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CIOUS: 상수역 숨은 맛집 '염소자리'

김형종

cooknchef@daum.net | 2018-02-07 14:23:01

오늘은 염소자리 가즈아~ 

 

음식은 기억이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백여 미터 정도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오래된 골목이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골목은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있던 작은 동네였다. 하지만 어느 사인가 그곳은 아기자기한 카페와 작은 식당, 그리고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파는 점포들이 들어서며 골목은 예전과 달리 이국적인 분위기로 변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상수역 골목에 자리한 염소자리

바로 그곳에 작년 가을 ‘염소자리’라 이름 붙은 작지만 독특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았다. 염소자리가 특별한 이유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낭만을 차용했다는 데 있다.

이세국 오너셰프는 “오래 전부터 손님들과 소통하는 레스토랑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서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면서 음식을 매개체로 손님과 주인이 아닌 격의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에 매료되어 그런 공간을 꿈꾸었다”고 염소자리를 오픈한 배경을 설명한다.


이 셰프는 이탈리아 코스타 선사의 크루즈에서 셰프로 근무한 3년 동안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구상해오다 귀국 후 지난해 10월 친누나인 이은미 매니저와 함께 염소자리를 열었다. 염소자리라는 상호명은 이은미 매니저의 생일 별자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 이세국 셰프 친누나 이은미 매니저가 염소자리를 함께 운영한다

드라마 심야식당의 특징이라면 손님이 재료를 들고 와 어떤 메뉴를 부탁하고, 주인은 요구대로 음식을 만들어 내주는 것에 있다. 평소 먹고 싶던 요리나 누군가와의 추억이 깃든 음식도 심야식당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 이 셰프가 심야식당에 매료된 것 역시 맛은 기억이라는 말처럼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기억을 떠올리고, 마음에 위로를 더하는 것인 탓이다.

 
드라마를 떠올리면 심야식당의 방식이 정서적으로는 이해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비현실적이어서 설마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급작스런 요구가 한두 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런데 반복적인 상황이라면 번거롭고 변수가 많아 현실적으로 힘든 방식이다. 그럼에도 염소자리에서라면 그것이 가능하다. 여간한 실력이나 정성이 없다면 시도할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이세국 셰프는 처음부터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실제로 염소자리를 오픈하고 우연히 들른 이들 중에는 이곳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단골이 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느 날인가 한 손님이 마감시간이 다 되어 와서 계란말이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술안주를 원하시냐고 물었더니 술안주 말고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반찬으로 먹던 계란말이를 먹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결국 그 손님이 단골이 되어 지금도 집에서 먹던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자주 드시곤 합니다.”


이 셰프에 의하면 햄을 갖고 와서 구워달라는 이들부터 페이스트를 준비해올 테니 다음에는 똠냥꿍을 해달라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염소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손님들은 이곳만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며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애초에 없던 메뉴가 정식 메뉴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이 셰프의 설명이다.


이처럼 염소자리에서는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손님이 가져온 재료로 가능한 원하는 음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음식이어도 이 셰프는 외면하지 않고 정성을 다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단골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연이 닿은 손님과는 격을 두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인간적인 소통도 꾀한다.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삭막한 일상이 어느덧 따뜻하게 느껴지고, 염소자리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하나의 사랑방이 되어 간다.


그 때문인지 단골손님 중에는 염소자리가 유명해지는 걸 꺼리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나만 아는 그 골목 맛집’으로 숨겨 놓고 싶은 마음 탓이다. 이런 염소자리라면 지나는 길에 들르는 것만이 아니라 일부러 라면이라도 들고 찾아가 주인장과 함께 끓여먹으며 직장 상사의 흉을 보아도 즐거울 것만 같다.

 

사연을 품은 메뉴


이 집의 대표메뉴는 스테이크. 일반적인 스테이크를 떠올리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푸짐하다. 부채살을 그릴에 구워내고, 버섯, 토마토 등 채소와 튀김을 올려 뷔페 스타일로 플레이팅되어 있어 여럿이 함께 먹기에 좋다.

 

▲ 부채살 스테이크

스페인 애피타이저로 유명한 ‘감바스’는 이곳의 콘셉트를 아는 손님에 의해 탄생한 메뉴다. 생일파티를 즐기던 한 무리 손님들이 자리를 옮기기 전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이 셰프는 빵과 함께 올리브오일, 갈릭오일, 그리고 새우와 홍합 등 해물로 감바스를 만들어냈다. 적당히 간이 밴 오일과 어우러진 해물 맛이 일품이다.

▲ 손님의 요구로 메뉴가 된 감바스


나가사키 해물짬뽕은 이 셰프 손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음식이다. 일반적인 해물짬뽕과는 달리 크림으로 매운 맛을 중화시켜서 크림파스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짬뽕이다. 느끼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얼큰함이 묘한 조화를 이뤄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한다.

▲ 나가사키 해물짬뽕

이 외에도 이세국 셰프가 특별히 구성한 코스 메뉴가 있는데,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크루즈 한식 총괄셰프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단품메뉴로 다양한 철판볶음밥과 파스타, 탕요리, 각종 볶음요리 등이 있어 염소자리만의 특별한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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