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STORY> 조계상 셰프 - 판교 우(牛)리포석정 오너셰프

김형종

cooknchef@daum.net | 2017-11-06 00:57:14

맛과 멋이 어울려 흐르는 포석정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포석정(鮑石亭)은 경상북도 경주시 배동에 있는데, 계곡의 맑은 물을 끌어와 곡수(曲水)를 만들고,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한 잔 술에 한 수 시를 읊으며 호사를 누렸다는 장소다.


누군가 잔에 술을 따르고 흐르는 물 위로 띄운다. 술잔은 수로를 따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물길을 타고 떠간다. 바람도 적당하고 은근하게 오른 술기운을 가락 삼아 세상사를 한 수 시로 읊어낸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술자리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치스러울 만큼 낭만적이다.

▲ 조계상 오너셰프

판교역 근처에 위치한 ‘우리포석정’이라는 상호 역시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우리포석정의 오너셰프 조계상 대표가 포석정이라는 장소를 상호로 선택한 것은 포석정이 가진 역사적 배경보다는 그곳이 상징하는 멋과 낭만에 방점을 두고 있다. 조 대표가 그렇게 이름 지은 이유는 그곳이 주는 여유로움과 풍류를 따온 것일 테지만 사실 그의 성정에서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

 
1984년 한식의 길로 접어들어 올해로 33년을 한 길을 걸었다. 내로라하는 곳의 총괄 셰프 자리를 박차고 나와 오롯이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색을 입힌 음식을 만들고, 그것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다는 말에서 포석정이라는 상호명과 묘한 접점이 읽힌다. 그것은 경영이라는 현실적 중압감이 있더라도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꿈과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의 낭만성과의 절묘한 조합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지금껏 고집스럽게 한식에 전념한 데에는 ‘고지식함’이라는 이유가 숨어 있다. 한식에 남다른 재주가 있어서라거나 어려서부터 한식이 좋아 선택했다고 그는 말하지 않는다. 일식이나 양식에 소질이 없어서도 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단지 우리 음식을 모르면서 다른 나라의 음식을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렇듯 시작한 한식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재밌는 건 같은 김치를 담가도 항상 다른 맛이 난다는 겁니다. 어떤 계절에 어떤 배추와 속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김치를 예로 들었지만 모든 음식이 다 그렇습니다. 일정한 맛을 낸다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항상 힘든 과정입니다.”


그의 말처럼 한식에는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간혹 정량을 표기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량화된 레시피가 존재하지 않는 게 바로 한식이다. 그런 와중에 기억을 더듬고, 입맛에 의존해 맛을 찾는 과정이 한식의 묘미일지도 모른다. 조 대표 역시 그것에서 한식의 매력을 발견했고, 고단한 과정을 끝에 성취감을 맛본다고 털어놓는다. 이쯤에서 한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고개를 든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맛을 내는 한식.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한식. 하지만 결코 다르지 않은 한식이라는 것. 그것은 어쩌면 바로 ‘정성’으로 귀결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거기에 그가 말한 묘미가 있지 않을까.


우(牛)리포석정은 한우불고기·등심 전문점이다. 한식 가운데서 고기를 이용한 음식에 솜씨가 뛰어난 조 대표가 구상한 품목들이다. 물론 근처 테크노밸리 샐러리맨들을 위한 점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포석정 주메뉴 중 손님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은 양념갈비와 소갈비찜이고, 점심 메뉴 가운데 갈비탕과 불낙전골, 그리고 정식 류가 인기메뉴이다. 거기에 더해 반찬으로 내는 깍두기와 겉절이는 감칠맛을 살려 직접 담그기 때문에 찾는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여 선보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설명에 따르면 작년에는 통영에서 직거래를 통해 공수한 생굴을 이용한 생굴탕과 생굴매생이탕이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올 가을 역시 산지에서 직송한 자연송이를 넣은 꼬리곰탕이 인기를 얻었는데, 다가올 겨울에는 생굴과 갈비탕을 접목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조 대표는 “조리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오랜 경험과 맛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쉽게 내비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말의 뜻은 그가 우리포석정을 기획하고 문을 연 이유와 상통한다. 오롯이 한식이라는 한 길을 30년 넘게 걸어온 그이기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과 의지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우(牛)리포석정이 조계상 오너셰프의 비전이 이뤄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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