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초겨울에 꼭 먹어야 할 잎채소, 아욱 하나로 충분!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18 17:01:22

‘채소의 왕’ 아욱, 제대로 먹어야 효과도 배가 된다
제대로 끓이면 장·혈관·성장까지 챙기는 한국 토종 채소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가을과 겨울의 채소 이야기를 할 때 아욱을 빼놓기 어렵다. “가을 아욱은 싸리문 잠궈 놓고 먹는다”는 옛말처럼, 가을에 수확한 아욱은 향이 진하고 잎이 부드러워 국, 무침, 죽 어느 쪽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단순히 ‘몸에 좋은 채소’ 정도로 여겨 대충 끓여 먹기엔 아욱이 품은 영양과 효능이 너무 크다. 특히 씻자마자 펄펄 끓는 물에 그대로 넣어 버리는 조리법은 아욱의 장점을 가장 먼저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시금치보다 단백질·칼슘이 많은 알칼리성 채소

아욱은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비타민 A·C·K와 칼슘, 인, 칼륨, 철분, 마그네슘이 골고루 들어 있고, 단백질 함량도 채소치고는 높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비교 기준이 되는 시금치와 견줘도 단백질은 약 2배, 지방은 3배, 칼슘은 2배가량 많다고 알려져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골격 형성과 신경 안정에 중요한 칼슘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있고, 피로에 예민한 어른들에게도 미네랄 보충원으로 유용하다.

칼로리는 100g 기준 20kcal 안팎으로 매우 낮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고, 장운동을 부드럽게 도와준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아욱이 “막힌 것을 풀어주는 채소”로 기록되어 왔고, 변비·이뇨·부종 개선에 자주 활용해 왔다.

눈과 피부를 지키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 콜라겐 합성과 면역에 중요한 비타민 C, 뼈 건강과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 K도 풍부하다. 여기에 플라보노이드 계열 항산화 성분이 더해져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이고 심혈관 질환, 노화 예방에도 기여한다.

아욱의 씨앗인 ‘동규자(冬葵子)’는 한방에서 따로 약재로 쓴다. 약간 볶아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이뇨와 신장 결석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씨앗은 ‘차가운 성질’이 더 강해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나 임신부에게는 전문가 상담 없이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장·혈관·성장을 한 번에…아욱이 몸에서 하는 일들

아욱의 가장 눈에 띄는 효능은 장 건강이다. 부드러운 잎과 줄기에 포함된 풍부한 식이섬유가 장 연동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완화하고,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독성 물질 배출을 돕는다. 비만과 변비를 함께 겪는 사람들에게 아욱국이 ‘부담 없는 해장 겸 다이어트 메뉴’로 통하는 이유다.

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우면서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 보탬이 되고, 항산화 성분이 혈관 벽 염증을 줄여 동맥경화 예방에 기여한다. 지방과 당이 적은 데 비해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겨울철 기름진 음식이 늘어나는 시기에 곁들여 먹기 좋은 채소이기도 하다.

시력과 눈 건강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가 망막 세포 재생을 돕고, 눈의 건조감과 피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랜 시간 모니터를 보는 직장인이나 수험생에게 아욱국이 ‘부드럽게 내려가는 야식’이자 ‘눈을 쉬게 하는 국’으로 추천되는 이유다.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단백질·칼슘·무기질 공급원이자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점이 동시에 의미가 크다. 칼슘 부족은 단순히 키 문제를 넘어 골밀도 저하, 신경 예민,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데, 시금치보다 칼슘이 더 풍부한 아욱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통적으로 산모 음식으로도 많이 쓰여 왔다. 미역이 귀할 때는 아욱국을 미역국 대신 끓여 먹었고, 칼륨과 미네랄의 이뇨 작용 덕분에 출산 후 부종을 가라앉히고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데 쓰였다. 폐의 열을 내리고 기침을 진정시키는 용도로 활용한 기록도 남아 있다.

아욱의 영양을 제대로 흡수하는 방법

아욱은 잎과 줄기가 매우 연한 채소다. 이 말은 곧 ‘조금만 과하게 가열해도 조직과 영양이 쉽게 무너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타민 C와 일부 소화효소, 항산화 물질은 물과 열에 약한 수용성 성분이라 끓는 물에 오래 노출되면 손실이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아욱을 씻자마자 펄펄 끓는 물에 통째로 넣어 오래 삶는 방식은 영양·식감·색감 모두에서 손해가 많다. 잎은 쉽게 흐물흐물해지고 국물은 과하게 점성을 띠며, 연한 초록빛 대신 탁하고 어두운 색으로 변하기 쉽다. “먹긴 먹었는데, 먹으나 마나 한 느낌”이 들기 쉬운 이유다.

아욱의 식감과 효능을 살리는 조리 순서는 조금 다르다. 우선 흙을 털어내듯 여러 번 씻은 뒤, 굵은 줄기만 적당히 잘라준 후 체에 받쳐 물기를 빼 둔다. 국을 끓일 때는 멸치·다시마·새우 등으로 먼저 육수를 내고, 된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거의 완성 단계에서 아욱을 넣어 3~5분 정도만 살짝 끓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잎과 줄기가 적당히 부드러워지면서도 색은 선명하게, 식감은 살아 있게 유지할 수 있다.

무침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끓는 물에 살짝만 데친 뒤(데침 시간 30초 안팎),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서 된장·참기름·마늘 등과 가볍게 무치면 영양 손실을 줄이면서 소화도 잘되는 반찬이 된다. 과하게 오래 데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누구에게 좋고 누가 조심해야 할까

아욱은 전반적으로 일상 식단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채소지만, 체질에 따라 유의할 점도 있다.

우선, 변비가 잦거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 혈압·혈관 관리가 필요한 중·장년층, 성장기 아이와 청소년,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따뜻한 국 한 그릇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히 잘 맞는다. 저열량·고식이섬유·풍부한 미네랄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한 번에 충족하는 채소이기 때문이다.

반면, 아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가진 식품이다. 손발이 차고 늘 속이 냉한 편이거나, 설사가 잦은 사람은 양을 과하게 늘리기보다는 익힌 아욱국 위주로 조금씩 천천히 늘려 보는 편이 좋다. 

가을·초겨울은 아욱이 가장 맛있고 영양이 충실한 시기다. 영양 성분표만 보면 그저 ‘몸에 좋은 채소’지만, 어떻게 다듬고 언제 넣어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그 효능은 크게 달라진다. 아욱을 씻자마자 끓는 물에 던져 넣는 습관만 바꿔도, 한 그릇의 아욱국은 ‘그냥 국’에서 장·혈관·성장을 동시에 돕는 훌륭한 건강식으로 격이 달라진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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