~5시)이며 월요일 휴무, 화요일은 오후 5시부터 영업한다. 웨이팅은 꾸준한 편으로, 특히 주말에는 브레이크타임(14:00~17:00)이 끝나기 전부터 대기 줄이 생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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