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Column / 음식평론가 최수근 조리박물관장, 셰프의 꿈> 맘에 안 드는 선배님

- 좋은 선배가 되려면 정말 많이 공부하여 후배들에게 존경받도록 노력해야
최수근 칼럼니스트 | skchoi52@hanmail.net | 입력 2021-08-30 08: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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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최수근 칼럼니스트]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선배님들의 언행이나 철학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옛말에 ‘독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후에 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주방에도 성질 더러운 선배 밑에 오래 있으면 그때는 싫어했으면서 본인이 선배가 된 후에 후배들에게 더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맘에 안 드는 선배들 대부분의 특징은 많다. 나는 그 당시 선배님들의 고생한 이야기, 무용담 등을 과장되게 이야기하면서, 특히 성공한 후배들에 대하여 ‘옛날에 그 애는 내 밑에서 그릇을 닦았다’든가, 또는 ‘그 아이 내가 키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배를 보면 한심스럽고 답답했다. 어떤 선배는 잘 된 후배를 험담하고 그 후배의 단점만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선배가 그만둘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좋은 선배가 되려면 정말 많이 공부하여 후배들에게 존경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래 인간은 경험해보지 않고 보지 못한 일에 대하여 불안해한다고 한다. 선후배의 갈등의 대부분은 업무에서 생긴다. 그래서 주방 일은 아무리 어려워도 참으면서 일할 수 있는데 사람관계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내 별명이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였다. 그리고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오리 궁뎅이’로 알려져 있었다. 머리는 앞으로 가고 몸은 못 따라 가다 보니 뒷모습이 오리 같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요즘은 제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다. 후배 조리사를 양성하려면 조리사는 자기보다 밑에 있는 조리사를 보살펴야 한다. 그러면 주방 분위기가 좋아져서 같이 근무하던 선후배 모두가 먼 훗날에도 같이 만나고 격려하면서 살 수 있다. 그런데 일을 잘 시키는 선배를 미워하면 안 된다. 사람 좋다는 선배 밑에는 좋은 제자가 양성되기 힘들다. 엄격한 선배 밑에는 좋은 제자가 양성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선배님의 성격은 배울 때 잘못 배워서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학력하고는 별개이다. 그래서 요즘은 리더십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강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조리의 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강한 리더십을 혹시나 나쁜 선배로 인정해버리면 본인은 평생 책임자가 되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조리사로 남는 불행을 낳는다.


학교에서 강의 중에 나는 좋은 주방장이 어떤 사람인지 많이 질문한다. 그러면 음식 잘하는 주방장, 메뉴 잘 만드는 주방장, 리더십이 있는 주방장, 원가를 잘 조절하는 주방장, 교육을 잘 시키는 주방장, 염도와 당도를 잘 맞추는 주방장, 요리 지식이 많은 주방장, 인기 있는 유명 주방장이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주방장의 첫째 조건은 주인과 생각이 같은 주방장이고, 최고 주방장 밑에 있는 후배 조리사들과도 마음이 맞는 주방장이라고 생각한다. 조리의 목적에 맞게 메뉴를 만들어 후배 조리사들을 가르쳐서 주인과의 관계를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주방장이다.


어느 후배 주방장은 주방에서 정말 훌륭한 주방장이다. 주인이 얼마나 신뢰를 하는지 6개월 동안 식당의 오픈을 준비하면서 해외여행, 책, 원하는 기물을 사주면서 봉급을 줄 정도였다. 프랑스에서 조리 공부를 하고, 유명 식당에서 근무한 후에 한국에 와서 조리 동아리 모임의 회장을 하고, 요리학교의 교수도 하면서 현장의 후배들을 챙겨주었다.


선배 모시기도 잘한다. 선배가 아프다고 하니 100만원을 기부하는 것을 보고 나 자신도 감동받았다. 기부금 내기는 쉽지 않다. 월급을 받아 살면서 남을 돕는 마음으로 기부를 한다는 마음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조리 실력도 대단하다. 식재료 지식이 풍부하여 요리 개발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어학 실력이 있어 프랑스 조리 모임과 관계를 맺어 학회 조리 모임 활동도 많이 한다. 먼 훗날, 그에 대한 평가는 잘 모르겠다. 지금 40대에서 60대까지 본인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조리사는 주관도 뚜렷해야 한다. 요리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주방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아도 그건 주방 내에서의 평가이고, 창업을 할 때는 조리사 평가보다는 고객의 평가가 우선이다. 그러고 보니 주방장은 좋은 면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조리에 입문하고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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