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사변] 황폐했던 공원에 심은 '환대'의 씨앗, 쉑쉑버거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는가
김성민 편집인
| 2026-01-27 16:54:59
[Cook&Chef = 김성민 편집인] 차가운 빌딩 숲 사이, 뉴욕 맨해튼 23번가와 매디슨 에비뉴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는 1월의 매서운 추위에 썰렁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다른 생명력과 따듯함을 느꼈다.
지난 1월 24일, 본 기자는 2001년 대니 마이어(Danny Meyer, 현재 Union Square Hospitality Group, USHG 회장)가 시작한 '공공을 위한 헌신'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쉑쉑버거 1호점을 찾았다. 쉐이크쉑 1호점의 버거와 쉐이크를 먹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넘어, 뉴욕의 상징적인 커뮤니티 공간의 일부가 된 지 오래였다.
🌭 핫도그 카트가 일궈낸 도심 속 오아시스
기자가 찾은 쉑쉑버거 1호점은 공원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낮은 경사의 모던한 키오스크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2001년, 범죄와 약물이 들끓던 황폐한 공원을 살리기 위해 대니 마이어가 세웠던 작은 핫도그 카트의 정신은 이제 견고한 영구 매장으로 뿌리 내렸고 세계 300개가 넘고 우리나라에만 48개가 영업 중인 고급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당시 그는 거창한 사업 확장을 꿈꾼 것이 아니라, 공원 복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수익을 기부한다는 조건으로 카트를 운영했다.
키오스크 창구에서 쉑버거(ShackBurger)와 바닐라 쉐이크를 직접 주문했다. 갓 조리되어 나온 따뜻한 버거와 차디찬 쉐이크 한 컵을 들고 햇빛이 드는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한 입 베어 문 버거의 온기는 이 공간이 원래 가졌던 황량함을 지워내기에 충분했다.
차가운 바닐라 쉐이크를 곁들이며 기자는 이곳이 단순히 햄버거를 파는 곳이 아니라, 수익을 통해 공원을 가꾸고 인근 유니온 스퀘어의 그린마켓에 농축산물을 파는 농부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사회적 프로젝트’의 산물임을 다시금 되새겼다. 싸늘한 겨울공원과 주위의 회색 빛 빌딩 숲에서도 공원이 품고 있는 한 기업의 선한 의지가 공공의 이익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 패티 한 장에 담긴 지역 상생의 가치: 그린마켓의 숨결
쉑쉑버거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맛'에만 있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바라본 공원의 풍경은 인근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서 열리는 '그린마켓(Greenmarket)'의 활기와 닿아 있었다. 대니 마이어가 이끄는 USHG는 창립 초기부터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기자가 확인한 현지 파머스 마켓의 풍경은 쉑쉑버거가 고집하는 식재료 윤리의 연장선이었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고품질 쇠고기를 고집하는 것은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 축산 농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행위였다. '밀리오렐리 농장(Migliorelli Farm)'과 같은 현지 농가들이 갓 수확한 채소를 내놓고, 시민들이 윤리적으로 생산된 식재료를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뉴욕 외식 문화의 근간이었다. 벤치에서 맛본 패티 한 장에는 이름 모를 농부의 땀방울과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경영자의 철학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정의한 '깨달은 환대(Enlightened Hospitality)'의 실체였다.
⚖️ 삭발하는 한국 농민과 대마를 흡입한 경영자: 쉑쉑의 한국적 모순
그러나 뉴욕의 이 따뜻한 풍경은 한국의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 잔인한 모순으로 바뀐다. 2016년 7월 22일, 한국 1호점이 화려하게 문을 열기 불과 하루 전인 7월 21일, 한국의 축산 농가 1만 2천여 명은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김영란법 시행과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축산업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삭발하며 울부짖었다. 누군가는 미국발 프리미엄 버거의 환상에 열광할 때, 우리 땅의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쉑쉑버거 도입을 주도하며 '3세 경영'의 성과로 치켜세워졌던 SPC 그룹 허희수 전 부사장의 행보는 더욱 참담하다. 그는 2018년 대마 액상 흡입 및 밀수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좋은 일을 위해 앞장선다(Stand For Something Good)"는 브랜드 철학을 수입한 주역이 정작 반사회적 행위로 브랜드의 도덕성을 바닥으로 추락시킨 셈이다. 창업자 대니 마이어가 공원을 살리기 위해 카트를 밀었던 정성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미국 1호점에서 파는 “Korean style’ 버거가 호시나 한국 기업 SPC의 비윤리적 맛이 베어 있는 걸 눈치 채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 반복되는 비극, 길을 잃은 '환대'
여기에 최근 SPC 계열사 생산 현장에서 반복되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는 쉑쉑버거가 표방하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평택과 성남, 시흥 공장에서 이어지는 비극은 기계 가동을 멈추지 않는 효율성 중심의 경영 방식이 낳은 결과였다. 이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쉑쉑버거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1월 24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쉑쉑버거 1호점은 여전히 활기찼다. 하지만 이 활기는 단순히 기업의 이윤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원을 복원하고 지역 농가와 손잡으며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그들의 '초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선 쉑쉑버거가 한국에서도 그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뉴욕의 외형이나 레시피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20여 년 전 핫도그 카트에서 시작된 그 절실한 '인본주의 정신'부터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환대란 상대방의 편에 서는 것"이라는 대니 마이어의 철학이 한국의 생산 현장과 축산 농가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실천되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 선한 영향력의 본질을 다시금 요구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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