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헌터 박창선(Sean Park)의 Coffee Talk / 여름철 아이스커피는 정말 커피의 향미가 감소하는가..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4-07-15 10:50:05

- 과학의 힘을 빈 커피의 온도와 맛에 관한 생화학적 접근

[Cook&Chef=박창선 칼럼니스트] 커피 원두는 고형물질로 반드시 분쇄 후 물로 가용성 성분을 추출하여 음용한다. 이렇게 분쇄된 커피원두의 가용성 성분을 액체 상태인 용매(물)에 녹여 음용 가능한 음료로 만드는 것을 추출이라고 하며 여러 가지 추출에 대한 변수나, 다양한 추출방법을 통해 온갖 종류의 커피메뉴가 만들어진다.

 
커피 추출의 과정은 용해(Dissolution)와 확산(Diffusion)으로부터 시작한다. 용해(Dissolution)는 용질에 해당되는 분쇄된 커피원두와 용매에 해당하는 물, 이 두 물질이 고르게 섞여 원두의 수용성 고형물질 분자들이 물분자 사이사이로 골고루 퍼져 안정적으로 섞이게 되는 현상이다. 이 때 단순히 물리적으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분자구조 하나하나가 균일하게 섞이는 것을 말한다. 물리적으로 섞이기만 하면 시간이 흐르면 용질과 용매는 다시 분리가 되나, 용해 현상이 일어난 물질은 자연적으로는 다시 분리가 되지 않는다. 

용매로 사용되는 물은 극성이 커서 다른 수용성 물질들을 잘 용해시킨다. 이때 고형물질을 물에 용해시키는 것은 흡열반응이어서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용해도가 증가한다고 본다. 모든 고형성분이 그렇지는 않아 수산화칼슘같은 경우는 발열반응을 하기에 반대로 용해도가 감소하기도 하지만, 커피에 가득한 수용성 물질인 탄수화물이나 무기물질들은 대부분 흡열반응을 하기에 높은 온도에서 더 많은 용해도를 보인다.

확산(Diffusion)은 밀도나 농도차이에 의하여 물질속의 특정 분자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여나가는 일종의 삼투 현상이다. 주로 액체나 기체에서 일어나며, 커피 추출시에는 밀도와 농도가 높아 고형물질이 가득한 분쇄 커피원두에 접한 부분에서 밀도와 농도가 낮은 새로 투입되는 물분자 사이로 퍼져나가게 된다. 확산은 밀도나 농도차이가 커야 잘 일어난다. 물이나 공기는 밀도나 농도가 낮아 물리적인 힘이 없어도 분자 스스로 확산이 잘 일어난다.

보편적으로 분자의 온도가 높아지면 활동성이 높아지고 활동성이 높아진 분자 물질들은 스스로 확산 활동을 함으로 높은온도에서 확산활동이 더 활발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용해와 함께 확산이 일어나며 일련의 추출과정이 안정적으로 진행이 된다. 즉, 커피원두에서 향미를 발할 수 있는 고형물질들은 용매인 물에 의해 용해가 일어나고, 용해된 물은 다시 확산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출과정이 진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도구에 의존을 하게 되면 압력(Pressure)이 추출의 과정으로 추가된다. 에스프레소가 그 대표적 예이다.

생두를 로스팅하면 원두로 변화하면서 부피가 두배 가까이 늘어나고 무게는 15-20% 줄어든다. 또한 온갖 휘발성 물질들이 연소되어 빠져나가면서 원두의 조직은 밀도가 떨어지고 성기게 된다. 또한 가스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를 형성하며 일정부분 연결된 통로패턴을 가진다. 이 때 원두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마치 벌집처럼 성긴 조직으로 변화되어 허니콤(Honeycomb)구조라 부른다.

함수율이 1-2%대까지 떨어지고 바삭하고도 성긴 구조의 커피원두는 쉽게 분쇄가 될뿐더러 분쇄 후에도 용매인 물과의 접촉 면적이 넓어져 보다 용이하게 추출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때 커피와 물이 접촉하는 시간, 물의 온도, 물이 흐르는 유속, 원두의 분쇄도, 추출방식에 따라 다양한 추출기법이 생겨나며 추출된 커피용액도 다양한 맛을 지니게 된다. 이 때도 높은 물의 온도는 더 많은 고형물질을 담아내게 되는 것이다.

