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핏제리아루카네 김삼호 셰프.“내일도 오늘보다 조금 더 맛있는 피자를 굽고 싶다”

안정미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5-12-29 09:40:23

- 국내 최초 ‘2025 PIZZA DOC AWARDS’ 수상

[Cook&Chef = 안정미 기자] 양평의 한적한 길가, 화려한 풍경도 번화한 상권도 아닌 곳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피자집이 있다. 이탈리아 남부의 공기를 옮겨 놓은 듯한 아늑한 이곳 ‘핏제리아루카네’에는 화덕 피자가 구워지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화덕 앞에는 30년 가까운 시간을 오직 ‘나폴리 피자’에 바쳐온 한국 최초 나폴리 피자 마스터 김삼호 셰프가 서 있다. 

국내 최초 나폴리 피자 마스터 셰프 

핏제리아루카네 입구에 들어서다 보면 큰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오너셰프인 김삼호 셰프의 수상 소식이다. 지난 12월 10일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 나폴리의 몬스트라 돌트라마레에서 열린 나폴리 피자의 정통성을 잇는 ‘2025 PIZZA DOC AWARDS’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김삼호 셰프가 ‘Best International Pizza Maker’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대한민국 최초라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이번 수상은 김삼호 셰프에게 큰 감동과 영광일 뿐 아니라 피자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뜻깊은 상이다. 이번 수상은 그가 나폴리 피자의 정통성을 지키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받고, 나폴리 피자의 가치와 문화를 알려온 데에 대한 값진 결실이기도 해 김셰프에게 더욱 의미가 크다. 그런데 ‘국내 최초 피자 마스터 강사 셰프 인증’이라는 타이틀과 국내 최초의 국제 수상을 거머쥐면서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다짐하는 그이기에 그의 피자 인생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어 교재 한 권에서 시작된 여정

그런 그의 하루는 여전히 반죽으로 시작하고 불 앞에서 끝난다. 세계적인 상을 받았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도 똑같이, 아니 이전보다 더 집중하려고 한다는 김삼호 셰프. 그의 ‘셰프의 삶’은 그저 ‘요리를 좋아했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의 출발점은 일을 시작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요리로 만난 이탈리아였지만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이탈리아 요리를 더 알고 싶고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그는 요리보다도 먼저 이탈리아어 공부가 절실했다. 그 시절 그저 이탈리아어 책 한 권으로 그는 퇴근 후 모든 시간을 언어 공부에 할애할 정도였다. 

누군가의 추천도, 뚜렷한 계획도 없었다. 다만 혼자 생각했던 “본토의 요리는 무엇이 다를까”라는 질문 하나가 그를 계속해서 책 앞으로 불러 앉혔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그를 이탈리아로 이끌었다. 김셰프는 결국 요리학교에 입학했고, 현지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배우며 이탈리아 음식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건 시간이 지나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의 셰프가 됐을 때에도 그의 공부는 계속됐다는 점이다. 한 번의 유학으로 끝나지 않고, 현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본토의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학구열로 몇 번의 유학을 더 떠났고, 그 결과 한국 최초의 나폴리 피자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진심 놀라울 정도다. 

피자,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요리

“피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복잡한 요리입니다.”

김삼호 셰프가 나폴리 피자에 깊이 빠져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 밀가루, 소금, 이스트. 단 네 가지 재료로 만들어지는 ‘도우’지만 반죽의 숙성, 손의 압력, 불의 온도, 굽는 타이밍까지 조금만 어긋나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는 나폴리의 베라 피자 협회에서 전통 나폴리 피자를 정식으로 배우고, 다시 Pizza DOC 국립피자학교에서 현대적인 나폴리 피자를 공부했다. ‘정통을 알아야 바꿀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정통 나폴리 피자에 ‘현대적 맛’을 덧붙여 더욱 맛있는 피자를 고객들에게 선사하는 원동력이 됐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현대적’이라는 것은 가벼움과 편안함이란다. 피자의 도우는 부드럽고 쫀득하며, 먹고 난 뒤에도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그의 피자로 증명하고자 한다. 아니 증명하고 있다. 이에 그의 도우는 다른 곳에 비해 소화가 편안하다. 이는 핏제리아 루카네를 찾는 중장년층 고객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양평이라는 선택 

‘핏제리아루카네’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외곽의 뷰가 끝내주는 곳에 위치한 상업적 느낌이 강한 레스토랑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인기 있는 나폴리 피자 전문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을까. 

처음부터 양평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의정부에서 시작했던 그의 나폴리 피자의 시작은 사실 여러가지 사정 끝에 문을 닫아야만 했지만, 뛰어난 실력과 보장된 맛이 있었기에 양평에서 순조롭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양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양평의 자랑이 되면서 그의 피자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게 몇 해 지나 또 한 번의 만기가 다가오게 됐고, 그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그의 피자를 사랑하는 고객들이 그를 강하게 붙잡았다.

“꼭 양평에서 해 주세요. 어디든 따라갈게요.”

진심을 담은 그 말들에 그는 다시 양평에 화덕을 마련했다. 그렇게 풍경 좋은 관광지도, 강이 보이는 자리도 아니지만 지금의 그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좋은 위치보다 중요한 건 그가 좋아하는 요리를 찾아주는 이들을 위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계속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다는 김삼호 셰프. 그의 화덕은 그렇게 고객들에게 최상의 맛을 지속적으로 선물하려는 그의 마음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듯 하다. 양평의 조용한 골목에서, 나폴리는 그렇게 살아 있다.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같은 재료라도 전혀 다른 맛이 나옵니다.”

김삼호 셰프가 말하는 요리의 핵심은 세 가지다. 지식, 열정, 그리고 집중력. 여기서 특히 그는 ‘순간의 집중력’을 강조한다. 피자는 불을 다루는 요리이고, 1분 남짓한 시간 안에 모든 결정이 내려진다. 그 짧은 집중의 반복이 수십 년의 시간을 만들었다. 그 시간 안에 김삼호 셰프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 핏제리아 루카네는 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요리 철학 뿐 아니라 시간과 열정, 모든 것이 담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를 묻는 질문에 그는 쉽게 답하지 않는다. ‘핏제리아루카네’의 모든 메뉴가 자신있기 때문이냐 되물은 물음에 그는 “모든 피자가 같은 마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우문현답이었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것이 없어도 될만큼 그의 모든 메뉴에는 그가 담겨있다 생각된다. 여전히 고민하고, 여전히 반죽을 가장 잘 만지는 김삼호 셰프. 세계적인 상을 받았지만 그의 목표는 의외로 소박하다.

“내일도 오늘보다 조금 더 맛있는 피자를 굽는 것.”

양평의 조용한 화덕 앞에서 김삼호 셰프의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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