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11) 누룽지가 더해진 고추탕수육

김대식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10-01 15:03:18

‘가담’ ... 30년 한 자리를 지킨 화상(華商)의 맛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서울 압구정역 골목 안쪽에 있는 오래된 화상 중식당 ‘가담(柯潭)’. 1998년 문을 열어 30년 남짓 한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최근에는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점심시간 웨이팅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오픈 시간은 11시 20분. 입구에서 인원수와 주문할 메뉴를 살핀 뒤 자리를 안내한다. 한 분이 주문을 맡고, 다른 직원들은 질서 있게 움직인다. 특별히 친절을 과장하지 않는데도 손님과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진다. 5가지의 냉채류를 시작으로 샥스핀류, 고기별 요리, 모둠요리가 이어지고 마지막 식사 메뉴까지 100여 개에 이르는 방대한 구성이다. 이것저것 고르다 보면 어느새 메뉴판 삼매경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생소한 이름의 고추탕수육이다.

탕수육 위에 청고추와 홍고추를 듬뿍 올리고, 대파와 누룽지를 더했다. 일반적인 탕수육처럼 소스를 따로 내는 방식이 아니라 소스와 함께 버무려 나오는 ‘부먹’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한 접시가 생각보다 정교한 맛을 낸다.

첫맛은 새콤달콤하다. 곧이어 고추의 매운맛이 올라온다. 하지만 매운맛만 앞세운 음식은 아니다. 바삭한 고기튀김 사이로 누룽지가 씹히면서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을 더하고, 대파의 향과 달큰한 소스가 매운맛을 받아준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탕수육과는 다른 맛이다. 고기 튀김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로도 가능하고, 고추 닭고기 볶음까지 가능하단다. 재미있는 것은 고기보다 누룽지의 존재감이다. 바삭하게 튀긴 누룽지가 소스를 머금으면서도 씹는 맛을 남긴다. 청고추와 홍고추가 만들어내는 색감까지 더해져 접시 자체의 완성도를 높였다. 고추탕수육이 가담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이유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난자완스도 빼놓을 수 없다. 큼직하게 빚은 완자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풍부한 육향과 촉촉한 식감이 살아 있어 튀김 요리인 탕수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메인은 아니지만 짜장면과 짬뽕도 기본기가 탄탄하다. 

특별한 토핑이나 과장된 연출 없이도 짜장면에서는 묘한 기품이 느껴진다. 짬뽕은 해산물과 채소의 풍성함에 칼칼한 국물이 더해져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계절에 따라 굴과 부추를 올린 백짬뽕 같은 메뉴가 등장하기도 한다.

맛은 오래된 시간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시간을 딛고 새롭게 만들어낸 한 접시에서 나오기도 한다. 30년 세월을 담은 압구정 가담의 고추탕수육이 그렇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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