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새로운 전환점에 서다... 달라진 소비자, 변화한 외식 트렌드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 2025-11-06 22:33:48
[Cook&Chef = 김세온 기자] 전 세계 외식 산업이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소비자 가치관의 이동,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급성장이 외식 문화를 다시 쓰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에 따르면, 전 세계 외식업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과 함께 소비자 트렌드와 주목해야 할 주요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지난달 30일, 민텔(Mintel)은 ‘외식 산업 동향: 브랜드 및 운영자 인사이트’란 보고서를 공개하며, 세계 경제성장의 둔화에 따른 경제적 압박, 소비자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사람들이 ‘음식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텔은 지금의 시장이 가성비와 만족감, 편의성과 경험, 가격 민감도와 웰빙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 있다며, 이 균형점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외식 성공을 좌우할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가격을 넘어선 ‘가치’의 시대
소비자는 단순히 “얼마에 먹을 수 있느냐”보다 “그 돈으로 어떤 경험을 얻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식의 양, 서비스 품질, 일관성, 감정적 만족감 등이 모두 ‘가치’의 기준이 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작은 행복’, ‘셀프케어’, ‘소확행’ 같은 메시지가 강하게 공감을 얻고 있는데, 감정적 만족과 공감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여기에 SNS는 외식 선택의 강력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Z세대(16~24세) 중 41%가 SNS에서 본 포스트나 영상 콘텐츠를 보고 식당을 선택한다. ‘사진으로 보여지는 음식’과 ‘공유할 만한 경험’이 곧 마케팅이 되는 시대다.
사진=[배민외식업광장]
혼자 식사하는 문화(혼밥)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는 18%의 소비자가 “예전보다 혼자 외식하는 횟수가 늘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도 외식업 시장에서 혼밥이 일상적인 풍경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이 커뮤니티와 SNS 키워드 분석을 통해 혼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2014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56%였지만, 2025년에는 그 수치가 83%로 늘었다. ‘혼밥’과 함께 언급된 SNS 키워드에도 변화가 일었다. 2014년에는 ‘이상하다’ ‘쓸쓸하다’ ‘쉽지 않다’ ‘엉망’ 등 부정적인 키워드가 많았지만, 2025년에는 ‘좋다’ ‘즐기다’ ‘편하다’ ‘저렴한’ 등 긍정적인 키워드가 주류를 이뤘다.
AI·자동화로 배달·포장이 외식업 주류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며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자 외식을 축소하고 있다. 영국인의 32%는 2025년에 레스토랑과 테이크아웃에 대한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테이크아웃을 선택하고 있다. 배달이나 포장 주문이 보조 채널이 아닌, 편의성, 경제성, 외식의 디지털 전환에 힙입어 외식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테이크아웃은 외식의 대안이 되고 있다. 민텔이 발표한 ‘독일 외식 리뷰 2025’ 보고서에서도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와 편의성을 추구함에 따라 2025년에는 테이크아웃 시장 규모가 58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인의 거의 절반이 한 달에 여러 번 테이크아웃을 주문하는데, 이는 2024년 44%에서 증가한 수치다. 특히 테이크아웃 주문 시 음료는 제외하는 경우가 많아 50% 이상이 외식 대신 저렴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AI와 자동화 기술은 배달 동선을 최적화하고, 주문 정확도를 높이며,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외식업이 매장 주문, 앱 주문, 배달 플랫폼을 각각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민텔은 “앞으로의 관건은 하나의 통합된 옴니채널 주문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경험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식의 진화, ‘미니 식사’가 새로운 식사
맥도날드의 맥스마트 스낵. 사진=[맥도날드 독일 홈페이지]
스낵은 더 이상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스낵은 유연하고, 경제적이며, 일상적인 식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에서는 Z세대의 스낵 소비 비중이 2024년 기준 35%로 상승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대신 작은 만족’을 원하며, 맥도날드의 ‘맥스마트 스낵(McSmart Snacks)’처럼 적은 양의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윤미정 미주지역본부장 또한 10월 29일 코엑스에서 열린 ‘K-푸드 글로벌 수출전략 설명회’에서 "전통적인 삼시세끼 식사 모델이 사라지고 있으며 클린라벨 제품이 확대하는 등 건강 중심의 식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aT가 10월 20일 발표한 '지구촌 리포트' 유럽편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프랑크푸르트지사는 유럽의 식사대용(Meal Replacement, MR)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로 "전통적인 세끼 식사 모델의 붕괴"를 들었다. 재택근무, 1인 가구 증가, 불규칙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간편하지만 영양을 갖춘 한 끼'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유제품생산업체 Arla(알라)와 New Nutrition Business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건강 트렌드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핵심 요소로 꼽혔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서 간편한 음식은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민텔은 AI와 자동화, 디지털 개인화는 이미 외식 운영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자동화를 통해 인력 부족, 비용 상승, 운영 비효율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울러 민텔은 소비자 기대가 진화하는 만큼 경제성과 품질, 정서적 만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조언했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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