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반려동물 용품으로 위장된 1,150톤… 불법 농산물이 드러낸 검역 사각지대

조서율 기자

cnc02@hnf.or.kr | 2026-01-12 20:58:36

검역 없는 농산물 유입, 국내 농업 생태계와 식량안보에 위협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로 들여온 일당이 적발되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Cook&Chef = 조서율 기자] 검역을 거치지 않은 중국산 농산물 1,150톤이 국내로 불법 반입된 사실이 적발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23년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약 13개월간 인천항을 통해 수입이 금지되거나 검역 대상인 중국산 농산물을 대량으로 들여온 일당 12명을 적발했으며, 이는 검역본부 적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반려동물 용품으로 위장하는 '커튼치기' 수법으로 국내 유입된 불법 중국산 농산물.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적발된 불법 수입 물량은 건대추·건고추·생땅콩 등 건조 농산물과 함께 중국산 생과실, 사과묘목 등 수입금지식물을 포함해 총 1,150톤, 범칙시가로는 약 158억 원에 달한다. 검역본부는 이 가운데 중간 수입책 3명과 실제 수입자 9명 등 12명 중 9명을 2026년 1월 인천지방검찰청에 우선 송치할 계획이다. 수사 결과, 이들은 중국 측 수출자와 공모해 농산물을 반려동물 용품으로 위장하는 이른바 ‘커튼치기’ 수법으로 컨테이너를 들여오며 세관에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검역을 거치지 않은 외래 농산물이 단순한 불법 유통을 넘어 국내 농업 전반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사과묘목과 생과실은 국내 사과·배 과수원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과수화상병의 기주식물로, 국내 유입이 엄격히 금지된 검역대상 물품이다. 과수화상병은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해 나무를 뿌리째 제거해야 하는 만큼, 불법 묘목 유입은 개별 농가 피해를 넘어 지역 농업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

건고추·건대추 등 건조 농산물 역시 위험성은 작지 않다. 외관상 안전해 보이더라도 병원균이나 해충이 잔존할 가능성이 높고, 유통·저장 과정에서 국내 환경에 적응해 확산될 경우 방제가 어려워진다. 이는 방제 비용 증가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뿐 아니라, 검역 신뢰도 하락으로 국내 농산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역 사각지대에서 유입된 외래 병해충은 결국 국내 농업 경쟁력과 식량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불법 유입된 중국산 농산물들은 전량 폐기된다. 이 중 일부인 건조 농산물을 퇴비화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한편, 검역본부는 김포시 창고에서 압수한 건조 농산물 33톤을 기존 소각 방식 대신 퇴비화하는 친환경 폐기 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환경 부담과 소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된 퇴비 300톤(약 1억7천만 원 상당)을 인근 농가에 무상 공급해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 불법 수입물의 처리 과정에서도 자원 순환과 현장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 사례로 평가된다.

검역본부는 조직적인 불법 수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전담 광역수사팀을 신설해 집중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검역을 받지 않은 농산물과 묘목, 생과실류의 무분별한 반입은 외래 병해충 유입과 농림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수사 전담 조직과 인력 확충을 통해 조직적인 법 위반 행위에 엄중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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