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먹은 김치, 아이의 건강을 바꾼다”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19 12:09:36

김영주 교수팀, 김치 유래 유산균 자녀 비만·지질 이상 등 대사 질환개선 효과 확인 … 전통 발효식품의 새로운 가치

[Cook&Chef = 이경엽 기자]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 김치에서 유래한 유산균이 자녀 세대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 연구팀은 민들레 김치에서 분리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Weissella confusa WIKIM51이 임신 중 고지방 식이를 섭취한 어미 쥐의 자손에서 대사질환을 개선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Functional Foods(IF 5.6) 최신호에 게재되며, 김치 유산균의 기능성과 식생활의 세대 간 영향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주목을 받고 있다.

고지방 식단에 노출된 자손, 김치 유산균으로 대사 기능 회복

이번 연구는 ‘태아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개념에 기반을 두고 진행됐다. 태아프로그래밍은 임신 중 산모가 겪는 영양, 환경, 스트레스 등 외부 자극이 태아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출생 후 질병 발생률과 건강 상태를 결정짓는다는 생의학 이론이다. 김 교수팀은 이 이론을 토대로, 임신 중 고지방 식단에 노출된 어미 쥐의 자손(특히 수컷 개체)을 대상으로 WIKIM51 유산균을 6주간 보충 투여했다.

그 결과 자손에서 ▲체중과 간 무게의 유의미한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 개선 ▲간의 지질 합성 억제 효과가 확인되었으며, 전반적인 대사 건강 지표가 뚜렷하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사 이상과 비만, 간 내 지방 축적 등 현대인의 주요 대사질환 지표와 유사한 형태의 증상이 개선되었기에, 이 유산균이 실제 임산부 건강관리에도 적용 가능할 가능성을 열었다.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 맞춤형 유산균 치료 전략으로 확장 가능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다. 김치 유래 유산균 WIKIM51은 수컷 자손에서 더 뚜렷한 대사 개선 효과를 보였고, 이는 향후 성별 기반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교수는 “산모의 고지방 식단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김치 유래 유산균으로 완화할 수 있음을 동물모델을 통해 확인했다”며 “특히 자손의 성별에 따라 반응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은 향후 개인맞춤형 영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임신 중 여성의 식습관과 영양 관리는 단순히 산모의 건강을 넘어서, 아이의 평생 건강과 질병 감수성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예방 중심의 건강 전략 설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통 발효식품의 재발견… 김치, 기능성 식품으로 진화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 이화여자대학교의 연구 지원을 받았으며, 유산균 균주는 ㈜팜스빌(Pharmsville)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제공되었다. 국내 기능성 식품 산업계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김치 유산균의 효능이 학술적으로 검증되면서, 산모용 유산균, 아동용 맞춤형 기능성 식품, 맞춤형 건기식 개발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 안전성과 유효성에서 검증된 Weissella confusa WIKIM51 균주와 같은 김치 유래 프로바이오틱스는 국내 전통 발효식품을 현대 의학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대표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기존의 일반론을 넘어, 발효 유산균의 계통과 기능에 따른 의학적 효과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향후에는 임산부와 영유아 대상 맞춤형 기능성 발효식품 개발과 함께, 전통 한식의 과학적 근거 기반화와 식품 산업 고도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  사진 = 이화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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