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소비 늘어난 일본… 한국식 치즈 푸드가 젊은 층 사로잡은 이유는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2-01 12:18:00
치즈 소비 늘어나는 일본… 트렌드는 ‘체험형’으로
[Cook&Chef = 송채연 기자] 최근 일본 외식·간편식 시장에서 한국식 치즈 음식이 눈에 띄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매운맛으로 대표되던 K-푸드가 치즈와 결합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흡수하는 가운데, 일본의 식문화 변화와 SNS 기반 확산이 맞물리면서 시장 전반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치즈 소비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일상적 식재료로 안착했다.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일본 치즈 소비량은 36만t을 넘었고, 1인당 소비량도 2000년대 초반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특히 도쿄·가나가와·사이타마 등 수도권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소비량이 높아 치즈 메뉴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일본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보는 음식’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치즈가 늘어나는 장면, 단면을 드러냈을 때의 식감 대비, 제품을 손으로 뜯는 순간의 연출 등 시각적 요소가 소비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으로 떠올랐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소비자는 메뉴의 맛뿐 아니라 먹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특히 사진·영상 촬영이 쉬운 치즈 음식에 반응이 크다”고 말한다.
신오쿠보 줄 세운 한국식 치즈 핫도그… 소비는 ‘음식’ 넘어 ‘콘텐츠’로
한국식 치즈 핫도그는 일본에서 K-치즈 푸드 열풍을 견인한 대표 사례다. 도쿄 신오쿠보·시부야, 오사카 난바 등 젊은층 밀집 지역의 매장 앞에는 주말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 바삭한 튀김옷을 물었을 때 모짜렐라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장면은 SNS에서 수백만 회 공유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본 소비자에게 한국식 치즈 핫도그는 간식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에 가깝다. 먹는 과정 자체가 촬영 포인트가 되고, 이를 인스타그램·틱톡에 업로드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구조다.
십원빵(일본에서는 ‘10엔 빵’)도 비슷한 반응을 얻고 있다. 작은 빵 속을 가득 채운 흘러내리는 치즈는 일본 방송과 잡지에서 ‘한국의 최신 간식’으로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일본 젊은층 사이에서는 “한국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라면 시장 판도 흔든 ‘치즈 비국물’ 붐… K라면 제2 전성기 열어
K라면 시장에서도 치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은 SNS에서 1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히트를 기록했고, 치즈·크림 풍미를 통해 매운맛 장벽을 낮추자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 판매로 이어졌다.
이후 농심·오뚜기가 치즈 기반 비국물라면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농심 ‘신라면 툼바’는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출시 2주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됐고, 2025년 닛케이 트렌디 ‘히트상품 30’에 선정되며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오뚜기의 치즈볶음면은 대만·홍콩·미국 등 40여 개국에서 판매되며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비국물·치즈 조합은 기존 매운맛 중심 K라면의 이미지를 확장시키며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었다”며 “치즈는 해외 소비자가 한국 라면에 접근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시장에서 치즈가 K-푸드 확장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본 외식업계 관계자 A씨는 KOTRA 인터뷰에서 “일본 젊은층은 식품을 ‘보는 경험’으로 소비한다”며 “한국의 치즈 음식은 이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 카테고리”라고 평가했다.
K-푸드는 이미 매운맛으로 일본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치즈라는 새로운 맛 요소가 더해지며, 한국 음식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문화적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다. 치즈는 일본 소비자에게 여전히 낯설지만 매력적이며, K-푸드의 재미·체험·콘텐츠성을 극대화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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