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BI C&S 박주성 대표 (정보시스템 전문업체)
조용수 기자
philos56@naver.com | 2018-12-11 06:22:17
- 지침 없이 나아가는 또 다른 원동력은 일명 ‘쓰리, 투, 원, 발사의 법칙’
결코, 고요한 바다는 없다. 잔잔한 물결만 일렁일 것 같았던 바다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야누스처럼 가면을 바꿔 쓰고 거센 파도로 몰아붙이지 않는가.
이를 알면서도 뱃사람은 바다로 나아간다.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영국 속담)는 것을,
거친 풍랑을 이겨내야만 더 장엄한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는 순리를 알기 때문이다.
writer _ 류설아 기자 / photp _조용수 기자
Tea Time / BI C&S 박주성 대표
“돌이켜보면 잔잔한 물결,
그러나 매일 새롭게 매순간 로켓 발사하듯!”
지나온 자신의 삶을 ‘파도는 없이 잔잔한 물결만 있었다’고 회고하는 박주성 비아이씨엔에스(BI C&S) 대표는 거센 폭풍을 오롯이 겪어내며 단련된 뱃사람 같았다. 마르고 날카로운 눈빛에서는 파도를 뚫는 항해사가 연상되고, 시간이 만든 주름이 돋보이는 미소에서는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는 선장의 낭만성이 한껏 흘렀다. 카리스마와 낭만성을 동시에 품은 박주성 대표의 지난 20여 년 창업과 성공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IMF 외환위기 당시,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모두에게 크게 실망했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윗사람이 있는 조직을 따라야 할까’하는 의구심과 호형호제하던 사람들이 싸늘하게 나를 공격하는 것에…. 그 위기와 상처가 인생의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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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의 청년 시절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범답안 같다. 대학과 군대의 수순을 밟고 1984년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기까지가 그렇다. 이 때문에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컴퓨터’ 대신 ‘자동차’를 선택한 것은 오답처럼 비친다.
하지만, 그것은 박 대표가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자 스스로 일으킨 첫 파도였다. 1999년, 회사는 그가 택했던 자동차 사업을 전격 부도 처리했고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벌어진 조직과 구성원의 반목과 이에 대한 실망감에 창업을 선언했으니 말이다.
“회사는 영원히 다니는 것으로 착각했는데 아니었다. 사람이 언젠가 죽는 것처럼 회사도 언젠가는 나오기 마련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에 창업에 도전한 것 효과적이었다. 물론 그 당시 집사람은 정해진 날짜에 급여가 사라지는 것에 두려워했고 나 역시 걱정이 많았다. 일단 퇴직금을 1년치 월급으로 집에 넘겨준 후, 창업에만 집중했다. 사회생활하며 쌓은 경험과 인맥을 살려 가장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컴퓨터로 돌아왔다.”
퇴사한 그 해에 박 대표는 동료 2명과 함께 후배의 사무실 한켠에 정보시스템 전문업체인 BICNS를 차렸다. 금융, 서비스, 제조, 통신 등 다양한 기업 및 기관의 데이터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MS, CA, 오라클 등 해외 기업 솔루션을 국내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창업 초기 모두 레퍼런스(참고할 만한 경력)를 요구하는데 신생 벤처 기업에 그런 것이 어디 있나. 경력 만들 기회를 준 다음에 뽑아야 하는데, ‘환장’ 하겠더라. 내가 몸담았던 기업마저도 외면했는데 오히려 경쟁사에서 믿어줬고 첫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수행하면서 점차 거래가 트이고 실적을 쌓았다.”
박 대표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운이 좋았다. 지금과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있는 정보시스템 분야를 선택해 블루오션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조직 생활 당시 경쟁사와의 거래가 성사되고 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 그렇다.
그 결과 단 3명에서 출발한 BICNS는 20여 년 만에 직원 100명에 판교에 번듯한 사옥까지 확보한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국내 최초 데이터 시각화 솔루션 태블로(Tableau) 솔루션을 국내 처음 도입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과 풍부한 노하를 기반으로 미래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장과 함께 시간이 흘렀고 블루오션은 레드오션이 됐다. 열심히 투자한 사람(직원)은 3년 가량 경력을 쌓아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시기가 되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기 일쑤다. 박 대표가 성공 대로에 진입했음에도 “항상 지금이 제일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소프트업계 회사 하나가 망하면 10개 회사가 생긴다. 10개의 신생 회사는 실적을 만들려고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거니, 건강했던 다른 회사들이 경쟁에서 지게 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게다가 열심히 키운 신입사원을 경력을 쌓아 다른 기업으로 옮기는 것을 이해하지만, 근본적으로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이 절실하다. 야구선수 FA처럼, 이직하는 기업이 해당 직원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업료’(투자)를 지불한다면 중소기업은 다시 더 많은 인재를 뽑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일자리 창출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에 경험에서 길어 올린 설득력 강한 대안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가 공공연하게 제안했지만 반영은 커녕 모색하는 자리조차 없는 것이 그렇다. 이토록 ‘제일 어려운 오늘’을 20여 년 동안 버텨온 힘은 무엇일지 새삼 궁금해진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고 답했다. 매일 조금씩 새로워지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의 집무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 작품이나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다양한 장르의 책 등이 그 노력의 증거다.
“1년에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한다.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걸린 사진 작품을 가리키며)저 사진도 꼭 멀리 있는 비경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집 앞 호수에 비친 하늘을 촬영한 것이다.”
지침 없이 나아가는 또 다른 원동력은 일명 ‘쓰리, 투, 원, 발사의 법칙’이다.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있는 일종의 시간관리 방법인데, 박 대표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도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 후 일단 로켓처럼 일어나 시도한다. 이처럼 시간을 쪼개고 집중해 온 그가 앞으로 ‘초콜릿 복근’에 도전할 생각이라니, 머지않아 이루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물었다. 리더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돌아온 답은 낭만적이었다.
“겉으로는 세계 최고 기업을 말하지만, 진짜 소원은 100원 달라는 사원에게 ‘당신은 그보다 더 일했으니 110원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신입 직원도 많이 뽑고 싶다. 꼭 실현하고 싶은데…, 가능했으면 좋겠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한 드라마에서 나온 ‘왜 사는지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낭만이 끝난다’는 내용의 대사를 떠올리며, 박 대표의 낭만이 끝없기를 응원해 본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 박주성 대표가 전하는 창업 필수팁!
「희망을 갖되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라.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해 극대화하고 갖지 못한 것은 가져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다했을 때 희망으로 포장하라. 희망이 없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상사한테 구박받았을 때 ‘점’처럼 창업을 생각말고, 매일 5분씩 실선처럼 고민하고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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