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김준호 셰프의 Think About> 한국음식의 유산과 재발견
김준호
mino23k@lotte.net | 2021-02-13 09:55:55
나 또한 요리사로써 더 나은 경험을 쌓기 위해 유학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 중식을 시작하면서 중국본토(사천요리대학교)와 일본의(TSUJI Culinary Institute)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다. 그 중 츠지조 요리학교의 원서는 지금도 내방 서재 한곳에 놓여져 있다. 그때, 나의 고민은 조리를 시작할 때가 아니라, 조리를 4년 정도 하고 있을 무렵의 고민이었기에 어느 정도 실천이 가까운 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다.
사천요리학교는 목표이고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해야 했기에 언어연수과정을 알아보았고, 일본은 어렵게 학교에 연락하여 원서를 받아 놓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조리사와 조리학도들 또한 이런 유학에 대한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외국에서의 요리사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관심들…. 나쁘지 않다. 스스로 조리사를 인생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생각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후배들이 물어본다면 좀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좀더 많은 것을 가지고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인 조리사라면 내가 먼저 지니고 있어야 할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 보라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늘 먹는 한국음식에 대해 스스로 생각 해 본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나의 가장 큰 조리지식을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어릴 때부터 먹었던 어머님의 음식과 한국에서 먹는 다양한 한국음식을 말이다. 어머님이 엿기름과 설탕, 고춧가루를 이용해서 고추장을 만드실 때, 그 많은 콩을 커다란 솥에 넣고 삶으시면서 행여나 탈까 부뚜막 앞에서 매운 연기를 대하시며 메주를 띄우고 간장을 담고,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도 멸치를 소금에 절이고 젓국을 띄우실 때, 추운 엄동설한에도 달걀을 염수에 띄워 가시며, 그 많은 배추를 손수 절여 김장을 하실 때, 이 모든 기억들이 나의 소중한 스승이자 외국인들이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음식의 대단한 기술이자 레시피다.
생각 해 보라! 한국인 양식 셰프가 만드는 파스타나, 한국인 일식 셰프가 만드는 스시나, 한국인 중식 셰프가 만드는 불도장이나 이 모두가 한국음식을 기억하는 그들의 혀를 통해 재생산 되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로 인해서 더욱 그 본고장에서 먹어본 적이 없고 먹을 수도 없는 더욱 새롭고 흥미진진한 요리가 선사되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이끌어 내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을 해내었다면 그것은 찬사와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언정 오랫동안 기억 되지는 못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기억되지 않는 음식은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
먼저 내가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나의 소중한 유산을 발견하고 이를 기억해 내는 소중한 2021년의 2월을 보내고 계획하는 셰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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