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궁중·반가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쉐린 1스타 한식 다이닝 ‘온지음’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07 07:48:00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서울 서촌, 경복궁 돌담길과 주택가가 맞닿는 곳에 온지음이 있다. 고궁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주거 공간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이 위치는 레스토랑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조은희 셰프와 박성배 셰프가 이끄는 온지음은 전통 한식을 연구하고 이를 현재의 식문화에 맞게 재해석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이다. 이곳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온지음의 철학은 명확하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한국 미학을 음식과 공간 전반에 적용한다. 조은희 방장은 전통 장과 발효를 한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레스토랑은 맛공방, 셰프는 방장·연구원으로 부른다). 직접 담그고 숙성한 된장·간장·고추장을 기반으로, 양념은 강하게 앞서기보다 재료의 맛을 보조한다. 전통을 고정된 형식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오늘의 식재료 환경과 조리 기술을 반영해 ‘지금의 한식’을 만든다.
온지음이 자리한 건물은 전통문화연구소로, 옷공방·집공방·맛공방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 레스토랑은 4층에 위치해 있으며, 내부는 절제된 색감의 테이블웨어, 국내 작가들의 기물이 어우러진 차분한 분위기다. 바 좌석에서는 주방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조리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직원들의 응대 역시 과장 없이 정중하며, 공간 전체가 조용히 물 흐르듯 운영된다.
코스는 궁중 음식과 반가 음식, 향토 요리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이름은 다소 생경하지만 조리법과 식재료는 의외로 익숙하다. 궁중과 반가에서는 생선을 날것으로 먹기보다, 데쳐서 먹는 숙회의 방식으로 즐기곤 했던 점에 착안해 복어를 포를 떠 가볍게 소금간을 한 뒤 녹말가루를 입혀 끓는 물에 데치고 문어숙회와 향긋한 미나리를 곁들여 담은 복어어채, 갈치살을 새우살과 함께 노릇하게 전으로 부쳐 갈치의 은은한 단맛과 새우의 고소한 향이 어우러지는 갈치전은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산적에 고추장 양념으로 구운 더덕을 곁들인 매뉴는 가을의 깊은 향을 머금은 더덕의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산적과 어우러져 계절의 온기를 전한다. 주전부리는 온지음의 미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후식으로 나오는 건시단자는 곶감 특유의 달콤하고 쫀득한 맛을 구현했다.
다만 메뉴는 매달 계절에 맞춰 바뀐다. 일부 요리는 재료가 가장 좋은 시기에만 제공돼 연중 단기간만 맛볼 수 있다. 이에 메뉴판에는 보이지 않지만, 히든 메뉴로 제공되는 경우들이 많다. 1~2월 메뉴는 꿩냉면, 수란채, 도미찜, 순무튀김&콩전, 설야멱적, 전복매생이떡국, 밤편으로 준비된다.
온지음은 화려한 기술이나 파격적인 해석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재료의 상태, 계절, 조리의 맥락을 쌓아 올려 외국인 손님에게 ‘한국의 정제된 한식’을 소개하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온지음은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토·일·월요일은 정기 휴무다. 예약은 캐치테이블을 통해 진행되며, 2026년 3월부터는 런치 20만 원, 디너 30만 원으로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현재 예약이 오픈된 2월 2주차까지 모든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조은희 방장은 ‘옛 한식을 온전히 계승해 현재의 품격을 높이고 미래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바로 온지음이 향하는 길이라 말한다. 단아하면서도 정갈한 멋을 맛으로 전하는 전하는 온지음에서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한식의 아름다움과 맛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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