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지방 세분화, 축산물 유통 구조 개편의 서막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1-13 23:30:56

‘비계 삼겹살’ 논란에서 촉발된 정부의 유통구조 개선안, 한우 사육 단축과 계란 표기 개편까지 아우르며 외식 산업과 소비자 식탁에 미칠 전방위적 영향 심층 분석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오요리 기자] 과지방 삼겹살, 이른바 ‘비계 삼겹살’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정책적 해결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삼겹살의 지방 함량에 따라 부위를 세분화해 유통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과도한 지방 부위를 선별하는 차원을 넘어, 돼지고기 유통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삼겹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우 사육 기간 단축, 계란 크기 표기 국제 표준화 등 축산물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담고 있어 그 파급력은 외식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은 수년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반복 제기된 소비자 기만 논란에 정부가 응답한 결과물이다. 특히 최근 한 유튜버를 통해 공개된 ‘비계 삼겹살’ 영상은 공론화를 촉발하며 정책 추진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제 외식업계와 소비자는 새로운 시장 규칙에 적응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삼겹살 세분화, '앞삼겹·돈차돌·뒷삼겹' 시대 개막

정부 개선안의 핵심은 삼겹살 부위별 명칭 세분화다. 현재 ‘삼겹살’이라는 단일 명칭으로 유통되는 돼지 복부 부위(흉추 5번~요추 6번)를 지방 함량과 부위 특성에 따라 세 가지로 명확히 구분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지방 수준의 고기를 명확히 인지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돼지 흉추 5번에서 11번까지에 해당하는 부위는 ‘앞삼겹’으로 명명된다. 이 부위는 지방량이 비교적 적절해 살코기와 지방의 균형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찾는 부위로 평가된다. 농식품부는 ‘앞삼겹’이 세분화된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논란의 중심이었던 과지방 부위는 ‘돈차돌’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는다. 흉추 12번에서 14번 사이, 즉 삼겹살 중간 부위에 해당하는 이곳은 지방 함량이 가장 높다. 전익성 농식품부 축산유통팀장은 브리핑에서 "소고기 차돌박이를 먹으면서 기름이 많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는 없다"며 "'돈차돌'이라는 별도 명칭으로 유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지방 부위를 문제점으로 국한하지 않고, 고유 특성을 지닌 부위로 포지셔닝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는 발상의 전환이다.

마지막으로 요추 1번에서 6번까지 부위는 ‘뒷삼겹’으로 구분된다. 이 부위는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어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 이처럼 세분화된 명칭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삼겹살을 정확히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농식품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거쳐 관련 고시를 개정하고, 이르면 연내 새로운 명칭의 삼겹살을 시중에 유통할 계획이다.

등급 기준 상향과 이력 관리, 품질 신뢰도 확보

단순한 명칭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삼겹살의 품질 기준 자체를 상향 조정한다. 대표적으로 1+ 등급 삼겹살의 지방 비율 범위를 기존 22~42%에서 25~40%로 변경한다. 이는 지방이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양극단의 제품이 1+ 등급을 받는 것을 방지해 등급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생산 단계의 관리 감독도 강화된다. 품종, 사양기술, 육질 등을 차별화한 ‘돼지 생산관리 인증제’를 도입해 농장 단계부터 품질 관리 체계를 보완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고품질 돼지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 농가에는 품질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또한, 돼지고기 거래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현재 부족한 도매시장을 2030년까지 12개소 이상으로 늘리고 경매 물량을 확대해 시장 원리에 따른 가격 결정 구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일부 유통 주체에 의한 가격 왜곡 현상을 방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우·계란·닭고기까지, 축산물 유통 전반 구조 개혁

이번 개선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겹살을 넘어 한우, 계란, 닭고기 등 주요 축산물 유통 구조 전반을 개혁하는 종합 대책이라는 점이다. 이는 개별 품목의 문제를 넘어 한국 축산물 유통 시스템의 고질적인 비효율과 불투명성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우 산업에서는 ‘단기 비육’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평균 32개월인 한우 사육 기간을 2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28개월령 이하 도축 비중을 2024년 8.8%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육 기간 단축은 사료비 등 생산비를 절감해 한우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효과를 가진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사육 개월령을 단축해도 시장성은 충분하다"며 "소비자에게 조금 더 저렴한 한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책 목표를 명확히 했다. 정부는 사육 기간을 단축하는 농가에 우량 정액 우선 공급, 유전체 분석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계란 유통 기준 역시 소비자의 직관적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기존 ‘왕·특·대·중·소’ 표기는 크기 가늠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2XL·XL·L·M·S’로 변경한다. 더불어 농가와 유통상인 간 불투명한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표준거래계약서’ 작성을 제도화하여 거래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한다.

닭고기 시장 역시 변화를 맞는다. 기존 생닭 한 마리 기준의 가격 조사 방식에서 벗어나, 절단육·가슴살 등 소비자가 실제로 많이 구매하는 부분육 중심으로 가격 조사를 개편한다. 이는 실제 소비 패턴을 반영한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왜곡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식업계의 과제, 원가 관리와 메뉴 포트폴리오 재편

이러한 전방위적 변화는 외식업계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특히 삼겹살 전문점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삼겹살 부위 세분화는 원재료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식당들은 ‘앞삼겹’, ‘돈차돌’, ‘뒷삼겹’ 중 원하는 부위만 선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과지방 부위 손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loss)을 줄이고, 고객에게 일관된 품질의 고기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가 구조의 복잡화를 의미한다. 선호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앞삼겹’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돈차돌’이나 ‘뒷삼겹’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다. 외식업 경영자는 각 부위의 가격 변동을 주시하며 새로운 원가 계산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메뉴 재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리미엄 ‘앞삼겹’ 구이 메뉴를 고가에 제공하는 동시에, ‘돈차돌’을 활용한 김치찜이나 찌개, ‘뒷삼겹’을 이용한 제육볶음 등 부위별 특성에 맞는 신규 메뉴를 개발해 가격대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외식업계도 그에 맞춰 정교한 메뉴 엔지니어링과 가격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그러나 가격 변동성은 과제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개편은 명확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더 이상 ‘복불복’으로 삼겹살을 구매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지방 함량의 고기를 직접 고를 수 있게 된다. 한우 역시 저렴해진 단기 비육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선택권 확대가 반드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삼겹’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해당 부위의 가격은 기존 삼겹살보다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의 지불 의향과 취향에 따라 ‘프리미엄 앞삼겹’을 선택할지, 가성비가 높은 ‘돈차돌’이나 ‘뒷삼겹’을 구매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축산물 가격 비교 서비스 ‘여기고기’ 앱 활성화나 온라인 경매 확대는 이러한 가격 변동성 속에서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 보조 장치다. 유통 단계를 축소한 온라인 거래와 가격 비교를 통해 비용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투명해진 정보 속에서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정책 성공의 관건, 현장 안착과 엄격한 관리 감독

정부의 청사진은 명확하지만, 성공적인 정책으로 귀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관건은 새로운 분류 기준과 명칭이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준수되느냐다. 만약 일부 유통업체나 식당에서 ‘돈차돌’을 일반 삼겹살로 판매하는 등 기준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정책 신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현장의 철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위반 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소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인증 마크나 표기법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한우 사육 기간 단축이 ‘한우=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단기 비육 한우와 장기 숙성 한우 시장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안은 한국 외식 산업과 소비자 식문화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축산물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공적인 혁신으로 기록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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