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계절을 요리하는 엄태준 셰프의 미쉐린 1스타 ‘솔밤’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08 22:17:36

한국 식재료를 통찰하는 컨템포러리 파인다이닝  대게 요리. 사진=[솔밤 SNS]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파인다이닝 중의 파인다이닝’ ‘다음 미쉐린 2스타 후보’라 불리는 레스토랑이 있다. 미국 CIA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었던 임프레션(L’impression)을 거친 엄태준 셰프가 이끄는 솔밤(Solbam)이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솔밤은 한국 컨템포러리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에서 3년 연속 1스타를 유지하며, 국내 미식가뿐 아니라 해외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확고히 다져왔다. 아시아 50 베스트 디스커버리(Asia’s 50 Best Discovery), 라리스트(La Liste), 태틀러 베스트(Tatler Best) 등 유수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그 완성도를 증명했다.

엄태준 셰프. 사진=[솔밤 홈페이지] 

솔밤의 식사는 일반적인 다이닝과는 다르게 시작된다. 은은하게 어두운 드로잉룸에서 웰컴 디시와 음료로 식사의 문을 열고, 이후 오픈 키친이 자리한 밝고 널찍한 다이닝 홀로 이동해 본격적인 코스가 이어진다. 공간의 변화 자체가 하마치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웰컴 카드에는 솔밤 팀 전원의 이름과 이야기가 담긴 QR코드가 인쇄돼 있다. 셰프뿐 아니라 소믈리에, 키친 스태프 모두가 이 식사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안동의 솔밤에서 출발한 미식의 언어, 계절을 통찰하는 요리

솔밤이라는 이름은 엄태준 오너 셰프가 유년 시절을 보낸 경북 안동의 소나무 숲에서 비롯됐다. ‘솔밤교’ 인근 숲길을 걸으며 사색하던 기억은 지금의 레스토랑 공간과 요리 철학의 출발점이 됐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했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의 소음이 자연스럽게 차단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흐른다. 실제로 전시가 이뤄지기도 하는 공간은 미술관 같은 인상을 주며, 과도한 장식 없이 음식에 절제돼 있어 음식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솔밤의 코스는 계절과 절기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단순히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가 지닌 본질을 어떻게 꿰뚫어 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엄태준 셰프는 이를 ‘고찰’이 아닌 ‘통찰’이라 표현한다.

전복 매생이(좌)와 수정과에서 착안한 클렌저(우) 사진=[솔밤 SNS]

겨울 시즌을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는 전복 매생이다. 전복은 7일간 숙성 후 마사지해 결을 부드럽게 만들고, 100도에서 2시간 천천히 쪄 깊은 단맛을 끌어낸다. 안에는 홍새우와 관자로 만든 무스를 채워 만두 형태로 완성했다. 숯에 구운 알배추, 숙주, 톳과 꼬시래기 피클, 등이 더해지며 식감의 대비를 만든다. 겨울 굴과 매생이로 우린 시원한 브로스로 전체를 정리한다.

대게 요리는 두 가지 결로 풀어낸다. 하나는 궁중요리 잣즙무침에서 영감을 받은 차가운 요리로, 대게살과 고운 잣 소스, 컬리플라워 랠리쉬, 사과의 산미가 균형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대게의 몸통살과 내장, 비스크를 더해 끓인 미음으로, 겨울 대게의 깊고 포근한 풍미를 온전히 전달한다.

솔밤의 시그니처 중 하나는 한우 스테이크다. 안심은 6주간 웻 에이징을 거쳐 부드러운 식감을 극대화하고, 꽃갈비는 16시간 양념해 함께 제공된다. 솔잎을 태워 향을 입히고, 솔잎 가닥을 붓처럼 사용해 소스를 바르는 방식은 이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취향에 따라 액젓을 더하면 감칠맛이 한층 높아진다.

디저트는 제주 감귤로 마무리된다. 귤 소르베, 저온에서 응축한 귤 젤, 귤피 파우더에 한라봉 콩피와 황금향, 레몬버베나와 스피아민트의 향이 더해진다.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며 향긋한 여운을 남긴다. 

사진=[솔밤 SNS]

솔밤은 단순히 ‘맛있는 레스토랑’에 머물지 않는다. 젓가락을 직접 고르게 하고, 식사 후 포장해 선물로 건네는 세심한 서비스, 자체 제작한 식기, 그리고 팀 전체를 조명하는 태도까지,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서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다이닝 경험으로 설계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예전보다 디테일의 완성도가 인상적이고 모든 요리가 정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솔밤은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디너 코스만 운영(일요일 정기휴무)하며,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2026년부터는 매월 1일과 16일, 월 2회 예약 오픈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강남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 사색하고 싶은 저녁, 솔밤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경험을 남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