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음식평론가 최수근의 '셰프의 꿈'> 연재를 앞두고 '프롤로그(Prologue)'

- 셰프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셰프의 길라잡이'
- ‘셰프의 꿈’ 연재를 통해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어
최수근 칼럼니스트 | skchoi52@hanmail.net | 입력 2021-02-04 16: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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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최수근 칼럼니스트] 얼마 전 논문심사를 위해서 경기대 한경수 교수님과 진양호 교수님을 만나서 논문심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한 교수님이 주방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듣고 이 책을 정리하게 되었다.

경희호텔경영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23년, 학교에서 21여 년을 근무했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 나쁜 일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나보다 더 할 얘기가 많은 진 교수님 얘기도 같이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혼자서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그동안 필자가 집필한 몇 권의 책에 주방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 경험과 신문 및 잡지에 투고한 글을 모아서 정리하였다. 자서전 같은 책을 내기에는 나이나 경험이 적은 관계로 책을 낸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이 들어 차일피일 미뤘었다.

그런데 외국인이 저술한 <젊은 조리사들에게 주는 조언>이란 책에서 주방에 입문하는 조리사들이나 현장에서 근무하는 셰프들에게 그동안 경험한 내용을 소개한 것을 보았다. 필자도 그들의 근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정리했고, 추가로 후배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자료와 고전 소스 레시피를 함께 수록했다.

1975년, 나는 경희호텔경영전문대학 조리과에 입학을 계기로 조리사가 되었다. 조리과에 입학한 동기는 1973년 YMCA 호텔학교 단기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영어를 지도하는 강사님이 한국의 호텔 총지배인은 한국인이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필자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분은 ‘요리를 알아야 총지배인으로 일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 당시 실제로 조선호텔 총지배인을 보니 어린 나이에 로잔호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주방에서 근무하다가 서비스 분야에 근무하고, 객실을 거친 후 총지배인으로 부임해오는 것을 보고 총지배인이 되려면 요리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조리과에 입학하여 조리를 시작한 후, 처음에는 지금은 없어진 서린호텔 원가관리팀에서 1년 정도 근무를 했다. 조리로 성공하려면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 그 후 미 대사관의 김충호 교수님의 추천으로 용산 미군부대 안에 있는 미 대사관 클럽에서 김방원 주방장님 밑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주방의 조직과 조리의 기초 과정을 익혔다. 아침에 9시에 출근하여 밤 10시에 마치고는 집이 멀어서 주방에서 자는 날이 많았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주방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고의 식재료와 최고의 주방시설, 최고의 조리사들이 근무했다. 

필자는 그릇 닦는 것과 주로 샐러드를 담당했다. 그 당시 학력은 높았지만, 주방에서 근무하기는 나이가 많고(27세), 실무능력은 겨우 학교에서 실습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칼질도 서툴고 업무 능력도 떨어져 항상 구박을 받으며 근무했다. 하지만 큰 꿈을 가지고 여러 가지 연구를 시도했다. 원가관리에 관한 글도 써보고 잘 모르던 조리 용어를 정리하기도 했다.

여기서 1년 근무하고 하얏트 호텔에서 만 3년을 근무하면서 양식조리의 체계와 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신라호텔로 자리를 옮기면서 프랑스 식당에서 근무했다. 3년 근무 후, 신라호텔의 허태학 부장님과 박명선 이사님의 도움으로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로 공부하러 갔다.

프랑스에서 소스의 모체소스와 파생소스 개념을 이해했다. 내가 유학하는 데 도움을 주신 한림식당의 이철종 선생님의 요리에 대한 철학은 내 요리의 방향을 두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귀국 후에는 연구개발팀에서 2년 근무했다.

모두들 연구개발팀에 가면 그만둘 것이라 했지만 이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강의 기법, 효율적인 주방업무의 방법, 메뉴개발, 주방기기 개발 등, 나 자신에 많은 투자를 했다. 연구개발팀을 만든 현명관 사장님(현재 마사회 회장)의 배려로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녔다.

신라호텔 교육 센터를 만들기 위해서 미국, 일본, 스위스, 프랑스 등을 견학한 많은 경험은 내가 지금까지 버텨온 힘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근무 중에 경희대 석사를 마쳤고, acf(1985)와 eca(1990)를 만들어 요리연구와 후배양성에 노력한 결과 eca를 통해서 훌륭한 후배(1기 조우현· 고승정·김용수)들과 같이 먼 훗날의 큰 꿈을 가지고 모였다.

신라호텔을 그만둘 때는 메인 주방에서 총괄 조리과장을 했는데, IMF가 터져서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야 했다. 그중 큰 이유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인사부에서 인원 감축 명단에 대한 스트레스와 내가 먼 훗날 하고 싶은 것이 조리학교를 만드는 것인데, 중간에 학교에서 교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두들 반대하는 학교로 직장을 바꾸는 용기를 냈다.

학교에 가서 처음에는 후회했지만 1년쯤 지나고 나니 좋은 교수님(전병길·김영훈·이연정)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보냈다. 경주대학교(7년), 영남대학교(2년), 현재 경희대 조리 서비스경영학과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두 딸도 모두 조리를 하고 있다. 현재 둘 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데, 어느 날 큰딸하고 이야기하다가 본인이 제주 신라호텔에 가서 실습할 때에 아버지를 이해했다고 말해서 마음이 울컥했다. 솔직히 요즘은 셰프들이 인기 있지만, 내가 조리를 할 때만 해도 공부를 안 한 사람들이 하는 직업으로 아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런데 딸이 커서 아빠의 직업을 이해했다고 하니 감동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빠가 평생 같은 일을 가족들을 위해 20년 동안 반복해서 일했다는 걸 모르다가 알게 되었다는 말에, 그러면 지겹고 반복적인 일을 쉽고 재미있게, 잘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랑이 아닌 진짜 젊은 셰프들이 필요로 하는 조언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름 정리해 보았다.

그 이야기를 ‘Cook&Chef’를 통해 전하려 한다. 2월의 어느 날,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옷을 갈아입을 때, 조리사의 꿈을 안고 시작하는 예비 조리사들에게 ‘셰프의 꿈’을 통해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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