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정성껏 고아낸 사골국물과 두툼한 고기, 속까지 따뜻해지는 ‘곰탕랩’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13 11:41:28

미쉐린 가이드가 인정한 임정식 셰프의 곰탕 한 그릇   사진=[곰탕랩 SNS]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몸이 지칠 때면 사골국 한 그릇이 힘을 준다는 말은 오래된 생활의 지혜다. 사골과 뼈, 고기를 오래 끓여 만든 곰탕은 시간과 정성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음식이다. 2024년 초 신사동에서 시작한 ‘곰탕랩’은 이 ‘시간의 맛’을 연구하는 공간으로 인정받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 빕구르망에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10월 25일,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으로 자리를 옮기며 ‘곰탕랩 2.0’ 시대를 알렸다. 한층 깊어진 국물 맛, 폭넓어진 메뉴 구성, 현대적 공간이 더해졌다.

곰탕랩은 이름 그대로 곰탕을 탐구하는 곳이다. 청담동 ‘정식당’과 미국 뉴욕의 ‘정식’으로 미쉐린 별 다섯 개를 받은 임정식 셰프는 평화옥 시절부터 국물 연구를 이어왔다. 그는 곰탕에 대해 “시간과 정성으로 완성되는, 한식의 따뜻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라 말하며, 곰탕랩을 “한국적 국물의 본질을 탐구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다이닝”이라고 말한다. 삼성으로동 이전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곰탕이라는 장르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였다. 백화점 상층부에 자리한 넓고 밝은 공간은 기존의 전통 곰탕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던하고 정제된 인테리어 속에서 진득한 사골 향이 번지니, 고급 한식 다이닝과 캐주얼 국밥집의 경계를 자연스레 허문 셈이다.

하루 단 20그릇, ‘콜라겐 사골 곰탕’

 사진=[곰탕랩 SNS]

곰탕랩을 대표하는 메뉴는 단연 하루 20그릇만 판매하는 ‘콜라겐 사골 곰탕’이다. 한우 투뿔 우족과 사골, 우두, 호주산 꼬리, 미국산 스지를 10시간 이상 고아내 국물 양이 1/5로 줄어들면 묵직한 농도와 깊은 향이 완성된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점성, 고소한 풍미, 목으로 넘어갈 때의 진한 여운까지, ‘걸쭉하다’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고기 구성도 단순하지 않다. 스지, 우족, 꼬리 등 다양한 부위를 담아 식감의 대비를 즐길 수 있고 고기만 건져 먹어도 수육에 버금갈 만큼 푸짐하다. 평일 낮에 방문해도 매진되기 직전인 이유다. 이 메뉴를 맛보려면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편이 안전하다.

더 넓어진 국물의 세계, ‘곰탕랩 2.0’

 사진=[곰탕랩 SNS]

삼성동 이전 후 메뉴는 더 폭넓어졌다. 맑고 담백한 고기곰탕, 적당히 얼큰한 양곰탕, 감칠맛이 도드라지는 조개곰탕, 그리고 새롭게 선보인 고소한 들기름 비빔면과 소고기 라면까지 다양한 한식 국물 요리를 제안한다.

소고기 라면은 임정식 셰프의 어린 시절 기억 속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사골 육수와 맑은 곰탕 육수를 섞고 고춧기름 다대기와 대창 향을 더해 진한 풍미를 만들었다. 소머리·양지·사태·갈빗살·스지·내장 등 여러 부위의 고기가 푸짐하게 올라가 ‘라면 한 그릇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들기름 비빔면은 매주 새로 짜는 신선한 들기름, 태안 곱창김, 마지막에 붓는 냉면 육수까지 단계별로 먹는 재미가 있다. 시작은 고소하지만 마지막은 시원하게 정리되는 ‘반전의 비빔면’이다. 

이곳에서는 메인 메뉴와 함께 반상(飯床)도 선택할 수 있다. 김치전, 두부 명란, 계란찜, 만두, 계절 나물, 조개젓, 카스테라 크림까지 한 상 가득 제공돼 혼자 방문해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곰탕랩은 국물 요리에 맞춰 밥과 김치도 공들인다. “국과 밥, 김치만으로 온전히 맛을 느끼는 요리이기 때문에 국에 말아 먹을 수 있는 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곰탕랩의 설명이다. 신동진쌀로 지은 밥은 알이 굵고 탱글해 국물에 말아도 식감이 무너지지 않는다. 매일 담그는 겉절이 김치와 숙성 깍두기는 신맛이 적절해 곰탕 국물과 잘 어울린다.

현대적 공간에서 즐기는 위로의 국물

 사진=[곰탕랩 SNS]

곰탕랩의 공간은 전통 곰탕집의 분위기와 다르다.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조명 아래 진한 곰탕을 맛보고 있으면 마치 파인 다이닝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직장인 점심은 물론 저녁 모임까지 무리 없는 구성이다. 방문객들은 “곰탕인지 수육인지 헷갈릴 만큼 고기가 실하다”, “김치전과 곰탕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최상의 맛”이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남는다. 임정식 셰프는 “하동관, 마포옥 같은 전통 곰탕집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파인 다이닝 셰프로서 소고기 부위를 다루는 방식에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그의 철학이 담긴 곰탕랩은 한 그릇의 국물에 시간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3~5시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백화점 휴점일에 휴무하며 예약은 받지 않는다. 따뜻하고 든든한 한 그릇이 필요하다면 곰탕랩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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