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당근으로 면(麵)을 뽑았다"… 60년 거장 후덕죽 vs 괴물 신인의 '창의력 전쟁'
민혜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6-01-07 11:18:40
[Cook&Chef = 민혜경 기자] '무한 요리 천국'이 끝난 뒤 찾아온 것은 예고된 '지옥'이었다. 30분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가혹한 미션, 그리고 주어진 주재료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당근'이었다.
수많은 산해진미가 가득했던 천국과 달리, 오직 당근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 많은 셰프들이 "당근이 주재료가 될 수 있나"라며 당황할 때, 60년 경력의 중식 거장 후덕죽과 천재적인 감각의 '요리괴물'은 달랐다. 두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 당근이라는 식재료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쳤다.
60년 내공의 품격, 당근으로 뽑아낸 '면발'의 기적
후덕죽 셰프는 이번 미션에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몸소 증명했다. 매 라운드 30분이라는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그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노장의 투혼을 불태웠다.
특히 네 번째 미션에서 그가 보여준 '당근 짜장면'은 심사위원과 시청자 모두를 경악게 한 장면이었다. 그는 당근을 얇게 채 썰어 5분간 쪄낸 뒤, 이를 밀가루 면(麵) 대신 활용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일반적인 셰프라면 당근을 소스나 고명으로 썼겠지만, 그는 당근 그 자체를 '면'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돼지고기와 붉은 양파를 채 썰어 볶은 '유슬 짜장' 소스를 곁들여 당근의 단맛과 춘장의 짠맛을 조화시켰다.
백종원 심사위원은 "당근으로 면치기를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안성재 심사위원의 평가는 더욱 구체적이었다. 그는 "찌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 면치기가 가능했다. 살짝만 오버쿡 됐어도 끊어졌을 것이고, 덜 익었으면 너무 아삭했을 것"이라며 후덕죽의 완벽한 조리 기술에 소름이 돋았다고 평했다. 60년 내공이 아니면 불가능한, 재료의 물성을 완벽히 이해한 결과였다.
후덕죽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당근 즙으로 반죽을 해 실제 당근 모양과 흡사한 딤섬을 빚어내 시각적 충격을 주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당근 사이에 다진 새우를 넣어 쪄내는 '소양' 기법을 선보이며 중식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는 매번 "평생 요리를 했지만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다"며 겸손해했지만, 그가 보여준 결과물은 이미 '지옥'을 넘어선 경지였다.
위기를 기회로… 심사위원의 '당'까지 계산한 요리괴물
후덕죽이 노련미와 기술로 지옥을 돌파했다면, '요리괴물'은 번뜩이는 재치와 천재적인 감각으로 생존했다. 그는 "제한된 상황에서 팍팍 해내는 게 재밌다"며 지옥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진가는 체력이 고갈된 마지막 라운드에서 발휘됐다. 계속된 시식과 평가로 지쳐가는 심사위원들의 상태를 간파한 듯, 그는 "내가 당이 떨어져서 단 게 먹고 싶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당근 케이크(디저트)'를 승부수로 띄웠다. 30분 만에 케이크를 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는 남은 브리오슈를 당근 시럽에 적시고, 당근 정과를 올려 당근이 마치 과일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기지를 발휘했다.
백종원 심사위원은 "계산하고 했다면 정말 괴물이다. 나도 당이 떨어졌었다"며 혀를 내둘렀고, 안성재 심사위원은 "정확히 필요한 시간에 당이 입에 들어왔다. 손님이 원하는 타이밍에 맞는 메뉴를 내는 것 또한 셰프의 능력"이라며 극찬했다. 위기의 순간, 본인의 신체적 한계를 메뉴 선정의 근거로 삼아 심사위원의 미각과 신체 리듬까지 공략한 영리한 전략이었다.
"아버지가 어디 있나"… 진짜 실력자들의 아름다운 동행
이번 '무한 요리 지옥'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만은 아니었다. 아버지뻘인 후덕죽 셰프(경력 60년 근접)와 아들뻘인 요리괴물은 서로를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파이널 진출을 앞둔 마지막 대결에서 요리괴물은 "후덕죽 셰프님은 아버지 연배시지만, 죄송하게도 제가 열심히 해서 이기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에 후덕죽 셰프는 "서바이벌 게임에 아버지가 어디 있나. 한번 해보자"며 젊은 셰프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격려했다.
두 사람은 '당근'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한 명은 중식의 깊이로, 다른 한 명은 양식의 변주로 재료의 본질을 꿰뚫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수행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흑백요리사'의 이번 당근 지옥 미션은 단순한 예능적 재미를 넘어, 요리에 대한 진정성과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고품격 다큐멘터리였다. 두 '괴물'의 승부는 승패를 떠나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Cook&Chef / 민혜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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