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상, 서구권은 이제…英 인디펜던트 '내장육 섭취해라'
조서율 기자
cnc02@hnf.or.kr | 2025-11-05 16:49:47
[Cook&Chef = 조서율 기자]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현지시각 3일 서구권 육류 소비자들이 내장육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권은 이미 내장육을 포함한 다양한 부위를 활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서구권의 내장육 소비가 화두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내장육을 먹어야 하는가
서구권의 육류 소비자들은 주로 살코기만 섭취하고, 내장육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도 양의 위에 속재료를 채워 끓인 해기스'Haggis', 피를 주재료로 한 블랙푸딩 'Black Pudding'처럼 내장을 이용한 요리가 있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다.
맛과 식감, 위생 문제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으로 여겨지며, 내장육이 저급한 고기라는 잘못된 인식도 있다. 인디펜던트지가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더 신경 쓰는 사람일수록 내장육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이미지 관리(impression management)’가 음식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영국에서는 ‘코에서 꼬리까지(nose-to-tail)’ 먹는 식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이 문화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동물의 희생을 존중하기 위해 등장했다. 웨일스 스완지대 사회심리학 박사과정 연구원 테네시 랜들은 “내장 섭취를 늘리면 도축되는 동물 수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내장에는 건강상의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장육에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필수 지방산이 풍부해 일반 고기보다 영양소가 더 많다. 예를 들어 간 100g에는 하루 권장 철분의 약 36%가 들어 있는 반면, 같은 양의 다진 고기에는 약 12% 수준에 불과하다.
인디펜던트지는 이런 내장육 섭취의 장점들을 언급했다. 덧붙여 내장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진 고기 등 익숙한 요리 내장육을 섞어 조리하는 것(mince enriched with offal)을 추천했다. 이러한 접근이 내장육 소비를 늘리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돼지는 버릴게 없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먹고 있었다.
아시아권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예로부터 껍질과 내장, 뼈까지 모든 부위를 낭비하지 않고 먹어왔다. 우리나라는 곱창, 순대, 소머리국밥 등 내장육을 활용한 음식의 쫄깃하고 고소한 풍미를 즐겨왔다. 이러한 식습관은 동물의 모든 부위를 활용해 건강과 영양을 챙기면서도 음식물 낭비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이미 내장식문화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한국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최근 들어 환경 보호와 건강 증진을 이유로 내장육 소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가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된다.
전 세계 식문화가 교류하면서, 인류는 건강한 식재료 선택, 환경 보호, 생태계 보전 등 여러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힌트는 때로 다른 나라의 식탁에서 찾을 수 있으며, 내장육을 포함한 다양한 부위의 활용 역시 그중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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