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Column / 이주현 셰프 인생 레시피> 겹겹이 쌓인 시간이 만든 진한 보라색 '가지고기 덮밥'

- 아홉 번째 인생 레시피
이주현 칼럼니스트 | mood_cook@naver.com | 입력 2021-06-08 13: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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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 이주현 칼럼니스트] 며칠 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현관에 웬 박스가 떡 하니 놓여있다. 우리 집에서는 볼 일이 별로 없는 엄청난 크기의 택배 박스다. 놀라움도 잠시, 얼마 전 귀농을 한 큰외삼촌이 보낸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반가움이 뒤따랐다. 몇 겹이나 칭칭 둘러싼 박스 테이프를 떼어내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혹시나 배송 중 박스가 터지진 않을까, 삼촌의 따듯한 염려가 두꺼운 테이프에 아직 그대로 묻어 있는 듯하다. 박스를 여니 묵직한 흙냄새가 매캐하게 올라왔다. 오랜 시간 동안 도시 생활을 해온 삼촌이 익숙지 않은 시골에서 직접 키워낸 각종 채소가 커다란 박스 안에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채소가 깨끗하게 세수도 시키고 때 빼고 광 낸 도시 아이라면, 삼촌이 보내준 채소는 흙밭에서 막 뛰어놀다가 엄마 손에 이끌려 와 아직 꼬질꼬질한 티를 못 벗은 개구쟁이 아이 같다. 크기도 제각각이고, 울퉁불퉁한 채소들이 어쩐지 더 건강하고 활기차 보인다.

똑같은 모양이라고는 찾기 힘든 채소 틈바구니에서 유독 선명한 색의 채소가 눈에 들어왔다. 흙 한 톨도 묻어 있지 않은 진한 보라색의 가지였다. 은은하지만 진한 보라색 광택을 내는 길쭉한 가지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잘 빠진 최신형 스포츠카가 떠올랐다. 그래, 오늘 저녁 식사 주인공은 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채소 가족들 틈에서 가지 두어 개를 빼내 부엌으로 향했다.

 

 

 

가지는 영양분이 껍질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깨끗하게 세척하여 껍질채 먹는 것이 좋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잔류농약이 걱정되어 늘 껍질을 벗겨내지만, 오늘은 그럴 걱정이 없으니 가지를 세척하는 손길이 평소보다 기운차다.

 

 

<가지 고기 덮밥> 
■ 필요한 재료
다진 돼지고기 140g, 가지 1/2개, 굴소스 1TS, 생강가루1/2ts, 파, 마늘
* 두반장 소스 : 두반장 2TS, 치킨육수 130ml, 설탕 1/2ts, 참기름, 후추, 녹말물

■ 만드는 과정

1. 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 파와 마늘을 볶아준다.
2. 돼지고기를 볶다가 굴소스, 생강가루를 넣고 고기를 익혀준다.
3. 분량의 두반장 소스를 넣어준다.
4. 녹말물을 넣고 걸쭉하게 농도를 맞춰준다.
(녹말물은 녹말과 물을 동량으로 섞어 만든다)
5. 가지는 한입 크기로 썰어 170도의 기름에서 튀긴다.
6. 기름기를 제거한 가지를 넣고 30초간 익혀 완성한다.

 

 

 

가지를 튀겨냈지만 칼칼한 두반장 소스 덕분에 느끼함이 없다. 만약 다이어트 중으로 칼로리가 염려된다면 튀기는 과정은 생략하면 된다. 레시피에서 소개한 재료 외에도 냉장고에 있는 다양한 채소를 넣어보자. 양배추, 버섯, 파프리카, 양파 등을 넣으면 더 풍성하고 깊은 맛이 난다. 두부를 깍둑썰기 하여 추가하면 마파두부덮밥의 응용버전이 된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면과 함께 즐겨도 부드럽게 후루룩 넘어간다.  


오늘 저녁의 화젯거리는 가지였다. 마트에서 산 ‘그냥 가지’가 아니라 삼촌이 보낸 ‘아는 가지’이기에 가족끼리 나눌 얘기는 넘쳐난다. 한 평생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삼촌이 시골에 가서 처음 만져보는 농기구가 얼마나 낯설었을지, 그 익숙지 않은 모든 것들을 어르고 달래 농작물이라는 것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을지. 이게 저절로 이렇게 보라색이 되었을 리가 없다. 이 작은 가지 한 개에 수개월의 시간이 응축된 셈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가족은 어느새 식탁 위의 가지와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래, 너 참 여기 오기까지 수고했고 고맙다.’ 마트에서 사온 깔끔한 채소와는 나누지 못할 애정 어린 교류가 식탁 위에서 활발히 이루어진다. 전부다 삼촌이 보내준 ‘아는 채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 = 이주현)

Cook&Chef / 이주현 칼럼니스트 mood_c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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