추출을 하는 과정에서 커피와 물이 접촉하는 물의 온도는 맛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된다. 우선 기본적으로 이해를 해야만 하는 부분이 커피원두의 맛을 나타내는 분자구조들의 활동성이다. 신맛을 나타내는 구성분자들은 원래 분자활동이 빠르다. 따라서 고온이라 해서 특별히 더 빨라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추출 초기시점에도 분자활동이 빠른 신맛을 가진 구성분자들이 먼저 물에 녹아나온다.

반면 쓴맛을 가진 구성분자들은 분자활동이 매우 느리다. 분쇄된 커피가루의 중심부에서 물과 접한 표면부로 나오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물의 온도가 높다면 평소보다 활동량이 늘어 좀 더 활발히 물에 용해되며 쓴맛이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추출을 할 시에는 처음에는 신맛이 강조되며 점차로 단맛이 강조되고 마지막으로 쓴맛이 강조되는 커피가 추출된다.

물의 온도가 높다면 더 쓴맛이 강조되는 커피가 추출되고, 물의 온도가 낮다면 신맛이 강조되는 커피가 추출된다. 때문에 물의 온도가 높다고 무조건적으로 향미가 좋은 커피가 추출되는 것은 아니나 좀 더 많은 고형물질로 인해 풍부한 향미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것도 일정부분은 사실이다. 가장 이상적인 추출수의 온도는 90도 - 96도 내외이다. 그보다 높으면 과다추출이 되면서 쓴맛과 떫은맛이 느껴지고 그보다 낮으면 산미가 도드라진다. 85도 아래에서는 산미도 낮아지고 휘발성 향미도 부족한 커피가 추출된다.

커피를 마시고 느끼며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위에서 언급하는 맛을 형성하는 고형물질 이외에도 향기성분의 영향이 더 크다고도 할 수 있다. 커피에는 1,000개에 이르는 향미를 발현하는 다양한 존재의 휘발성 화학분자물질들이 존재하여 커피의 맛과 향을 구성한다. 이 물질들의 평균 분자량은 150개 정도로 분자량의 수와 휘발성의 정도에 따라 향미의 정도는 달라진다. 또한 이 물질들의 다양한 조합은 전체적인 풍미를 달리한다. 이렇게 조합과 강도로 달라질 수 있는 향미에 대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는 향미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 향미를 형성하는 분자물질은 각각의 온도에서 휘발되는 향기물질도 다를것이며, 커피를 마시고 난 후의 잔여감에 의한 애프터테이스트(After Taste)등과 같은 변수도 온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는 다양한 향미는 인간이 커피를 음용시 코와 입에 있는 상피세포의 감각수용체와 결합하여 반응하는 자극을 뇌에 전기적 신호로 보냄으로서 비로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향미형성 물질들은 마치 음식물을 섭취하듯 분자성분이 인간의 감각수용체를 투과하여 체내 축적되며 뇌에서 느껴자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향미에 해당하는 전기신호와 상응하는 감각수용체와 결합반응하여 그 진동을 전기신호로 인간의 뇌가 감지하여 향미를 느끼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

드라이 아로마는 주로 에스테르(Ester) 화합물들로서 유기산 또는 무기산들이 물을 잃고 생기는 구조의 화합물들이다. 커피가 물에 용해되었을 때의 향기는 물이 분쇄된 커피 내부에 있는 유기물질들을 기화시켜 만들어지는 에스테르(Ester), 케톤(Ketone)이나 알데하이드(Aldehyde)등 주로 분자구조가 큰 휘발성 가스 물질들이다. 이 분자구조가 큰 향미물질들은 온도가 높을수록 활발한 분자활동을 하며 우리 인간의 감각수용체를 더 크게 자극하게 된다.

 

플레이버(Flavor)등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무기 물질과 유기 물질의 합성물로서 커피나무가 광합성작용을 통해 물과 탄산가스를 당으로 전환시키며 생성되는 커피의 맛이다.당의 케톤(Ketone)이나 알데하이드(Aldehyde)등의 카보닐(Carbonyl) 성분은 향을 구성하며 비휘발성 액체 상태의 유기물질은 맛을 구성하는데 역시 온도가 높을수록 결합강도와 질이 다분히 복합적으로 풍성해진다.이러한 현상은 커피맛의 구성 요소중 최근 강조되는 바디감(Body)에 있어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커피가 입안 전체에 남아 무겁게 느껴지는 맛으로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맛이라기 보다는 묵직하게 느껴지는 질감이다. 커피액의 불용성물질에 대해 입안의 말단 신경이 점도를 반응하여 느끼는 질감으로 촉감에 가깝다고도 하겠다.

