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노트] 전복 내장 그냥 버리셨나요? 살보다 ‘감칠맛 성분’ 2배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7-29 15:00:38

초록빛 내장엔 아미노산 등 영양성이 뛰어난 성분 가득
살보다 변질이 빨라 날것보다는 충분히 익혀서 섭취해야
전복의 진정한 감칠맛은 내장에 있었다.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기자] 전복을 손질하다 보면 초록빛 내장 앞에서 손이 멈춘다. 특유의 맛 때문에 버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복의 깊은 감칠맛은 바로 이 낯선 부위에서 나온다. 국내산 전복의 영양성분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내장의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살보다 약 두 배 높게 나타났다. 미식가들이 전복죽이나 소스에 내장을 빠뜨리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전복은 살뿐 아니라 내장까지 함께 먹는 드문 해산물이다. 쫄깃한 살에는 단백질과 각종 아미노산이, 부드러운 내장에는 진한 바다 향과 감칠맛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전복은 오늘날 양식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보양 식재료가 됐다.

해조류를 먹고 자라는 ‘바다의 달팽이’

전복은 조개처럼 보이지만 달팽이, 소라와 같은 복족강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넓은 발로 바위에 단단히 붙어 살며, ‘치설’이라는 작은 이빨로 바위 표면의 해조류를 긁어 먹는다. 주로 암초가 많은 바다에서 미역과 다시마 같은 갈조류를 먹고 성장한다. 전복 내장이 초록색이나 누런색을 띠는 것도 먹이와 관련이 있다. 전복이 먹은 해조류의 색소와 성분이 소화기관에 남아 특유의 색과 향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잠수부가 바다에 들어가 직접 채취해야 했고 상품 크기로 자라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쉽게 얻을 수 없는 만큼 값비싸고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참전복이 주로 양식되며 사계절 유통되지만, 특히 체력 소모가 큰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다.

왕실 잔칫상과 외교 선물에 오른 전복

전복은 조선시대 왕실에 올리던 대표적인 진상품이었다. 영조 4년인 1728년 편찬된 『진상별단등록』을 보면 왕에게 올린 패류 12품목 가운데 전복류가 5종으로 가장 많았다. 껍데기 유무와 염장 방식 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누어 진상했을 만큼 활용 범위도 넓었다.

왕실의 잔치 음식을 기록한 『진찬의궤』에도 전복이 자주 등장한다. 다른 고기와 함께 탕이나 찜에 넣었으며 전복초, 전복느름적처럼 전복을 중심으로 한 음식도 만들었다. 왕실의 잔칫상과 제사상은 물론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품, 중국 황실에 보내는 외교 예물로도 쓰였다.

당시 전복은 단순한 보양식을 넘어 귀한 사람에게 정성을 표현하는 최고급 식재료였다. 왕의 밥상에 오르던 전복이 양식 기술의 발달로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가정에서도 죽과 구이, 찜 등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단백질 풍부한 살, 감칠맛 품은 내장

전복은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단백질과 아미노산, 타우린,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단백질은 근육과 신체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로, 더위로 입맛이 떨어지고 체력 소모가 커지는 여름철 식단을 보완해준다.

전복에는 타우린을 비롯해 아르기닌과 글리신 등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칼슘과 철분, 인, 마그네슘 등 여러 무기질도 함유하고 있어 성장기 어린이부터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내장에도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미네랄과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특히 국내산 전복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내장의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살보다 약 두 배 높게 측정됐다. 유리아미노산은 음식의 단맛과 감칠맛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내장을 넣은 전복죽이 살만 넣었을 때보다 색과 향이 진하고 고소한 이유다.

다만 전복이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피로를 곧바로 없애는 식품은 아니다. 고단백·저지방 식재료로서 균형 잡힌 식사를 돕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버터와 간장,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조리법은 포화지방과 나트륨, 당 섭취를 늘릴 수 있으므로 양념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신선한 내장은 익혀 먹고, 살과 따로 보관해야

전복 내장은 영양과 감칠맛이 풍부하지만 살보다 변질이 빠르다. 구입한 지 오래됐거나 비린 냄새가 강하고 색이 평소와 다르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신선한 내장도 날것보다는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패류 알레르기가 있거나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섭취량에도 주의해야 한다.

좋은 전복은 살이 통통하고 탄력이 있으며 껍데기에 단단히 붙어 있다. 살아 있는 전복은 손으로 건드렸을 때 힘차게 오므라들고, 심한 비린내 대신 은은한 바다 향이 난다. 손질할 때는 솔이나 깨끗한 칫솔로 살 가장자리와 주름 사이를 문질러 씻는다. 껍데기의 얇은 쪽으로 숟가락을 밀어 넣어 살을 떼어낸 뒤 내장이 터지지 않도록 분리하고, 살 앞쪽의 단단한 이빨도 제거한다.

내장을 가장 쉽게 활용하는 방법은 전복죽이다. 불린 쌀을 참기름에 볶다가 잘게 썬 전복 살과 곱게 다진 내장을 넣고 끓이면 깊고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내장을 체에 내리거나 믹서로 갈아 넣으면 질감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마늘과 함께 볶아 파스타나 리소토 소스로 활용해도 좋다.

손질한 전복은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바로 조리하지 않는다면 살과 내장을 따로 밀폐해 냉장 보관하고, 오래 두어야 할 때는 각각 냉동한다. 내장을 한 번 사용할 양만큼 나눠 얼려두면 죽이나 볶음밥, 소스를 만들 때 편리하다.

한때 왕의 밥상에 오르던 전복은 이제 일상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건강 식재료가 됐다. 쫄깃한 살에는 단백질과 여러 영양성분이, 초록빛 내장에는 해조류를 먹고 자란 전복 특유의 감칠맛이 담겨 있다. 신선도를 확인하고 알맞게 손질해 익혀 먹는다면, 무심코 버렸던 내장까지 전복 한 마리의 맛과 영양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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