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picurean Journey / 유영보 셰프의 미식 칼럼, 2026년 라마단 글로벌 할랄 미식의 지평과 K-할랄의 진화

유영보 기자

| 2026-02-20 00:28:44

▲ AI 이미지 (제공: 슈발리에 아카데미)

[Cook&Chef = 유영보 기자] 병오년 새해를 맞은지 벌써 한 달이 훌쩍넘어 2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이제 곧 민족의 큰 명절 설연휴가 시작된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8일경 부터 이슬람의 최대 절기 중 하나인 라마단과 기독교의 사순절이 같은 날 동시에 시작될 조짐이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사순절, 유월절, 부활절 등 성경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소개는 몇차례 전했던만큼 올해는 특별히 이슈화되고 있는 라마단과 할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기서 잠깐, 라마단은 이슬람 역법인 히즈리(Hijri) 달력의 아홉 번째 달로, 초승달의 관측 여부에 따라 그 시작과 끝이 결정되기 때문에 2026년(히즈리 1447년) 라마단의 시작에 대해선 천문학적 예측과 전통적 관측 사이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올해는 2월 18일에 첫 새벽 식사 '사후르'를 시작으로 3월 19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2026년 라마단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을 넘어 글로벌 식품 산업과 식문화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약 20억 명에 육박하며 전체 인구의 24.1%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할랄(Halal) 산업은 미식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첨단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이번 라마단은 북반구의 늦겨울과 초봄이 교차하는 시기에 위치하여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식재료를 활용한 따뜻한 수프와 보양식 개념의 요리들이 Iftar(이프타르) 메뉴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이미지 (제공: 슈발리에 아카데미)

라마단 식문화의 핵심 : 수후르와 이프타르

라마단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금식이다. 하지만 라마단은 단순히 굶는 달이 아닌 먹는 방식을 바꾸는 달이라고 보는게 더 좋겠다. 라마단의 하루는 해가 지면서 다시 시작된다. 낮 동안 절제했던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식탁을 나누는 시간, 바로 이프타르(Iftar)다. 그리고 새벽 해가 뜨기 전 하루를 버틸 에너지를 채우는 수후르(Suhoor)가 이어진다. 이 두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공동체와 감사, 나눔의 상징이다. 라마단 식문화의 핵심은 화려함이 아닌 정성과 균형, 그리고 배려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프타르(Iftar): 감사의 첫 한 입과 공동체의 연회 

이프타르의 첫 한입은 대추야자와 물이다. 대추야자와 물로 금식을 푸는 것은 아마도 전 세계 무슬림들이 공통적으로 지키는 전통인 거 같다. 대추야자는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천연 당분과 미네랄이 풍부해 장시간 금식 후 비교적 몸에 부담을 적게 주는 최적의 음식이다. 마치 “과하지 않게, 그러나 충분하게”라는 라마단의 철학처럼 말이다. 여기에 따뜻한 물이나 우유, 혹은 허브티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두바이에서 오래 살다 온 지인에 따르면 두바이에서는 대추야자에 낙타우유를 곁들이는게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이프타르는 공동체의 자선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스크나 거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용 이프타르 테이블은 빈부의 격차 없이 누구나 식사를 나눌 수 있게 하며 이는 라마단의 진정한 정신인 공감과 연대를 실천하는 장이 된다.

AI 이미지 (제공: 슈발리에 아카데미)

수후르(Suhoor): 하루를 버티는 지혜의 식사

수후르는 새벽에 먹는 식사로 포만감이 오래가는 음식이 중요하다. 요즘 수후르 트렌드는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트밀, 통곡물 빵, 현미와 같은 복합 탄수화물은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계란, 치즈, 요거트와 같은 단백질 식재료는 근육 손실을 방지하고 공복감을 억제한다. 또한 체내 수분 유지를 위해 바나나(칼륨 함유)나 수박과 같은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 섭취가 강조된다. 특히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영양학적 추세다.

▲ 만사프

지역별 라마단 미식 여행 : 전통과 특색

라마단 문화권은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방대한 지역을 포괄한다. 또한, 각 지역의 기후와 농산물에 따라 독특한 요리들을 발전시켜 온 까닭에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라마단 식탁 풍경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채롭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 향신료와 전통의 조화

중동 지역의 이프타르 테이블은 화려하고 풍성하기로 유명하다.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 레반트 지역에서는 메제(Mezze)라고 불리는 다양한 전채 요리가 테이블을 채운다. 돌마(Dolma)는 포도 잎에 쌀, 고기, 향신료를 채워 쪄낸 요리로 손님에 대한 환대를 상징한다. Harira(하리라)는 토마토, 렌틸콩, 병아리콩, 양고기를 넣고 푹 끓인 모로코의 대표 수프로 향긋한 향신료와 영양가가 조화를 이룬다. 카타예프(Qatayef)는 라마단 기간에만 주로 맛볼 수 있는 이집트식 팬케이크로 속에 크림이나 견과류를 채워 튀기거나 구운 뒤 시럽에 담가 먹는다. 

