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생활 지침에 김치가 등장한 이유…5년 만의 전편개편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6-01-19 18:10:08
‘역피라미드’로 바뀐 미국 식단, 식탁의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
[Cook&Chef = 송채연 기자] 미국 정부가 5년 만에 국가 식생활 지침을 전면 개편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핵심은 분명하다. “가공된 식품이 아니라, 진짜 음식을 먹어라.” 미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은 기존의 식사 구조와 권고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영양 권고의 수정이 아니다. 학교 급식, 군 급식,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 등 연방 정부가 관여하는 모든 식생활 정책의 기준이 되는 만큼, 미국인의 일상적인 식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백질의 위상이다. 새 지침은 단백질 섭취를 식단의 중심에 놓았다. 체중 1kg당 하루 1.2~1.6g 수준의 단백질 섭취를 제시하며, 기존 권고보다 체감상 크게 상향됐다. 시각 자료 역시 이를 반영해 단백질과 지방, 유제품이 상단에 배치된 ‘역피라미드’ 구조를 택했다. 통곡물과 정제 탄수화물 중심이던 과거의 식단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와 함께 붉은 고기와 전지방 유제품, 버터나 소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도 ‘조건부 허용’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오랜 기간 ‘줄여야 할 대상’으로 분류됐던 식품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다만 이는 특정 식품을 많이 먹으라는 의미라기보다, 단백질과 지방을 지나치게 기피하던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식사의 밀도와 포만감을 회복하자는 취지에 가깝다.
반대로 이번 지침에서 가장 강하게 배제된 것은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 과자, 가공식품, 인공 감미료가 포함된 제품들은 사실상 ‘식단에서 밀어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됐다. 미국 정부는 이들 식품이 미국인의 전체 섭취 열량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만과 당뇨,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지침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대목은 ‘장 건강’이다. 새 가이드라인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전신 건강의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이를 돕는 식품으로 발효식품을 공식 권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치가 처음으로 미국 정부의 식생활 지침에 이름을 올렸다. 김치와 함께 사우어크라우트, 케피어, 일본식 된장 등도 언급되며, 발효식품이 하나의 식단 범주로 묶였다.
김치의 등장은 상징적이다. 특정 국가의 전통 음식이 아닌,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발효식품의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이 장 건강을 해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김치는 ‘회복의 식품’으로 호명된 셈이다.
물론 논란도 적지 않다. 붉은 고기와 포화지방이 시각적으로 상단에 배치되면서 자칫 과도한 섭취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와 배치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번 개편을 “현실적인 전환”으로 평가한다. 정제 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을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식사의 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단백질과 지방을 재배치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식단 지침이 실제로 미국인의 식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방향이다. 저지방·저칼로리 중심의 추상적인 권고에서 벗어나, 무엇을 덜 먹고 무엇을 더 먹을지에 대한 메시지가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진짜 음식을 먹어라”는 이번 지침의 핵심 문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가공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식재료, 조리 과정을 거친 집밥에 가까운 식사를 국가 차원에서 다시 호출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김치가 그 문장 안에 들어간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에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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