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한옥서 즐기는 스시 한 점’ 미쉐린 1스타 스시 오마카세 ‘소수헌’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9 23:49:12

코지마를 거쳐 소수헌에서 자신만의 스시 선보이는 박경재 셰프 
전통 한옥에 자리한 미쉐린 1스타 
사진=[미쉐린 가이드]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서울 중구 만리동의 조용한 골목을 따라가면,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단정한 한옥이 시선을 끈다. 민속문화재 제32호 ‘정영국 가옥’, 1936년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을 개조한 이곳이 바로 미쉐린 가이드 2025에서 1스타를 받은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 소수헌이다. 문을 열면 히노끼 다이와 단정한 구성의 식기, 절제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박경재 셰프는 이곳에서 하루 두 타임, 8석의 손님과 직접 마주한다.

도심 속 한옥 다이닝, 그리고 박경재 셰프

미쉐린 가이드는 소수헌을 “도심에서 가장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평했다. 실제로 소수헌은 단 8석을 둔 카운터 다이닝만 운영한다. 스시의 세계를 손끝에서 직접 전달하려면, 식재료와 손님 사이에 어떤 간섭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셰프의 철학 때문이다.

박경재 셰프는 신라호텔 아리아께와 스시 코지마를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코지마 시절 업계 최초로 미쉐린 2스타를 유지했고, 2023년에는 미쉐린 서울 멘토 셰프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명확하다.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 계절 어종의 상태, 숙성 기간, 절임 정도, 샤리의 염도와 질감까지 매일 점검한다. 

 미쉐린 서울 멘토 셰프 어워드를 수상한 박경재 셰프(왼쪽). 사진=[미쉐린 가이드]

소수헌의 스시는 화려하거나 강렬하기보다는,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다. 고슬고슬 지은 밥에 간을 한 부분을 뜻하는 샤리는 과하지 않은 염도와 부드러운 풀림이 특징이며, 샤리 위에 올리는 초밥 재료인 네타는 가장 좋은 상태에 맞춰 손질해 올린다. 

미쉐린이 언급한 것처럼 소수헌의 식사는 전채로부터 서서히 무게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대게, 벚꽃도미 찜, 갈치구이 등 계절에 맞춘 작은 코스가 먼저 나오며 감각을 깨우고, 이후 본격적인 니기리가 이어진다.

전어, 한치, 전복, 전갱이, 방어, 여러 부위의 참치 등 구성이 흔히 말하는 ‘하이엔드’ 라인업이다. 후기를 보면 “샤리와 네타가 섞여가며 고소함이 차오른다”, “짠맛·단맛이 강하지 않아 재료의 맛이 오롯이 드러난다”, “네타의 풍미가 국내 최고 수준” 같은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참치는 산미와 감칠맛의 균형이 좋고 완성도가 높다.

사진=[미쉐린 가이드]

식사뿐만 아니라 셰프의 작업을 모두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박경재 셰프의 동작은 일관되게 절제되고 단정하다. 과장되지 않은 단정한 동작,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손끝에서 스시의 완성도가 드러난다.

소수헌의 한옥 공간은 단순한 분위기 요소 이상의 역할을 넘어 식사에 필요한 집중도를 높인다. 내부는 여백을 살린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한옥의 수려함이 오마카세와 잘 맞아떨어지며, 한옥과 스시의 조합이 잘 맞는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곳에서 차분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다. 

미쉐린은 소수헌을 가리켜 “진한 말차로 마무리되는 깊이 있는 저녁”이라 평했다. 화려한 기교나 단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먹고 난 뒤 여운을 오래 남긴다. 

소수헌은 화~금요일 오후 12시부터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2시~2시(런치만 운영) 영업하며 일·월요일은 정기휴무다. 브레이크타임은 오후 2시~6시 30분이다. 예약제로 운영하며 런치 30만원, 디너 50만원이다. 

전통 한옥의 고즈넉함을 간직한 공간에서 즐기는 스시 오마카세.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식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저녁을 완성한다. 

한국 오마카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곳으로 예약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경험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많은 스시 애호가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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