▲ 마끌루바

필자와 수년간 함께 튀니지, 모로코, 튀르키예 등에서 다섯차례 정도 국제요리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요르단의 셰프 크리에이터 와다드 다비씨는 라마단 추천 음식으로 요르단 대표요리 만사프(Mansaf:양고기 덮밥), 팔레스타인 국민음식 마끌루바(Maqluba: 접시위에 밥솥채 뒤집어 엎은 업사이드 다운 밥케이크) 와 무사칸(Musakhan 피자닽은 빵 위에 올려먹는 수막치킨), 마지막으로 레반트 전통요리 짜즈 마시(Djaj Mahshi: 뱃속에 쌀을 넣고 구운 통닭)를 추천하며 요르단에서는 첫째날에 짜즈 마시 통닭구이는 꼭 먹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와다드 다비 셰프와 짜즈 마시

지난해 튀르키예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서 아피온카라히사르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큰 소세지오믈렛으로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초대형 국제행사에 초청받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알제리의 MZ셰프 나스린 이켈프씨는 알제리에서 라마단 금식 후 첫 식사로 즐겨 먹는 초르바 프리크(Chorba Frik) 수프와 얇은 필로반죽 사이에 고기, 치즈, 채소 등의 속재료를 넣고 말아 구운 전통 페이스트리 부레크(bourek)를 라마단 기간 내내 다른음식과 곁들여 매일 먹기까지하는 북아프리카의 특별한 음식으로 소개한다. 

▲ 초르바 프리크와 부레크  ▲ 나스린 이켈프 셰프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 쌀 요리와 길거리 음식의 진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이 지역에서는 쌀과 코코넛 밀크를 활용한 요리들이 주를 이룬다. 렌당(Rendang)은 코코넛 밀크와 각종 향신료로 쇠고기를 장시간 졸여 만든 인도네시아의 대표 요리로 인내와 축복을 상징한다. 비리야니(Biryani)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향신료 쌀 요리로 바스마티 쌀과 양고기 또는 닭고기가 층층이 쌓여 풍미를 폭발시킨다. 사테(Satay)는 꼬치에 꽂아 구운 고기를 고소한 땅콩 소스에 찍어 먹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라마단 시장 음식이다.

▲ 화이자 칸 셰프

필자와는 식문화 국제교류 및 K-푸드교육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가깝게 지내고있는 잇길드라는 단체의 수장이자 셰프인 파키스탄의 화이자 칸씨는 라마단 이프타르때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다히바라(Dahi Baray)를 꼽았다. 다히바라는 튀긴 렌틸콩 반죽인 ‘바라’을 걸쭉하고 진한 요거트인 ‘다히’에 담가 칠리 파우더, 차트 마살라, 처트니등과 곁들여 먹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인기 간식으로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 다히 바라

중앙아시아 : 실크로드의 유산과 공동체 요리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은 밀과 육류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라마단 요리를 보유하고 있다. 플로브(Plov)는 중앙아시아의 영혼과 같은 요리로 거대한 솥(Kazan)에 쌀, 고기, 당근을 넣고 기름지게 볶아낸 요리다. 니샬다(Nishalda)는 계란 흰자를 휘핑하여 감초 뿌리 추출물과 설탕 시럽을 섞어 만든 하얀 잼 형태의 디저트다. 라마단 기간에만 주로 시장에서 대형 솥에 담겨 판매되며 단식 후 급격한 에너지 보충에 탁월하다. 수말락(Sumalak)는 발아시킨 밀을 밤새도록 저어가며 끓여 만든 걸쭉한 단맛의 음식으로 마을 여성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솥을 젓는 전통적인 축제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앙아시아 음식을 체험하기 가장 좋은 곳은 인천 연수구 연수구 연수동에 위치한 함박마을이다. 이 곳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과 외국인의 집단거주 지역으로 이국적인 풍경과 다양한 현지식 중앙아시아 맛집과 식료품점으로 유명하며 이색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라마단이 F&B 국내 업계에 주는 시사점

2026년 라마단은 한국 F&B 업계에 있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거대한 관문이다. 할랄은 더 이상 특정 종교의 식이 제한이 아니라 건강하고 윤리적이며 체계적으로 관리된 식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쉐프의 관점에서 볼 때 라마단 식문화의 본질은 '절제 후의 감사'와 '나눔을 통한 기쁨'에 있다. 전 세계 무슬림들이 한국의 불고기에 열광하고 한국의 쉐프들이 중앙아시아의 디저트 니샬다를 연구하는 풍경은 미식이 어떻게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기술적 투명성과 감성적 진실함을 결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라마단은 단순한 시즌 이벤트를 넘어 인류가 먹는 즐거움을 통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미식의 성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그 성소의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라마단은 참는 달이 아닌 더 깊이 나누는 달이며 음식은 그 나눔의 가장 따뜻한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국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가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만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과 함께 새해 인사를 전한다. 병오년 강하고 역동적인 붉은 말처럼 활기찬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하며 관대하고 즐거운 라마단을 보내라는 라마단 인사로 끝을 맺는다.  "라마단 카림(Ramadan Kar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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