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에 뿌리내린 와인과 치즈, 지역을 키우는 힘

조소현 기자

cnc02@hnf.or.kr | 2026-07-28 15:04:53

영동 와인·임실 치즈 중심으로 국내 산지 성장
생산·관광 결합한 지역 산업

[Cook&Chef = 조소현 기자] 매년 7월 25일은 '와인과 치즈의 날(National Wine and Cheese Day)'이다. 과거 특별한 날에 즐기던 와인과 치즈는 이제 한국인의 일상 식탁으로 스며들었다. 소비 확대와 함께 국내 생산지와 지역 산업도 성장하며 와인과 치즈는 새로운 농촌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특별한 술에서 지역 특산품으로… 성장하는 국내 와인 산업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와인 수입액은 약 5억600만 달러(약 6,800억 원), 수입량은 5,650만kg을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일상화됐고, 20~30대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층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소비 증가와 함께 국내 와인 산업도 성장했다. 연교차가 크고 연강수량이 높아 포도 생산에 불리한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와인 산업은 비교적 강수량이 적고 배수가 좋은 토양을 갖춘 충북 영동군과 경북 영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영동 와인 터널. 사진=영동구

전국 유일의 포도·와인산업특구인 영동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와이너리가 모여 있는 지역으로, 캠벨얼리와 청수 등을 활용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동 와인터널과 와이너리 투어, 대한민국 와인축제 등을 통해 생산과 관광을 연계한 대표적인 6차 산업 모델로도 평가받는다.

국산 화이트 와인의 대표 품종인 청수. 사진=농림진흥청

경북 영천시는 전국 최대 포도 재배지 가운데 하나로 풍부한 원료를 바탕으로 와인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와인학교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생산과 관광을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 또 전북 무주는 산머루를 활용한 머루와인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산머루 특유의 진한 향과 산미를 살린 와인을 생산하는 한편, 머루와인동굴 등 관광시설과 연계해 지역 특산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 와인의 경쟁력은 지역성과 품종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 품종 중심의 해외 와인과 달리 캠벨얼리와 청수, 머스캣베일리에이(MBA), 산머루 등 국내 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활용해 한국적인 풍미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청수는 1993년에 국가 주도로 개발된 청포도 품종으로, 사과, 감귤, 열대과일 향이 풍부해 해산물이나 가벼운 한식과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산뜻한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내한성이 뛰어나 캠벨얼리 재배지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일상 식재료가 된 치즈… 국산 자연치즈도 성장
치즈도 소비문화가 크게 달라졌다. 피자에 들어가는 가공식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브런치와 샐러드, 홈파티, 와인 페어링 등에 활용되며 우리의 식탁에서 치즈의 자리는 점점 커져갔다. 과거엔 모차렐라와 체다치즈를 중심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리코타, 부라타, 브리 등 다양한 치즈가 소비되고 있다. 특히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치즈보다 자연치즈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모차렐라와 리코타, 부라타 등 신선치즈를 중심으로 국산 프리미엄 치즈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1967년 산양유를 이용해 국내 최초로 치즈를 만든 지정환 신부. 사진=임실N치즈

 국내 치즈 산업은 전북 임실을 중심으로 강원 평창과 횡성, 제주 등 낙농 기반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임실은 1967년 벨기에 출신 지정환 디디에 세르스테반스 신부가 산양유로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한 곳으로, 국내 치즈 산업의 발상지다.

이후 낙농업과 치즈 제조 기반을 꾸준히 확충, 현재는 '임실N치즈'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대표 치즈 산지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대표 치즈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치즈 만들기 체험, 임실N치즈축제 등을 통해 생산과 관광을 결합한 대표적인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임실치즈테마파크. 사진=임실N치즈

그 외에 평창은 대관령 낙농지대를 기반으로 한 청정 원유를 활용해 자연치즈를 생산하고 있으며, 목장 체험과 치즈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횡성은 지역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활용한 수제 치즈공방을 중심으로 산업을 키우고 있고, 제주는 청정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리코타와 모차렐라, 카망베르 등 프리미엄 자연치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건강한 젖소가 만들어낸 신선한 원유가 국내 치즈 산업의 힘이다. 사진=임실N치즈

국내 치즈의 가장 큰 특징은 목장형·수제 생산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원유를 활용해 소량 생산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모차렐라와 리코타 등 신선치즈를 중심으로 최근에는 브리와 고다 같은 숙성치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국산 치즈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해외 식문화를 지역의 특색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움직임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식문화가 우리 토양에 지속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소비 유행에 맞춰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단순히 음식을 내세운 축제에 머무르기보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 지속 가능한 식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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