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명절 끝 몸속을 리셋하는 가장 쉬운 방법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10 09:53:37
매일 반 개~한 개, 작지만 강력한 사과의 혈관 건강 효과
[Cook&Chef = 송채연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면 식탁과 냉장고는 언제나 비슷한 풍경을 보여준다. 기름에 부친 전과 갈비찜, 남은 송편과 나물, 그리고 한켠에 놓인 사과 한 상자. 명절 내내 이어진 고지방·고탄수화물 식단은 몸을 무겁게 만들고, 혈당과 혈관 건강에도 적신호를 켜기 쉽다. 하지만 추석 잔칫상 끝자락에 남은 ‘사과 한 알’이,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닌, 우리 몸의 대사를 다시 세우고 혈관 건강을 회복시키는 ‘작은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 혈관 건강의 ‘보이지 않는 적’
명절 음식이 건강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기름을 넉넉히 사용한 전과 갈비찜은 포화지방을 높여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동맥벽에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송편, 떡, 한과처럼 흰쌀·밀가루 기반의 정제 탄수화물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또 다른 원인이다. 특히 식사 후 떡을 후식으로 먹는 습관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거의 두 배까지 끌어올려 혈관 내 지방 축적을 가속한다. 이처럼 고지혈증과 당뇨병, 대사증후군은 모두 ‘잘못된 식습관’에서 시작된다.
사과의 반전 매력 ‘혈관 청소부’이자 ‘중성지방 저격수’
이때, 명절 뒤 냉장고 속 사과 한 알이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사과의 핵심 성분인 펙틴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장에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킨다. 이는 혈중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혈관 내벽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사과 껍질과 과육에 풍부한 케르세틴은 강력한 항산화 플라보노이드로, 혈관 내 염증을 줄이고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케르세틴은 LDL이 산화되는 과정을 억제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소판 응집을 감소시켜 혈전 형성 위험도 낮춘다.
이밖에도 사과에는 폴리페놀, 클로로겐산, 카테킨 등이 함유돼 있어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하고 혈류를 원활히 만들어준다. 이런 복합적인 작용이 바로 사과가 ‘혈관 청소부’라 불리는 이유다.
혈당 관리·체중 조절까지 사과 한 알이 만드는 ‘대사 리셋’
사과의 효능은 혈관을 넘어 대사 전반으로 확장된다. 펙틴은 장에서 당 흡수를 지연시켜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꾸준히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사과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과식을 방지하고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하루 한 개의 사과를 섭취한 사람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5%, 뇌졸중 위험이 27% 감소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과를 하루 2개 이상 먹는 사람들의 제2형 당뇨병 위험이 36% 낮아졌다는 결과도 있다.
껍질째, 하루 1개 이내로
사과를 ‘건강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섭취 방법도 중요하다. 껍질에는 케르세틴과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집중돼 있으므로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이상적이다. 주스나 즙 형태보다는 통째로 씹어 먹어야 혈당 급상승을 막고 포만감도 높일 수 있다.
과일이지만 당분이 포함돼 있으므로 하루 1/2~1개 정도가 적당하며, 견과류나 요거트와 함께 섭취하면 혈당 관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아침 공복보다는 식후 1~2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
사과 한 알, 명절 뒤 건강 회복은 작은 습관에서
명절의 기름진 음식과 폭식은 잠깐이지만, 혈관 속 변화는 오랫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남은 사과 한 알을 꾸준히 챙겨 먹는 작은 습관이 그 변화를 되돌리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혈관을 청소하고, 혈당을 낮추며, 체중을 조절하는 힘. 그것이 사과가 가진 진짜 가치다.
“하루 한 알의 사과가 의사를 멀리한다”는 오래된 말은 과학적으로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연휴의 끝,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냉장고 속 사과부터 꺼내보자. 그것이 건강을 다시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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