커피에 들어있는 지질 성분들이 추출시에 나와 마우스필(Mouth Feel)로 표출되는데, 이는 혀를 구강에 댔을때 미끈거리는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지질 성분들 이외에도 물에 녹지않는 고분자 단백질이나 섬유질등이 바디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 요소들이다. 바디감은 식었을때는 감지가 어려우며 뜨거울때 가장 감지가 용이하다. 모두 활발한 분자활동 덕분인 것이다. 단 산미의 경우는 조금 상황을 달리한다.

커피의 비휘발성인 유기산 성분이 당분과 결합하며 나오는 기분 좋은 맛으로 산미는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 뜨겁거나 식었거나 기본적으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지 강도에 있어서만은 뜨거울때 느끼지 못했던 강도를 식었을때 느낄수는 있다. 이 때의 산미는 식초나 저급한 레몬처럼 자극적이며 쓴맛이 함께 올라오는 산미는 Sour로 표현하기도 한다. 커피를 흡입하고 난 후에 휘발성 기체가 목위로 넘어오며 입안 혀 뒤쪽 등에서 느껴지는 향미를 애프터테이스트(After taste)라 말한다.

커피를 마시고 난 뒤의 여운이라기 보다는 뒷맛에 더 가깝다. 입과 식도 등에 남아 있는 커피의 잔류성분이 증기로 바뀌면서 느끼는 향미를 이르며 주로 향에 의존함으로 휘발성이 좋은 뜨거울 때 잘 느껴진다. 이렇듯 커피가 가진 본연의 맛과 향을 충실히 느끼기 위하여는 아이스 음료보다는 뜨거운 음료로 음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때문에 실제로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고 그 맛의 특성(Note)을 찾아내는 컵핑(Cupping)을 위하여는 90도 이상의 물이 준비되는 것이 원칙이다.


세계적인 바리스타이자 라떼아트 세계챔피온인 애넌(Arnon Thitiprasert)은 그가 직접운영하는 매장인 리스트레또(Restr8to)에서 대형 입간판을 통해 다음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찬음료 주문은 바리스타를 죽이는 행위입니다.”
“ICED COFFEE KILLS BARISTA"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손님들에게 너무 자주 아이스커피를 주문하지 말아 로스터나 바리스타들의 맛에 대한 열정을 지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분명 차가운 아이스커피로는 커피 본연의 향미를 느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커피를 단순한 음료 상품으로 보는 견해는 많은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다. 이는 하나의 음료상품이라기 보다는 문화상품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커피에 함축되어진 문화와 커피가 이야기하는 문화는 모두 커피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떠한 브랜드의 커피음료가 선호도가 높다고 하면 단지 음료로서 맛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로서의 스토리도 그 커피음료의 구성항목에 포함되는 것이다. 커피를 같이 마시는 앞자리의 파트너도 커피 맛에 일조할 것이며 커피숍의 인테리어 또한 커피 맛에 일조할 것이다.


그리고 같은 커피라 할지라도 금색의 베리타스가 둘러진 어느 유럽 귀부인의 고풍스런 거실의 찻잔속에서 흐르는 커피의 향미는 오늘날 바쁜 현대인의 손에 잡혀 있는 테이크아웃잔에서 풍겨 나오는 커피의 향미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결국 커피를 공급하는 그 모든 구성인자들이 한 잔의 음료로서의 커피 맛을 완성하는, 커피는 문화산품인 것이다.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볕아래 노출된 일상을 떠나 시원한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들이키는 한잔의 아이스 커피는 단지 그 커피가 발산하는 향미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간과하는 것은 너무나 큰 일반화의 오류일 것이다. 커피는 입으로만 마시고 코로 맡으며 그 전부를 평가하지 않는다. 눈과 머리와 온몸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그 나머지를 받아들인다.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세계와는 별개로, 더운 여름철 입안을 무겁게 누르며 감도는 스모키한 한잔의 커피는 온몸의 세포를 하나하나 일깨우며 활력을 주고, 다시 또 그 활력은 기분좋은 향미로 입과 코의 감각세포로 전달되는 선순환의 구조속에 가장 향그러운 커피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박창선(Sean Park) 

- 커피전문회사 (주)블루빅센 기술대표
- 커피산지(TL) R&D위원 / 팔당커피농장 기술고문
- 국제커피감정사(Q-grader) / 바리스타 1급
- (사)한국식음료교육협회 기술자문위원
-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교과서 / 커피헌터 / 커피플렉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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