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한파에 체온 올리는 식탁, ‘부추’가 빠질 수 없는 이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23 18:02:21
생으로 더 좋은 성분도…따뜻한 채소의 ‘섭취 요령’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서 체온 올리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몸이 따뜻해지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혈액순환이 둔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지기 쉬운 데다, 연말연시 잦은 회식과 기름진 식사로 간이 피로해지기 쉽다. 이럴 때 한국인의 밥상에서 빛을 발하는 채소가 있다. 바로 부추다. 특유의 알싸한 향과 은근한 단맛으로 전·겉절이·국·만두소까지 활용도가 높지만, ‘간에 좋은 음식’이라는 평판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부추는 겨울을 제외하면 비교적 긴 기간동안 수확이 가능한 다년생 채소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친숙하게 먹어온 식재료다. 지역에 따라 부채, 부초, 정구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것도 그만큼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해왔다는 뜻이다. 한의학 고전인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에서 부추를 몸을 덥히고 기운을 북돋는 채소로 다룬 기록이 전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에 좋다’는 말의 근거, 피로와 해독을 돕는 영양 조합
간 건강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생활이 누적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되지만, 그럼에도 간이 지치기 쉬운 계절에는 회복을 돕는 식재료가 든든한 편이 된다. 부추가 주목받는 지점은 특유의 향을 만드는 유황 화합물(알리신 계열)과 비타민, 그리고 미네랄의 조합이다. 유황 화합물은 마늘·파·양파처럼 향이 강한 채소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성분군으로, 체내에서 항산화·항염 반응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은 독소를 처리하고 대사를 조율하는 ‘중앙 처리 장치’이기 때문에, 산화 스트레스가 쌓이면 피로감이 쉽게 커진다. 부추의 향 성분이 ‘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체감이 생기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 부추에는 베타카로틴(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과 비타민 C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항산화 비타민은 면역 균형과 점막 보호에 관여해 겨울철 감기 시즌의 식탁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철분·칼륨·칼슘 같은 무기질도 함께 들어 있어,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미네랄 보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칼륨은 나트륨 배출과 체액 균형에 관여해 짠 음식이 많은 한국인의 식단에서 의미가 있다.
몸을 덥히는 채소의 장점, 혈액순환·통증 완화와의 연결
부추는 흔히 ‘따뜻한 성질’의 채소로 불린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보면, 향 성분과 영양 조합이 혈류 흐름과 대사 리듬을 ‘깨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말초혈관이 수축하며 손발 저림이나 냉증이 심해지기 쉬운데, 이때 향신 채소를 곁들이면 식사 만족도가 올라가고, 따뜻한 국물·단백질과 함께 먹을 때 포만감도 좋아진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진통 완화’에 대한 민간적 경험이다. 부추를 먹으면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 들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며 생리통이나 몸살 기운이 덜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추가 ‘약’이 아니라 ‘식재료’라는 점이다. 통증이나 증상이 지속된다면 의료적 점검이 우선이고, 부추는 생활 관리의 보조선에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으로 먹을까 익혀 먹을까
부추는 생으로 먹을 때와 익혀 먹을 때 장점이 다르다. 생부추는 향 성분과 비타민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어 겉절이나 무침으로 즐기기에 좋다. 반대로 익히면 향이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살아나 국·전·볶음에서 먹기 편해진다. “부추의 핵심 성분은 열에 약하다”는 말이 있어 생식이 더 낫다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식생활에서는 소화 부담과 섭취량, 개인 체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위장이 예민한 사람은 공복에 생부추를 많이 먹기보다, 따뜻한 요리에 소량부터 시작하는 편이 편안하다.
궁합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름진 육류와 부추는 고전적인 조합인데, 부추의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식욕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반대로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량을 줄이는 사람이라면, 부추가 입맛을 돋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건강식’이라도 나에게 맞는 섭취 방식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부추는 수분이 많아 쉽게 무른다. 구입 후 2~3일 내 섭취를 목표로 하고, 키친타월로 감싸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신선함이 오래간다. 한 번에 다 먹기 어렵다면 잘게 썰어 냉동해 국이나 볶음에 ‘고명’처럼 쓰는 방법도 실용적이다.
겨울은 몸이 움츠러드는 계절이지만, 식탁은 오히려 더 따뜻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한파에 지친 몸을 단숨에 바꾸는 비법은 없지만, 매 끼니의 작은 선택이 컨디션을 만든다. 오늘 장바구니에 부추 한 단을 더해보자. 간이 덜 무겁고, 속이 조금 더 가벼운 그리고 몸은 더욱 따뜻해지는 겨울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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