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찬바람이 불면 가을 전어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9-09 15:00:36
회·구이로 즐기는 맛…뼈 째 먹을 땐 어린이·노약자 주의
[Cook&Chef = 송자은 기자] 이러다 언제 시원해지나 하던 더위도 발을 빼는 모양새다. 뙤약볕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산시장에는 은빛 전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울 때 퍼지는 고소한 냄새 때문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이 생겼을 만큼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는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해양수산부도 전어를 향어와 함께 올해 9월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했다.
전어가 가을 식탁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제철이라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봄에 산란을 마친 전어는 여름 동안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며 몸속에 지방을 축적한다.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가을 전어의 지방량은 봄철보다 약 3배 많아진다. 살 사이에 오른 지방은 씹을수록 퍼지는 고소한 맛을 만들고, 구웠을 때 특유의 진한 향을 낸다.
산란을 마친 전어, 가을이면 맛이 달라진다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연근해 어류다. 일반적으로 봄부터 초여름 사이 산란을 마친 뒤 여름 동안 몸을 회복하며 살을 찌운다. 이때 축적한 지방이 가을 전어의 맛을 좌우한다. 같은 전어라도 잡히는 계절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지는 이유다.
다만 가을 전어의 지방량이 봄보다 많다는 사실을 ‘모든 영양소가 3배 증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계절에 따라 두드러지게 달라지는 것은 지방 함량이며, 실제 영양성분은 전어의 크기와 어획 시기, 먹는 부위, 조리법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전어의 지방에는 EPA와 DHA를 비롯한 오메가-3 계열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EPA는 혈중 중성지방을 관리하고 원활한 혈액 흐름을 유지하는 식생활에서 주목받는 성분이다. DHA는 뇌와 망막을 구성하는 지방산 가운데 하나로 두뇌 기능과 눈 건강 유지에 관여한다. 전어 한 가지를 먹는다고 특정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육류 위주 식단에 생선을 적절히 더하면 지방 섭취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돈이 아깝지 않았던 생선, 작아도 영양은 알차다
전어는 이름에도 맛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 서유구가 남긴 『난호어목지』와 『임원경제지』에는 전어의 맛이 좋아 사람들이 값을 따지지 않고 사 먹었다는 내용과 함께 돈 전(錢) 자를 쓴 이름의 유래가 전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전어는 기름기가 많고 맛이 진한 생선으로 묘사돼 있다. 오늘날의 ‘가을 전어’ 열풍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식문화 속에서 이어져 온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가을 전어의 몸 값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어획량이 줄면서 지난해 7000원하던 활전어 1㎏ 시세도 올해 5만2000원으로 올랐다. 그럼에도 가을이 되면 전어를 찾는 것은 우리의 정서에 아로새겨진 무언가 때문일 것이다.
가을 전어는 지방뿐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생선이다.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가 소개한 생전어 100g 기준 자료에는 단백질이 19.2g 들어 있다. 필수아미노산도 함유하고 있어 여름철 더위로 떨어진 입맛을 되찾고 균형 있는 한 끼를 구성하는 데 유용하다.
전어의 또 다른 장점은 뼈째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같은 자료에서 생전어 100g당 칼슘은 141mg, 인은 311mg으로 제시된다. 칼슘과 인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무기질이다. 전어뼈째회나 통구이처럼 뼈를 함께 먹는 조리법을 선택하면 살만 발라 먹을 때보다 칼슘을 섭취하기 쉽다.
여기에 비타민 B군과 나이아신 등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영양소도 들어 있다. 전어가 가을철 원기 회복을 돕는 식재료로 언급되는 배경이다. 다만 제철 생선도 많이 먹는다고 건강 효과가 비례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름진 생선을 한꺼번에 과식하면 소화가 더디거나 속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채소와 곁들여 적당량을 먹는 것이 좋다.
회는 오독하고 구이는 고소하게…먹는 사람에 따라 손질 달리해야
전어는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낸다. 신선한 전어를 뼈째 얇게 썬 회는 살의 탄력과 잔뼈의 오독한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깻잎과 오이, 양파 같은 채소를 곁들인 회무침은 산뜻한 향과 산미가 전어의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 다만 초고추장이나 양념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당과 나트륨 섭취가 늘 수 있으므로 양념은 가볍게 사용하는 편이 좋다.
소금구이는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굽는 동안 살 사이의 지방이 녹으면서 향이 짙어지고, 껍질은 바삭하며 속살은 부드러워진다. 영양 섭취를 위해 반드시 회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열 과정에서 일부 지방이 빠질 수 있지만 단백질과 무기질은 남으며, 충분히 익히면 생식에 따른 위생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소금은 적게 뿌리고 너무 검게 타지 않도록 굽는 것이 좋다.
뼈째 먹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잔뼈를 충분히 씹기 어려운 어린이나 치아가 약한 노인, 삼킴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뼈째회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때는 굵은 뼈와 잔가시를 세심하게 제거한 뒤 살만 발라 주거나, 푹 익혀 부드럽게 조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어린이에게 줄 때는 한 점씩 손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령자와 임신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등 식중독에 취약한 경우에도 회보다는 충분히 익힌 전어를 선택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신선한 전어는 비늘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고 표면에 윤기가 돈다. 배 부분은 맑은 은백색, 등은 선명한 청록색이나 초록빛을 띠는 것이 좋다. 비늘이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거나 배가 터지고 살이 물러진 것은 피한다. 회로 먹을 전어는 외형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냉장 유통 상태와 판매처의 위생 관리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비린내를 줄이려면 향이 강한 재료로 덮기보다 원인이 되는 부분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회나 무침용은 비늘과 머리,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하고 배 속의 핏물까지 씻어낸 뒤 물기를 꼼꼼하게 닦는다. 구이용도 아가미와 내장 상태를 확인하고 칼집을 낸 뒤 소금을 가볍게 뿌리면 수분이 빠지면서 비린 향을 줄일 수 있다. 손질한 생선을 물에 오래 담가두면 살이 물러지고 맛이 빠질 수 있으므로 짧게 씻은 뒤 바로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전어의 가치를 결정해 온 것은 화려한 조리법이 아니라 제철과 자연이 만든 고소함이었다. 여름 동안 살과 지방을 채운 전어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칼슘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가을 식재료다. 회로 먹을 때는 신선도와 잔뼈를 살피고, 구울 때는 간을 줄여 담백하게 조리하면 맛과 건강을 균형 있게 챙길 수 있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