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 날엔, 바지락 영양죽

이주현 칼럼니스트 | mood_cook@naver.com | 입력 2021-09-08 09: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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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 이주현 칼럼니스트] 열 두 번째 인생 레시피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는 삶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무언가 하나를 얻고자 한다면 다른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라든지,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이 당장 좋은 결과로 안 나오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든지, 그러나 그것이 결국은 어떤 계기로든 나에게 이로운 미래로 다가올 것이란 걸 믿는 순간이라든지 말이다. 대체로 조금은 서글픈 것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들을 힘겹게 인정하기 시작한다. 목구멍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는 찬밥을 꾹꾹 넘기듯, 그렇게 버거운 세상사를 소화시키려 노력하다보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 있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겪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엄마에게 풀어놓곤 했었다. 책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횡설수설 두서없이 엄마에게 그 날의 일을 쏟아내곤 했다. 엄마는 어쩔 때는 나보다 더 격하게 화를 내주기도 했고, 어쩔 때는 단호히 나를 타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마무리만큼은 늘 똑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나의 뒤에는 언제나 가족들이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을 그 무엇보다 확실히 느끼게끔 해주셨다. 그 따듯한 보살핌이 살아가면서 세상으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30대가 된 지금, 부모님은 여전히 내 곁에 계신다. 하지만 이제 나는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어른이 되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감내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마음 같아서는 초등학생 때처럼 엄마에게 쪼르륵 달려가 그 날에 있었던 일들을 몽땅 일러바치고 싶다. 그리곤 엄마의 토닥거림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이제는 스스로 엄마가 되어준다. 엄마라면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주셨을까, 어떤 격려를 해줬을까 하며 내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자칭 ‘셀프 위로’를 마치면 배 아래에서부터 다시 힘이 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곤 힘을 내어 다음날 다시 치열한 삶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챙길 수 있다는 것,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는 무엇보다 가장 큰 증거가 아닐까.


 


마음이 지치면 몸도 쉽게 피로해진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치킨과 맥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시달린 우리 몸은 좀 더 부드럽고 따듯한 음식을 원한다. 그럴 때는 속까지 따끈하게 데워주는 죽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요리초보자도 만들기 쉽고, 몸에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다.

특히 죽 중에서 조갯살을 넣고,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채소로 만든 죽을 추천한다. 아래 레시피에서는 바지락을 넣었지만, 종류에 상관없이 마트에서 파는 조갯살을 넣어도 괜찮다. 조개에 들어있는 감칠맛 성분 덕분에 깊은 맛을 내는 한 그릇 죽이 완성된다. 마치 엄마가 고생했다며 한 그릇 배부르게 먹으라고 식탁 위에 올려준 죽 같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한 숟갈 떠서 천천히 먹으면 마음까지 따듯해진다. 그렇게 방전된 몸과 마음을 충전시키고 나면, 나는 다시 제 몫을 다하는 세상의 수많은 어른 중 한명으로 살아갈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바지락 영양죽>

 

* 필요한 재료
밥 한 공기, 당근20g, 애호박20g, 표고버섯1~2개, 바지락 1봉(200g), 굴소스 1/2TS

* 만드는 과정
1. 기름을 두른 팬에서 0.5mm의 크기로 다진 당근과 애호박을 볶는다. 불린 건 표고버섯을 다져서 함께 볶다가 굴소스를 넣어 같이 섞는다.
*chsf's tip : 생쌀을 사용하여 죽을 만들면 이 과정에서 참기름과 함께 쌀을 볶은 후 2의 과정으로 넘어가면 된다.
2. 해감한 바지락을 물에 넣고 삶아 바지락은 건져내고 육수만 보관한다.
1의 냄비에 밥과 함께 바지락 육수를 넣는다.
*chsf's tip : 건표고버섯 불린 물을 바지락 육수와 동량으로 넣으면 감칠맛과 영양이 더 깊어진다,
3. 육수를 계속 보충하며 냄비 바닥에 눌러 붙지 않게 주걱으로 저어준다.
4. 쌀이 어느 정도 퍼지면 바지락 살을 넣고 소금 또는 간장으로 간을 맞춰 완성한다.

 

Cook&Chef / 이주현 칼럼니스트 mood_cook@naver.com

 

* 이주현 셰프 (요리연구가 & 푸드 칼럼니스트)
- 성신여대 식품영양학 학사
- 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기획팀
- 前 한국외교협회 영양사
- <무드앤쿡 쿠킹클래스> 운영
-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전문가 필진 활동중
- 소믈리에타임즈 '이주현 위로의 마리아주' 칼럼 연재중
- 쿡앤셰프 '이주현 인생 레시피' 칼럼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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