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Column / 음식평론가 최수근 조리박물관장, 셰프의 꿈> 소스의 최고 전문가가 되리라

최수근 칼럼니스트 | skchoi52@hanmail.net | 입력 2021-09-06 08: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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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최수근 칼럼니스트] 프랑스에서 식당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일본인 손님이 왔다. 식사를 주문하면서 사장님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손님이 간 후에 저 손님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내가 물었다. 저 손님이 전에 여기서 일하면서 미용 공부를 2년 하고, 지금은 일본, 프랑스 미국을 다니는 미용전문가라고 하면서 “자네도 요리보다는 미용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어때”라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그 당시 한국에서는 요리, 미용 등을 본토인 프랑스에서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2~3일 고민한 결과 나는 처음처럼 요리로 평생을 보내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요리를 평생 하겠다고 다짐하니 그냥 유학을 해서 고국에 가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온 목적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국에 계신 손대현 교수(현 한양대 교수)님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중요한 걸 배워오라고만 하셨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향신료 공부와 소스 연구에 전념하기로 하고 사장님과 의논했다. 사장님은 ‘요리에는 소스가 가장 중요하다’ 하시면서 사장님만이 아는 소스의 비밀 보따리를 풀어주셨다.


중국 요리와 프랑스 요리의 특징과 유사점들을 가르쳐 주시면서, 요리는 전통과 주관이 잘 조화돼 야 예술적인 요리가 탄생한다고 했다. 또한 좋은 식당에 가서 많이 식사해볼 것을 권하였다. 그 후 부터는 책이나 주방장한테 소스 레시피만 나오면 모두 기록하여 모았다. 


내가 일하던 식당의 스타 메뉴가 깐풍기(닭 날개 튀김)인데 많은 고객들이 와서는 어떤 재료를 써서 소스를 만들기에 이렇게 맛있는 소스가 나오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닭 날개 튀김은 누구든지 똑같이 만들 수 있는데 소스는 주방장마다의 솜씨이기에 비밀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한림식당의 깐풍기 소스 만드는 법을 알지만 소스 배합 비율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나 자신이 남의 소스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예의이고, 이 소스의 비밀이 유지되어야 식당의 명성과 식당의 얼굴이 소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소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는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재료 넣는 순서, 불의 크기, 냄비 종류 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하루는 식당에서 사장님하고 깐풍기를 먹으며 소스를 맛있게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니, 네가 조리사냐고 물으면서 소스의 맛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세계에 하나뿐인 소스를 실험을 통해서 맛의 기준점을 찾아 만드는 것이라 하셨다.

특히나 조리에 목적에 맞는 기준으로 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소스는 평생을 연구해야 하는 과제이니 그리 알고 열심히 노력하라고 하시면서 식당 한쪽에 붙어 있는 낡은 액자를 가리켰다. ‘이 글은 내가 이 식당을 개업하면서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의 말씀인 ‘씨 뿌리는 마음’이란 글귀를 직접 썼다’고 하시면서 한국에 귀국하여 많은 조리사들이 알고 싶어 하는 소스의 비밀을 전수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그 말은 씨 뿌리는 마음과 같은 의미 있는 말이라 생각하니 새삼 액자의 의미에 존경심이 더욱 더 생겼다. 귀국할 때 소스 종류를 모아보니 500여 가지가 되었다. 그래서 소스를 프랑스식으로 분류하여 모체 소스와 파생 소스로 분류하면서 호텔 주방에서 실험해 보았다. 실험해 보니 우리와 프랑스는 식재료가 달랐다. 그래서 250여 가지의 노하우를 곁들인 소스 모음집을 만들었다. 소스 모음집을 만들고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선배님들은 소스의 비밀을 안 가르쳐주었다.

 

예를 들어 술 한번 사야 마요네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고, 중요한 향신료 사용법은 절대 비밀 이었다.
중요한 소스 배합비는 비밀이었다. 선배는 대개 혼자서 소스를 만든다. 창피한 일이지만 후배들을 화장실로 보내고 혼자서 만들어버리니 배울 방법이 없었다. 이런 시절에 내가 <소스의 이론과 실제>(88년 4월 25일)라는 책을 출판했다. 책을 출판하고 코리아나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동안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친구들과 선배님들에게 축하를 받았지만 파리에 계신 내 인생의 스승이신 이철종 사장님이 안 계셔서 섭섭했다. 그래서 <소스의 이론과 실제>의 서문에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신 존경하는 이철종 선생님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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