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배추, 겨울 밥상 위의 가장 과학적인 채소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20 19:28:52

면역·항염·해독작용 효능까지…김장의 재료를 넘어선 건강 구축 식재료
배추 속 ‘숨은 분자들’, 현대 영양학이 다시 조명하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김장철이 지나고 배추가 식탁에 자연스럽게 자리할 때쯤, 많은 사람들은 배추를 ‘김치의 재료’ 혹은 ‘겨울 채소’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영양학·식품과학계에서는 배추를 훨씬 더 크게 바라본다. 전체 수분이 95%가 넘는 가벼운 채소가 어떻게 면역력 증진, 항염·항산화 작용, 장 건강 개선, 해독 기능 강화 등 복합적 건강 효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이어지면서 배추는 오히려 ‘매일 먹는 가장 실용적인 건강식’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겨울 배추가 특별히 더 달아지는 이유도 과학적이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배추는 스스로 당분을 축적하고 세포막을 보호하는 식물성 방어물질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비타민 C·칼슘·식이섬유는 물론, 글루코시놀레이트·카로티노이드·루테인 등 인체에 유익한 생리활성 물질이 증가하게 된다. 영양학자들은 “겨울 배추는 단순히 맛있는 수준을 넘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 성분 밀도가 크게 높아지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배추의 건강 성분, 왜 ‘매일 먹을수록 좋은 채소’라고 할까

배추는 비타민 C가 특히 풍부해 면역력의 기초 체계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배추의 비타민 C가 열에 비교적 강하다는 점이다. 국으로 끓이거나 나물로 무쳐도 영양소 파괴가 크지 않아 조리 방식에 상관없이 겨울철 면역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해독 아미노산으로 알려진 시스틴이 배추에 자연적으로 함유돼 있어 점막을 보호하고 체내 독소 배출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 역시 배추의 중요한 장점이다. 배추 속 섬유질은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할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풍부한 수분과 함께 장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전문가들은 “배추는 장 기능 저하가 흔한 겨울에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칼로리이면서도 포만감이 높아 체중 조절에도 유리하고, 혈당 반응을 천천히 올리는 저GI 식품이라는 점도 배추의 강점이다.

또한 배추는 칼슘 공급원으로도 우수하다. 칼슘은 뼈 건강뿐 아니라 식사 중 산성 식품을 중화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고기나 짠 음식과 함께 배추를 곁들이면 영양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루테인·지아잔틴 같은 항산화 카로티노이드가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배추는 ‘가격 대비 효능’이 가장 뛰어난 채소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발표된 농촌진흥청 연구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내 보존 중인 배추 유전자원을 분석한 결과 일부 자원은 글루코시놀레이트 함량이 시판 품종 대비 4~7배 높았고, 이 성분들이 암세포 성장 억제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배추가 항암·항염 효과를 낼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배추, 더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

배추는 조리법에 따라 영양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데쳐서 무치는 배추나물은 배추의 자연 단맛과 식이섬유를 온전히 유지하면서도 소화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배추를 데칠 때는 30초~1분 정도만 살짝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오래 데치면 영양소 손실이 커지고 식감도 떨어진다. 데친 즉시 찬물에 헹구면 아삭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물기를 짤 때는 세게 누르기보다 손으로 부드럽게 눌러 수분만 가볍게 빼는 것이 좋다.

간을 할 때도 배추 자체의 단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소금이나 간장은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들기름을 더해 고소함을 올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필요하다면 액젓이나 참치액을 아주 소량 더하면 깊은 감칠맛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추는 지나친 간을 하면 장점이 모두 사라지는 채소”라며 “싱겁게 무칠수록 영양과 맛이 살아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배추에서 종종 까만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깨씨무늬’라 불린다. 검은 점이 있는 배추는 곰팡이균이 만든 배추무늬병 증상으로 보이지만 인체에는 해가 없으며, 병든 부위만 잘 도려내고 조리하면 섭취에는 문제가 없다. 농약이나 중금속과는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외관상 문제가 있을 뿐 안전성에는 우려가 없다.

배추를 다르게 바라보면 식탁이 달라진다

배추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흔한 채소이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가장 복합적인 건강 작용을 가진 채소이기도 하다. 김치의 재료로, 국거리로, 나물로 그저 ‘늘 먹던 음식’처럼 지나치기 쉽지만, 면역·장 건강·항염·해독·노화 관리까지 폭넓게 기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더 의식적으로 배추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조리법이나 고급 식재료가 아닐 때가 많다. 이미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배추만으로도 겨울철 건강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추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챙겨 먹을 필요조차 없는 식재료”라며 “한국인의 식습관 속에 이미 완벽하게 자리한 자연의 보약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만으로도 건강 관리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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