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꿀, 제대로 먹어야 ‘약’이 된다… 효능을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17 17:55:46
뜨거운 차·냉장 보관은 조심… 꿀의 힘을 지키는 섭취·보관 원칙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겨울이 다가오면 유난히 손이 가는 식재료가 있다. 따뜻한 배꿀차, 목이 칼칼할 때 한 스푼 떠먹는 꿀, 피로를 풀어주는 꿀물까지. 한국 가정에서 가장 흔하지만 동시에 가장 잘못 보관·섭취되는 음식이 바로 이 ‘꿀’이다. 천연 감미료라는 인식 때문에 아무렇게나 두고 먹는 사람이 많지만, 꿀은 생각보다 섬세한 식품이다. 올바른 보관과 섭취법을 알면 항염·항균·면역 강화 등 꿀이 가진 자연의 기능을 훨씬 더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꿀은 왜 오래가고, 왜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될까
꿀이 ‘천연 보존식품’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분 함량이 낮고 당 농도가 높아 대부분의 세균이 자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봉하지 않은 꿀은 수년간 두고 먹어도 변질되지 않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디에나 보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꿀은 냉장보관해야 더 신선하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꿀은 온도가 낮을수록 포도당이 빠르게 굳어버리는 특성이 있어, 냉장고에 넣으면 단단한 결정이 생기고 질감이 거칠어진다. 게다가 냉장실은 습도 변화가 잦고 다른 음식 냄새가 섞이기 쉬워 꿀의 향과 풍미를 쉽게 손상시킨다.
꿀은 15~25도 정도의 서늘하고 건조한 실온이 최적의 환경이다. 직사광선을 피한 찬장이나 식품 캐비닛에 두는 것이 좋고, 가스레인지처럼 온도 변동이 큰 장소는 피해야 한다. 굳은 꿀은 전자레인지보다는 40도 이하의 따뜻한 물에 천천히 중탕해 녹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또한 보관 용기도 중요하다. 유리병이 가장 이상적이며, 금속 용기는 산화 반응을 일으켜 꿀 성분을 변질시킬 수 있어 적합하지 않다. 젖은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발효를 촉진하므로 늘 ‘마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규칙이다.
꿀의 효능은 어디서 올까… 면역부터 장까지 연결되는 자연의 작용
꿀은 오래전부터 항염·항균 작용, 피로 회복, 면역 강화 등 다양한 건강 효과로 사랑받아 왔다. 꿀 속에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 소량의 비타민과 미네랄, 그리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주는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이 자연 상태로 담겨 있다.
이런 성분 덕분에 꿀은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항균 화합물이 목 점막을 보호해 목감기나 기침을 완화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꿀이 가진 항염 성분은 체내 염증을 줄여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유의 단순당 조성도 주목할 만하다. 꿀 속 포도당과 과당은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돼 운동 전후 에너지를 빠르게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작은 포션의 꿀을 휴대해 먹는 경우도 많다.
또한 상처 치유 촉진 효과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마누카꿀은 항균 활성도가 높아 부분 화상이나 감염된 상처 회복을 돕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런 외용 효과와 더불어, 꿀 속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좋은 세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 장 건강이 면역과 직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꿀의 효능은 몸 전체를 연결하는 자연의 작용과도 같다.
효능을 제대로 보려면… 꿀, ‘이렇게’ 먹어야 한다
꿀은 자연 그 자체에 가까운 식재료이지만, 섭취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가장 먼저 피해야 할 것은 뜨거운 음료나 음식에 바로 타는 것이다. 꿀 속 효소와 항산화 성분은 고온에 약해 40도 이상에서는 쉽게 파괴된다. 뜨거운 차를 마실 때는 한 김 식힌 뒤 꿀을 넣는 것이 훨씬 좋다.
또 꿀은 본래 당 함량이 높기 때문에, 과일청·빵·떡처럼 당분이 많은 음식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어 당뇨 환자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성인 기준 하루 1~2 테이블스푼 정도가 적정량이다.
꿀에는 꽃가루 등 미량의 알레르기 성분이 포함될 수 있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소량부터 섭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은 1세 미만 영아에게는 절대 먹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보툴리누스균 포자가 위험할 수 있다.
꿀은 ‘살아 있는 식품’이다
꿀은 단순한 감미료가 아니다. 항염·항균·항산화, 면역 강화, 피로 회복, 장 건강 개선 등 몸 안에 있는 여러 기능에 동시에 작용하는 자연식품이다. 하지만 그 효능은 꿀의 성분이 그대로 유지될 때만 온전히 발휘된다.
마른 도구로 퍼내고, 뜨거운 온도를 피하고, 냉장고 대신 서늘한 찬장에 보관하는 작은 습관은 꿀의 가치를 몇 배로 높인다.
달콤함은 한순간이지만, 제대로 보관한 꿀이 주는 자연의 힘은 오래 지속된다. 일상 속 한 스푼의 꿀이 더 강력한 효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 꿀을 ‘살아 있는 자연 식품’처럼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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