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식 탐험, 콜라푸르서 100년의 역사를 담은 맛

심예린 기자

cnc02@hnf.or.kr | 2025-10-16 12:42:37

사진=게티이미지

[Cook&Chef = 심예린 기자] 인도 서부 도시 콜라푸르(Kolhapur)는 아침이면 향긋한 차이(Chai) 향과 함께 깨어난다. 나무 수레들이 제자리를 찾아 골목에 들어서고, 상인들은 밤새 비에 젖은 방수포 걷어 올리며 하루를 준비한다. 

콜라푸르는 오래된 사원과 수공예 가죽 샌들로 유명하지만, 단연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삼 세대를 이어온 가정식 카나발(khanaval) 식당은 현지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소박한 주방에서 튀겨져 나온 베산 바디(besan vadi)는 고소한 풍미와 인심을 전하며, 매일 같은 시간 문을 여는 주인의 꾸준함이 콜라푸르의 시간과 맞닿아있다. 

1922년부터 3대째 이어온 스와미 카나발은 대표적인 채식당이다. 인도인들은 그들의 ‘베산 바디’를 오랜 세월 묵혀온 콜라푸르의 거친 손맛의 결정체라 부른다. 주인 비자이 히레맛은 “점심은 11시 30분부터 3시까지, 저녁은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103년째 똑같은 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콜라푸르의 명물인 미살(Misal)은 매콤한 싹콩 카레로 100년 전통의 바우다(Bawda)와 60년 된 파다레(Phadtare) 식당이 유명하다. 저녁에는 1999년 문을 연 다울랏(Daulat)에서 염소 고기 카레와 훈제 치킨을 즐길 수 있다. “메뉴도 맛도 처음과 같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 주인장의 신뢰를 느낄 수 있다. 

길모퉁이 작은 가게인 라자 바우 벨(Raja Bhau Bhel)는 학생들에게 1루피짜리 작은 접시를 내주며 학업에 지친 학생들의 배고픔을 덜어준다. 이러한 소소한 인정이 콜라푸르의 매력이 아닐까.

랭칼라 호수의 잔잔한 수면에서부터 분주한 식당의 놋그릇 부딪히는 소리까지. 콜라푸르는 일상의 모든 리듬으로 말을 건다. 

그리고 그들의 음식 속의 카레 한 접시에, 장마철 달리 한 상에, 한 세기를 이어온 정성과 온기가 녹아 있다. 한 도시를, 한 세대를, 한 그릇을 맛보는 일! 그것이 바로 콜라푸르가 전하는 진짜 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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