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삶느냐 찌느냐… 항암력은 조리법이 결정한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23 18:33:08

비타민과 설포라판의 슈퍼 시너지, 브로콜리를 가장 건강하게 먹는 법
올바른 세척과 조리로 완성하는 ‘초록 항암 식탁’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채연 기자] 브로콜리가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지만,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효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 연구팀은 브로콜리의 조리 방법별 영양소 변화를 비교한 결과, “삶는 방식은 설포라판의 80% 이상을 잃게 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가볍게 찌거나 생으로 섭취했을 때 항암 성분이 가장 오래 유지됐다. 즉, 브로콜리는 ‘얼마나 뜨겁게’보다 ‘얼마나 짧게’ 조리하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항암과 면역의 대표 채소, 브로콜리의 효능

브로콜리는 단순한 채소가 아닌 항암 슈퍼푸드다. 설포라판(Sulforaphane)은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체내 염증을 완화하며 세포 손상을 막는다. 비타민 C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피부 노화 속도를 늦추고, 비타민 A와 루테인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브로콜리 반 컵에는 오렌지보다 더 많은 비타민 C가 들어 있으며, 칼륨·철분·식이섬유도 풍부해 면역력 강화, 혈압 조절, 장 건강 개선에 모두 효과적이다.

줄기 또한 버려서는 안 된다. 브로콜리 줄기에는 비타민 C, 비타민 A, 칼륨이 풍부해 면역 기능을 높이고 혈관 건강을 지켜준다.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 줄기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위에서 생성되는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아민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

설포라판을 살리는 ‘조리법의 과학’

브로콜리를 너무 오래 익히면 설포라판을 만드는 효소 ‘미로시나아제(Myrosinase)’가 파괴된다. 연구진은 “끓는 물에 오래 삶으면 설포라판의 88%가 손실되지만, 4~5분간 찌면 효소 활성과 항산화 성분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볶는 조리법에서는 약 36%, 찜에서는 20% 정도의 손실이 있었고, 생으로 먹을 때 가장 많은 영양소가 보존됐다.

효소 활성은 공기와의 접촉에서도 증가한다. 브로콜리를 자른 후 3~5분간 그대로 두면 미로시나아제가 활성화되어 설포라판 생성이 늘어난다.

조리 전 미리 썰어두는 단순한 습관 하나가 항암 효능을 높이는 비결이다. 브로콜리를 양파와 함께 볶으면 비타민 C 흡수율이 높아지고, 오징어와 함께 데쳐 먹으면 오징어의 타우린과 식이섬유가 만나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살짝 데친 브로콜리와 오징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전통적인 한 접시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깨끗이 씻는 것이 첫 번째 영양법

브로콜리는 잔꽃 구조 속에 농약 잔여물이 남기 쉬워, 세척 과정이 곧 건강의 첫걸음이다. 먼저 큰 그릇에 물을 받아 브로콜리의 잔꽃 부분을 아래로 해 10분간 담가두면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이때 집게로 고정해두면 좋다.

이후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헹구고, 물 1리터에 소금 1~2큰술을 넣어 5분간 담가두면 농약 제거 효과가 커진다. 소금 대신 식초 2큰술을 넣은 물에 5~10분 담갔다가 깨끗이 헹궈도 좋다.

단, 세척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이렇게 먹으면 가장 좋다

브로콜리는 생으로 먹을 때 항암력, 가볍게 쪄 먹을 때 면역 강화, 볶을 때 혈관 건강에 각각 유익하다. 즉, 한 가지 방식보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때 건강 효과가 배가된다.

- 샐러드용: 생으로 썰어 레몬즙·올리브오일과 함께 섭취

- 데침용: 끓는 물에 1분, 찬물에 헹궈 색과 식감 유지

- 찜용: 김이 오른 찜기에 4~5분

- 볶음용: 양파, 새우, 오징어 등 단백질 식품과 함께


브로콜리는 ‘자연이 만든 항암제’로 불린다. 짧은 찜, 올바른 세척, 그리고 밥상 위의 작은 습관이 몸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하루의 피로를 덜어내고 싶다면, 오늘 저녁엔 브로콜리 한 송이를 삶지 말고 살짝 쪄서 식탁에 올려보자. 초록빛 한 입이 세포의 활력을 깨워줄 것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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