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효일의 밥상뒤집기]④ 오마카세의 인기는 어디서 나왔나

류효일 칼럼니스트

cnc02@hnf.or.kr | 2026-07-28 15:01:11

일식 초밥집에서 유래한 주문 방식
메뉴 선택을 셰프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대화를 통한 ‘경험 권력’으로 신뢰를 소비
오마카세(お任せ)는 일본어로'맡기겠습니다'라는 뜻이다. 손님이 메뉴를 직접 고르는 대신 셰프에게 선택을 맡기는 주문 방식이다.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류효일 칼럼니스트] 한때 좋은 식당의 기준은 맛이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맛은 기본이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식당의 가치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소비하고 돌아온다. 오마카세의 인기는 바로 이 변화 위에서 탄생했다.

오마카세(お任せ)는 일본어로'맡기겠습니다'라는 뜻이다. 손님이 메뉴를 직접 고르는 대신 셰프에게 선택을 맡기는 주문 방식이다. 그 뿌리는 17세기 일본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계절과 어획량에 따라 식재료가 달라졌고, 단골들은"오늘 가장 좋은 것으로 부탁한다"며 셰프의 안목을 신뢰했다. 신선한 재료를 가장 좋은 순서로 내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였던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마카세는 1970~1980년대 일본 경제 성장기와 함께 고급 스시집에서 완성됐다.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셰프와 손님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한 점씩 음식을 내며 식사의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음식을 만드는 기술만큼이나 시간을 연출하는 능력이 중요한 서비스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고급 일식당을 중심으로 소개됐지만 대중적인 문화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오마카세'보다 '추천 코스'나 '특선 코스'라는 표현이 익숙했다. 변화는 2016년 전후부터 시작됐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과 파인다이닝(고급식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인증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마카세는 특별한 경험을 상징하는 외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예약 플랫폼의 성장과 해외 미식 문화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지며 빠르게 대중화됐다.

2020년대에는 스시를 넘어 한우, 디저트, 커피, 칵테일, 전통주까지 오마카세의 영역이 넓어졌다. 이제 오마카세는 특정 음식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구성을 맡기는 서비스 방식'을 의미하는 하나의 브랜드 언어가 되었다.

오마카세가 경험 권력이 되는 과정  사진 = 류효일 칼럼니스트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이 현상을 설명할 때 외식업계에서 자주 인용하는 것이 조셉 파인2세와 제임스 길모어가 1999년 발표한 '경험경제(The Experience Economy)' 이론이다. 두 저자는 상품과 서비스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기업이 고객의 기억 속에 남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오마카세는 경험경제를 가장 잘 구현한 외식 모델이다. 셰프는 요리사가 아니라 경험을 연출하는 기획자가 되고, 식당은 식사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무대가 된다. 손님은 메뉴를 고르는 대신 셰프를 선택하고, 음식보다 이야기를 기대한다. 계절 식재료에 담긴 설명, 조리 과정을 바라보는 시간, 한 점씩 이어지는 리듬, 셰프와의 짧은 대화까지 모두가 경험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오마카세의 가격은 음식의 원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지불하는 것은 생선 한 점이나 한우 한 접시가 아니라 신뢰와 희소성, 그리고 기억이다. 같은 식재료라도 누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순서로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가 만들어지는 이유다.

결국 기억되는 것은 맛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좋은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한다. 소비자는 결국 기능보다 이야기를 기억하고, 맛보다 관계를 기억한다.

오마카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을 먹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제 외식은 맛의 경쟁을 넘어 경험의 경쟁이 되었고,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맛은 혀에서 끝난다. 그러나 경험은 오래도록 사람 사이에 남는다. 그것이 오마카세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경험 권력'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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