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아직도 팟타이만 떠올린다면? 태국 음식의 매력을 숯으로 완성한 ‘유한’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27 16:53:15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 빕구르망 선정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태국 음식이라 하면 많은 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똠얌꿍이나 팟타이다. 하지만 한남동 골목 깊숙이 자리한 작은 비스트로 유한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고정관념은 금세 깨진다. 이곳은 한국인에게 유명한 태국 음식보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태국 요리를 숯을 중심으로 재해석한 타이 비스트로다. 메뉴는 낯설고 비주얼은 새롭지만, 자꾸만 먹고 싶은 맛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2025 서울 빕구르망에 유한을 선정하며 “작지만 세련된 타이 비스트로”라고 소개했다. 이어 “태국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온 김유한 셰프의 공간으로, 이름은 익숙하지만 처음 접하는 메뉴를 선보인다. 태국식 소시지, 숯에 구운 오징어 등 다양한 계절 메뉴와 태국식 커리 요리까지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한남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유한은 블랙 톤을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콘크리트 벽과 스테인리스 테이블이 힙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 테이블과 몇 개의 소형 테이블로 구성된 공간은 아담해서 오히려 회식이나 모임하기에 적당하다. 

유한은 태국 요리에 뿌리를 두되, 숯이라는 조리 방식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힌다. 태국에서 요리를 공부한 김유한 셰프는 토스트부터 밥까지 불에 굽는 등 현지에서 접한 숯불 문화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 경험은 유한의 모든 메뉴에 녹아 있다. 커리 페이스트부터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내며, 시즌마다 제철 재료로 커리를 변주한다는 점에서도 태국 음식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진다.

믁 양 파이 담과 갱 끼아오 완. 사진=[유한 SNS]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믁 양 파이 담’은 유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태국식 칠리 페이스트로 마리네이드한 오징어를 숯에 구워내고, 오징어 먹물로 만든 소스와 고추기름, 코코넛 밀크로 맛을 잡은 감자볼을 곁들였다. 여기에 타이 바질로 마무리해 향을 더했다. 숯 향과 해산물의 감칠맛, 허브의 산뜻함이 어우러지고 화이트 와인부터 레드, 스파클링까지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커리는 유한의 또 다른 상징적인 메뉴다. 유한은 “태국은 커리에 진심인 나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 지방마다 종류와 뉘앙스가 다양하다”라고 말한다. 여름에는 신선한 고추를 듬뿍 사용한 그린 커리로 완두콩,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는 등 시즌별로 다양한 커리를 보여준다. 

보다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는 ‘랍 꿍 텃 짭’이 있다. 살이 꽉 찬 새우를 바삭하게 튀겨 안남미 칩, 허브와 함께 랍 시즈닝으로 버무린 스낵 메뉴다. 하나씩 집어 먹어도 좋고, 섞어 먹어도 조합이 좋다. 맥주나 산도 있는 스파클링 와인과 특히 잘 어울린다. 

까이양. 사진=[유한 SNS] 

스테디셀러인 ‘까이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태국식 간장과 마늘, 고수 뿌리에 마리네이드한 닭다리살을 숯에 구워 껍질은 바삭하게, 살은 촉촉하게 완성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굽는 데 집중한 메뉴로, 태국식 피클과 고수, 라임을 곁들이면 균형이 완벽해진다.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가리지 않는 올 라운더 메뉴다.

많은 이가 주문하는 메뉴 중 태국식 울면 ‘랏 나’도 있다. 뚝배기에 익히지 않은 에그누들, 태국식 그레이비 소스와 숯에 구운 오징어 미트볼이 담겨 나오는데, 여기에 뜨거운 육수를 붓는다. 즉석에서 면이 익는 비주얼이 인상적인데, 간간하면서 깊고 녹진한 국물맛도 매력적이다. 

그밖에 ‘텃 만 꿍’의 소스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렬하고, 돼지 뽈살과 파인애플을 숯에 구운 무 사테는 땅콩 사테 소스의 깊이가 남다르다. 공심채 볶음 ‘팍 풍 파이뎅’은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기 좋다. 

사진=[유한 SNS] 

내추럴 와인을 중심으로 맥주, 칵테일 등 주류 셀렉션도 탄탄해 저녁 시간이 되면 공간의 매력이 배가된다. 다만 인당 1주류 또는 1음료 주문이 필수인 점 참고하자. 

만약 팟타이를 기대하고 들어왔다면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태국 음식의 가능성을 새롭게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은 특별한 인상을 줄 것이다. 화~금요일은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주말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3시30분부터 5시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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