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26 / 과거에도, 미래에도 ‘자연의 선물’로 남을 와인 이자디 엘 레갈로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3-04-14 06:41:51

[Cook&Chef=조용수 기자] 미래를 경험할수록 ‘나’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환경’의 변화를 걱정하는 때이다. 미세먼지와 이상고온으로 자연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더없이 경험하고 있는 시기이다. 와인은 이러한 시기에 오직 포도를 소재로 자연이 준 그대로의 것을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이자디 엘 레갈로’ 와인은 자연을 뜻하는 '이자디(Izadi)'와 '선물을 뜻하는 '엘 레갈로(El Regalo)'가 합쳐져 '자연의 선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와인은 1930년대 후반 스페인 전쟁이 끝난 이후 창업자 는 미래의 아내를 위한 선물을 만들기 위해 스페인 최고 와인 산지인 리오하의 790m의 최고도에서 ‘El Regalo’ 와인을 생산한 것이 시작이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디캔터(decanter)로부터 94점,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4점을 획득하면서 리오하 지역 프리미엄 와인 중 하나로 손 꼽히고 있다.

 

이자디 엘 레갈로 와인은 이자디 포도밭 내에서도 특정 구역, 즉 ‘엘 레갈로’라 불리는 ‘싱글 빈야드’ 구역에서 생산된 템프라니요 100%로 만들었다. ‘템프라니요’ 포도 품종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이다. 템프라니요를 기본으로 만든 와인은 보르도 와인과 달리 포도를 수확하고 여러 해 기다리지 않아도 훌륭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와인이 생산되는 리오하 지역은 포도 재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화한 기후, 적절한 강우량, 따뜻한 햇볕 속에서 자란 포도로 와인을 생산했기 때문에 그 품질 또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자디 엘 레갈로는 색상을 보면 짙은 루비 컬러가 한눈에 띈다. 잘 익은 검은 과일류(체리, 블랙베리 등)의 향기를 바탕으로 훈연향과 오크의 풍미가 느껴진다. 입에서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적절한 산도의 완벽한 균형감이 느껴진다. 잘 익은 과일, 볶은 커피, 옅은 허브향과 함께 긴 여운이 유지된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0개월 숙성하여 병입한다. 갈비, 스테이크, 딱딱한 식감의 치즈, 구운 채소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이자디 엘 레갈로 와인을 생산하는 아르테비노 그룹은 스페인의 대표 와인생산 지역인 ‘리오하’와 또 다른 생산지인 ‘리베라 델 두에로’ 등지에 4곳의 와인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다. 아르테비노는 원래 포도를 재배해서 와인 생산자들에게 판매하던 회사로 와인을 양조하지는 않았다. 아르테비노의 오너였던 곤살레스 안톤이 1984년도에 블랙 트러플 전문의 바스크 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잘디아란(Zaldiaran)’을 설립한 후, 3년 뒤인 그에 걸맞는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1987년 와인 생산업에 뛰어든다. 당시 리오하 지역에 설립한 그들의 첫 와인 양조장이 바로 '보데가스 이자디 (엘 레갈로 포도밭을 포함하고 있다)'이다. 비록 와인 생산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스페인 대표 와인 생산자로 입지를 굳히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는데 바로 ‘이자디 엘 레갈로’(Izadi el Regalo) 와인이 2014년 스페인 국왕 필리페 6세의 대관식 와인으로 선정된 일이다. 최소 100년 이상을 운영해야 소위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와인 업계에서 스페인의 30년도 채 되지 않은 와인 생산자의 와인이 스페인 국왕 대관식에 납품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전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영국, 독일, 미국, 중국 등 해외로 수출길이 열리며 생산량의 증가가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스페인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5년간 평균 15% 성장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와인 생산 외에도 여러 곳의 호텔과 두 곳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그 중 한 곳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원스타(별 하나)를 받은 블랙트러플(송로버섯) 요리 전문 ‘잘디아란’(Zaldiaran)이다

스페인의 전임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는 비토리아(스페인 바스크 지방 알라바 주의 주도)에 방문했을 때 주변에 알리지 않고 ‘맛집’을 수소문해 아르테비노가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곤 했다고 한다(이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국왕의 방문사실을 소문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카를로스 1세 국왕은 2014년 아들 필리페 6세의 대관식이 열리기 몇 주 전에도 다녀갈 정도로 방문이 잦았는데 이때 왕정 사무실에서 아르테비노의 오너에게 전화로 ‘국왕에게 어떤 와인을 권하고 싶냐’고 묻길래 ‘이자디 엘 레갈로’를 추천했다고 한다. 당시 카를로스 국왕은 레스토랑에 방문하며 ‘식사는 매우 훌륭했고 와인은 놀라웠다’고 찬사를 보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필리페 6세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3,000명의 VIP가 참석한 대관식 행사에 이자디 엘 레갈로 와인은 공식 와인으로 선정되며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자리잡게 된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