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아침식사에 오렌지 주스 고민 된다면 '이것' 효능부터 알고 보자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21 19:24:00

비타민 C만이 전부가 아니다…혈관·뇌·장까지 챙기는 오렌지의 힘
통째로 먹을 때와 주스로 마실 때, 건강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아침 식탁 위에 차갑게 김이 맺힌 오렌지 한 잔이 올라오면, 누구나 ‘건강한 하루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렌지는 오래도록 ‘비타민 C의 상징’이었고, 감기 시즌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오렌지를 주스로 마시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달콤한 감귤 향은 여전히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혈당을 확 올린다”, “과일을 갈아 마시면 설탕 음료와 다를 바 없다”는 경고가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최근 연구들은 오렌지, 그리고 100% 오렌지 주스가 단순히 ‘당분 많은 음료’로만 취급되기엔 아까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한 가지다. 오렌지를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에 주는 선물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오렌지 주스가 억울했던’ 이유: 문제는 당이 아니라 속도와 구조

오렌지 자체는 섬유질과 수분, 비타민과 미네랄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고영양 과일’이다. 통째로 먹을 때는 씹는 과정이 자연스레 섭취 속도를 늦추고, 과육 속 식이섬유는 당이 혈류로 흡수되는 속도를 완만하게 만든다. 반면 주스는 다르다. 오렌지 두세 개가 단숨에 한 잔으로 압축되면서, 씹는 과정이 사라지고 섬유질도 상당 부분 줄어든다. 그 결과 당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흡수돼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인슐린이 이를 조절하지만,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당뇨병,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에게는 주스 한 잔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오렌지 주스를 ‘나쁜 음료’로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진 않다. 주스는 설탕만 남은 액체가 아니라, 오렌지의 생리활성 성분을 일정 부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대표적으로 헤스페리딘) 같은 성분은 “당분과 별개로” 몸에서 작동한다. 결국 오렌지 주스 논쟁은 ‘마시면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떤 주스를 어느 정도로, 어떤 맥락에서 마실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심장과 뇌를 동시에: 혈관이 편해지면 집중력도 달라진다

오렌지의 건강 효과를 말할 때, 이제는 면역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자료들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지점은 혈관 건강이다. 일정 기간 100% 오렌지 주스를 꾸준히 섭취했을 때 혈압 지표가 완만해지거나, 혈중 지질 수치에서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는 경향, ‘좋은’ HDL 콜레스테롤이 개선되는 경향이 보고됐다. 혈당과 인슐린 기능 지표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관찰됐다는 분석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효과가 ‘주스의 당분’이 아니라, 주스에 함께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와 관련된 기전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항염 특성을 지닌 식물성 화합물로, 우리 몸에서 산화 스트레스(활성산소로 인한 손상)를 줄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특히 감귤류의 헤스페리딘은 혈관 내피 기능과 관련된 연구에서 자주 등장한다. 혈관 내피는 혈관을 수축·이완시키며 혈압과 혈류를 조절하는 ‘조정자’다. 내피 기능이 매끄러우면 혈관은 필요할 때 열리고 닫히며 탄력적으로 움직이지만, 이 기능이 흔들리면 혈관이 경직되고 심장과 폐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오렌지의 플라보노이드는 이 내피 기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거론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뇌 건강이 보인다. 뇌는 혈류에 민감하다. 같은 열량의 ‘당 음료’와 비교했을 때, 100% 오렌지 주스를 마신 뒤 인지 기능이나 각성감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관찰은 ‘과당 음료는 당분 음료’라는 단순한 도식을 흔든다. 혈류가 장기적으로 안정되면, 뇌가 뉴런 간 연결을 새로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신경 가소성)에도 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붙는다. 건강을 고민하는 주부 독자라면 이 대목이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같은 ‘단맛’이라도, 어떤 단맛은 오후의 집중력을 무너뜨리고, 어떤 단맛은 비교적 덜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면역·피부·피로까지: ‘비타민 C’는 기본이고, 조연이 더 많다

오렌지의 비타민 C는 면역 세포 기능을 뒷받침하고, 철분 흡수를 도우며, 콜라겐 생성에 관여한다. 즉 ‘감기 예방’ 같은 단일 프레임을 넘어, 피부·혈관·상처 회복·피로감까지 전반에 연결된다. 여기에 엽산, 칼륨, 칼슘, 티아민(비타민 B1) 같은 미량 영양소가 더해지며 영양 구성이 탄탄해진다. 특히 철분 흡수 촉진은 식물성 식단 비중이 높거나, 월경 등으로 철분 손실이 있는 가임기 여성에게 실용적인 장점이다.

다만 중요한 원칙이 있다. 오렌지의 장점은 ‘식품의 형태’와 함께 올 때 가장 강해진다. 통째로 먹는 오렌지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플라보노이드도 더 높은 편이라는 견해가 많다. 또한 섬유질은 플라보노이드 같은 성분이 장까지 도달하도록 돕고, 장내 미생물 환경과 상호작용해 이점을 키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떤 연구에서는 오렌지 주스를 꾸준히 마신 뒤 장내 미생물 구성=”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염증 완화와 연관된 단쇄지방산 생성이 늘어나는 양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오렌지는 ‘혈관—장—면역’이 연결되는 건강 지도를 넓혀주는 과일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주스는 죄가 없다, 내 상태가 중요하다”

오렌지를 건강 식재료로 소개할 때 가장 현실적인 결론은 과격하지 않다. 통째로 먹는 오렌지는 여전히 가장 추천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스를 포기하기 어렵다면, 조건을 바꾸면 된다.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100% 오렌지 주스를 고르고, 양을 줄이며, 식단 전체 맥락 속에 넣는 것이다. 특히 ‘오렌지 음료’처럼 당을 더한 제품과 100% 주스는 몸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결과들이 제시되면서, 같은 오렌지 맛이라도 선택 기준은 훨씬 분명해졌다. 100% 주스를 식사 전 적정량 마셨을 때, 다음 식사에서 에너지 섭취가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혈당 반응이 더 완만하게 나타났다는 관찰은 ‘주스=무조건 체중 증가’라는 단정 대신 ‘어떻게 마시느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만 누구에게나 같은 처방은 아니다.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은 주스가 불리할 수 있고, 위식도 역류처럼 산성 식품에 민감한 경우엔 오렌지가 증상을 자극할 수 있다. 결국 오렌지는 ‘완벽한 슈퍼푸드’라기보다, 잘 맞추면 일상을 건강 쪽으로 기울게 하는 실용적인 과일에 가깝다. 달콤함을 빼앗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렌지는 여전히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열쇠는, 오렌지가 아니라 우리 손에 들린 잔의 크기와 습관이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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