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플라바놀이 뭐길래? 좌식 생활 속 건강 지키는 숨은 조력자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4 11:59:31

코코아·베리·사과 속 천연 성분… 좌식 생활의 혈관 손상 완화
바나나와 섞으면 효과 감소… 올바른 섭취법 중요해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패턴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혈류가 정체되고 혈관 반응성이 떨어지면, 작은 변화에도 심혈관계가 쉽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플라바놀(Flavanols)’이라는 성분이 이러한 손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잇달아 밝혀내고 있다. 책상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에게도, 체중 관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다.

장시간 좌식 생활, 플라바놀로 혈관 반응성 방어된다

플라바놀에 대한 관심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영국 버밍엄대 연구였다. 연구팀은 젊은 성인 남성에게 플라바놀 함량이 높은 코코아 음료를 제공하고, 두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한 뒤 팔·다리 동맥의 확장 반응을 측정했다.

플라바놀이 풍부한 음료를 마신 참가자들은 혈류가 유지되고 혈관이 정상적으로 확장됐지만, 함량이 낮은 음료를 마신 그룹에서는 동맥 확장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특히 이완기 혈압이 상승하는 경향까지 확인됐다.

연구팀은 플라바놀이 일산화질소(NO) 신호 전달을 활성화해 혈관 내피의 유연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내피 기능을 유지해 “오래 앉아 있을 때 발생하는 혈관 경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이 성분은 코코아뿐 아니라 사과, 베리류, 포도, 녹차 등 우리가 자주 섭취하는 식품에 널리 존재한다. 운동량이 적은 사람이라도 플라바놀 섭취가 혈관 건강 유지에 긍정적이라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항산화·혈류 개선·기분 완화… 전신에 작용하는 다층적 효능

플라바놀은 항산화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활성산소가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노화를 촉진하는 것을 막아 세포의 방어 능력을 높여준다.

특히 혈관 확장과 혈류 개선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혈관 기능이 1%만 떨어져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약 13%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혈관의 유연성은 건강의 핵심 지표다. 플라바놀은 이 과정을 직접 개선함으로써 심혈관계 보호에 기여한다.

코코아의 경우 플라바놀뿐 아니라 페닐에틸아민, 테오브로민 등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성분도 함께 들어 있어 스트레스 완화나 집중력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100% 코코아 파우더는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코코아 속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고, 공복 섭취 시 속쓰림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플라바놀 흡수 방해하는 ‘바나나 효과’… 섭취 조합도 중요

플라바놀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스무디나 건강식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더 발표됐다. 미국 UC 데이비스와 영국 레딩대 공동 연구팀은 바나나 속 ‘폴리페놀 산화효소(PPO)’가 플라바놀 흡수를 84%까지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베리류만 갈아 만든 스무디와 베리+바나나 스무디를 비교한 결과, 바나나가 들어간 스무디를 먹은 사람들의 혈중 플라바놀 농도는 현저히 낮았다.

플라바놀 섭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바나나는 피하고, 대신 파인애플·오렌지·망고처럼 PPO 활성이 낮은 과일과 함께 섞는 것이 좋다는 것이 연구진의 조언이다.

플라바놀은 특정 식품만을 강조하는 ‘유행 영양소’가 아니다. 연구를 통해 장시간 앉아 있을 때의 혈관 손상을 줄이고, 항산화·혈류 개선·기분 안정 등 여러 영역을 동시에 돕는다는 점이 비교적 일관되게 입증되고 있다.

끊임없이 책상 앞에 머무르는 현대인에게 플라바놀은 과한 기대를 품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건강 전략’이 될 수 있다. 커피가 부담스럽거나 심혈관 건강이 걱정되는 시기라면, 코코아 한 잔 혹은 베리 한 컵이 몸에 뜻밖의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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