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다이어트 식품’의 오해를 걷어내면 보이는 고구마의 진짜 효능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27 16:41:48
조리법과 먹는 타이밍만 바꾸면, 혈당 부담은 낮추고 포만감은 길어진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겨울이 오면 고구마는 늘 ‘간식’ 칸으로 밀려난다. 편의점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군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함이 먼저 올라오고, 그 다음엔 체중이 늘진 않을지에 따른 걱정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영양학의 렌즈로 고구마를 다시 보면, 이 뿌리채소는 단순한 계절 디저트가 아니다. 탄수화물만 많은 식품이 아니라,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고르게 들어 있는 ‘영양 밀도 높은 자연식품’에 가깝다. 말하자면, 한 가지 재료만으로도 한 끼의 중심을 맡을 수 있는 밥상형 식품이다.
고구마의 장점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구성’에서 드러난다. 포만감을 만드는 탄수화물이 기본을 잡고, 그 위에 소화와 배변을 돕는 식이섬유가 층을 쌓는다. 여기에 칼륨, 칼슘 같은 미네랄이 밸런스를 맞추고, 색깔이 진해질수록 항산화 성분이 힘을 보탠다. 현대인이 자주 겪는 피로, 붓기, 변비, 면역 저하 같은 생활 리듬의 흔들림을 생각하면, 고구마는 ‘가볍게 먹는 간식’이 아니라 ‘매일의 컨디션을 설계하는 재료’로 읽힌다.
색깔이 곧 영양이다… 항산화 성분이 몸의 속도를 늦춘다
고구마를 ‘완전식품’이라고 부를 때 가장 설득력 있게 등장하는 키워드는 항산화다. 고구마의 껍질과 속살은 색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자색 고구마에 많은 안토시아닌은 산화 스트레스를 낮추는 대표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 손상과 노화의 속도는 ‘활성산소’라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안토시아닌은 이 불씨를 낮추는 쪽에 기여한다. 블루베리가 항산화 식품으로 이야기될 때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주황빛이 도는 고구마 속살엔 베타카로틴이 눈에 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면역 기능 유지에 관여하고, 피부와 점막 같은 ‘몸의 방어벽’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겨울철엔 건조함과 한파로 컨디션이 쉽게 흔들리는데, 이때 따뜻한 조리로 먹는 고구마는 단맛만이 아니라 ‘회복을 돕는 영양’까지 함께 건넨다.
그리고 고구마를 자를 때 보이는 유백색 즙, 흔히 ‘얄라핀’으로 알려진 성분은 고구마를 장 건강 식품으로 인식하게 만든 요소다. 장운동을 돕고 배변 리듬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고구마가 ‘효자 식품’으로 회자되는 배경이 된다.
고구마는 붓기와 혈압의 균형추
짠 음식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식생활에서 고구마의 칼륨 함량은 실용적이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쪽으로 알려져 있어, 붓기 관리나 혈압 균형을 신경 쓰는 사람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특히 겨울엔 활동량이 줄고, 국물·찌개처럼 나트륨 섭취가 늘기 쉬운데, 이때 고구마를 간식이 아니라 ‘식사 구성의 일부’로 넣는 방식은 식단을 더 안정적으로 만든다.
칼슘 역시 고구마의 ‘숨은 강점’으로 자주 언급된다. 절대량만 놓고 보면 칼슘이 압도적으로 많은 식품은 아니지만, 꾸준히 먹을 때 뼈 건강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여기에 비타민 E가 항산화 측면에서 힘을 보태고, 비타민 C는 조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는 편으로 알려져 있어 익혀 먹는 고구마는 영양이 사라진다는 단정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혈당이 걱정이라면 ‘굽기보다 찌기’
고구마의 장점이 많다고 해도, 탄수화물 식품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먹느냐’가 곧 건강 효과의 크기를 좌우한다. 특히 혈당 관리를 신경 쓰는 사람에겐 조리법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튀김은 피하는 편이 낫고, 삶거나 찌는 방식이 부담을 낮추는 선택지로 권장된다. 구운 고구마의 달콤함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조리 과정에서 전분이 당으로 더 쉽게 변하며 체감상 더 ‘달게’ 느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같은 양을 먹어도 몸이 받아들이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맛의 방향’이 ‘혈당의 방향’과 연결된다는 점을 기억할 만하다.
먹는 타이밍도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밥을 먹은 직후 디저트로 고구마를 더하면, 결국 탄수화물 위에 탄수화물을 얹는 구조가 된다. 반대로 오후 간식으로 고구마를 배치하면, 저녁 식사량을 과하게 끌어올리지 않으면서 포만감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고구마가 사랑받아 온 이유도 사실은 ‘칼로리’ 하나가 아니라 ‘포만감의 지속력’에 가깝다.
무·동치미가 옆자리를 지킨 이유
고구마를 먹고 더부룩함이나 가스가 불편한 사람도 있다. 이때 필요한 건 고구마를 끊는 결심보다 ‘조합의 지혜’다. 오래전부터 고구마와 함께 깍두기나 동치미를 곁들이는 식탁의 습관은, 단순한 입맛의 조합이 아니다. 무는 소화를 돕는 쪽으로 알려진 성분을 갖고 있어, 고구마의 포만감이 ‘편안함’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결국 고구마는 단독 플레이어라기보다, 곁들이는 한두 가지 재료에 따라 훨씬 ‘친절한 식품’이 된다.
고구마의 이야기는 영양소 표를 넘어 역사로도 이어진다. 고구마는 원래 남아메리카 쪽에서 재배가 시작되어 바다를 건너 여러 지역으로 퍼졌고, 동아시아권에는 비교적 늦게 자리 잡았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과정은 ‘흉년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보관과 조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고구마는 굶주림이 반복되던 시대에 백성의 겨울을 버티게 한 구황작물로 평가받아 왔다.
그 시절 고구마는 ‘살을 빼는 음식’이 아니라 ‘살아남게 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고구마가 더 흥미롭다. 과거엔 생존의 식품이었고, 지금은 웰빙 식품으로 재해석된다. 뉴욕 한복판에서 군고구마가 ‘가성비 좋은 든든한 점심’으로 소비된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것도, 결국 고구마가 가진 본질인 ‘가공을 많이 거치지 않은 자연의 단맛과 포만감’이 시대와 장소를 바꿔가며 통한다는 방증이다.
고구마는 소박하지만 영리하다. 항산화 성분으로 몸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칼륨과 식이섬유로 생활 습관의 흔들림을 다독이며, 조리법만 바꾸면 혈당 부담을 조절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먹을수록 마음이 안정되는 음식”이라는 감각은 단지 추억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받아들이는 포만감과 따뜻함이 만들어내는 결과일 수 있다. 고구마를 간식의 자리에만 두기엔, 이 뿌리 하나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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