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독감 대유행 우려 속, ‘생강’ 다시 주목받는 이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26 21:42:50
김장철 대량 출하로 가격 하락…생활 속 섭취법도 다양해져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독감의 기세가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번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며 호흡기 질환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 몸의 ‘기초 방어력’을 끌어올릴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생강은 체온을 높여 순환을 돕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성분이 풍부해, 이번 겨울 가장 주목받는 천연 면역 식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몸을 데우고 순환을 돕는 ‘천연 난로’
생강의 가장 큰 장점은 ‘따뜻한 성질’이다.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 성분은 말초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온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손발이 차거나 평소 냉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생강차 한 잔이 ‘옷 한 벌 더 입은 효과’로 비유되는 이유다.
이러한 작용은 피로 회복에도 연결된다. 혈류가 좋아지면 근육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해지고, 젖산 등 피로물질이 빠르게 배출된다. 실제로 생강차를 꾸준히 마신 사람들 가운데 “운동 후 근육통과 오후의 졸림이 줄었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동의보감’에서는 생강을 “위를 덥히고 찬 기운을 몰아내며, 술독과 독기를 푼다”고 기록했다. 생것은 초기 감기에, 찌거나 말린 것은 만성적인 냉증과 순환 장애에 더 적합하다고 보는 전통적 처방도 현대 생리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면역·염증·혈당까지…현대 의학이 확인한 효능
생강이 겨울철에 특히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면역력 강화’다. 진저롤과 쇼가올은 강력한 항산화·항염 성분으로,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감기가 유행할 때 따뜻한 생강차를 찾는 전통적인 습관이 과학적 근거를 얻고 있는 셈이다.
미국 버렐대·머서 의과대학 연구진은 생강의 인체 효과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생강 보충제가 염증 지표인 CRP와 TNF-α를 낮추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확인됐다. 혈당 변동을 완화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화 기능 개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생강 성분은 위장 운동을 촉진하고 소화액 분비를 도와 더부룩함과 메스꺼움을 줄인다. 임신 초기 입덧, 멀미, 소화불량 등에서 소량의 생강 추출물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줬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됐다.
김장·생강차·생강술 등 다양한 생강 활용법
우리 식탁에서 생강은 향신료이자 보조 약재로 오랫동안 활용돼 왔다. 김치를 담글 때 다진 생강을 넣는 것은 비린내를 없애고 젓갈의 잡내를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잡균을 억제하고 김치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지혜다.
올해는 햇생강 수확이 늘고 생육 조건이 좋아 김장철을 앞두고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김장 준비를 앞둔 가정이라면, 생강을 다져 소분해 냉동하거나 생강청으로 만들어 두면 겨울 내내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섭취법은 생강차다. 얇게 썬 생강을 15~20분간 끓인 뒤 꿀이나 대추, 레몬을 곁들이면 감기 예방과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차가 된다. 진하게 달인 생강차를 식혀 얼음을 넣으면 여름철에도 시원한 건강 음료로 즐길 수 있다.
생강은 술 문화와도 깊게 연결돼 있다. 조선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이강주, 지역별 생강막걸리와 생강 증류주는 모두 생강의 매운 향과 따뜻한 기운을 술에 담으려는 시도다. 생강술은 과음을 권장하는 술이 아니라, 적량의 음복을 통해 몸의 냉기를 덜고 순환을 돕는 ‘약선주’ 성격에 가깝다.
‘몸에 좋다’고 무조건 많이?…체질·질환 따라 주의해야
아무리 효능이 뛰어난 식재료라도 과하면 독이 된다. 생강 역시 하루 1~2잔 생강차, 혹은 요리 속 ‘조미용’ 정도가 적당하다. 진저롤과 쇼가올이 위액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과량 섭취 시 속쓰림·복통·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 열감기(고열·인후통이 심한 감기)에 걸린 경우에는 생강 섭취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위궤양·위염 환자는 공복에 진한 생강차를 마시는 것을 피하고, 식후에 소량 섭취하는 편이 안전하다.
생강은 혈액순환을 돕는 특성 탓에 항응고제·항혈소판제 등을 복용 중인 사람, 치질이나 출혈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의료진과 상의 후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생강은 독감·감기를 막는 ‘만능 백신’은 아니지만,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섭취했을 때 체온 유지와 면역 관리에 확실한 도움을 주는 식재료”라고 입을 모은다.
독감 환자가 급증하는 올겨울, 두꺼운 외투를 하나 더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속을 데우는 일’이다. 따뜻한 생강차 한 잔, 김장 속에 숨은 생강 한 줌이 우리의 몸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자,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할 겨울 건강 전략이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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