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Column / 음식평론가 최수근 조리박물관장, 셰프의 꿈> 소스 전문가가 되는 길

최수근 칼럼니스트 | skchoi52@hanmail.net | 입력 2021-07-27 0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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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 pixabay
[Cook&Chef 최수근 칼럼니스트] 요즘 가끔 소스 전문가가 되겠다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교수님은 어떻게 인기가 있을 줄 알고 미리 소스를 연구하게 되었어요? 저에게도 좋은 아이템을 주셔요.”


그러면 나는 우리나라 궁중음식의 최고이신 (고)황혜성 선생님의 일화를 소개해준다. 이 분은 일찍이 숙명여대에서 요리를 가르쳤는데 한식이 아닌 양식을 가르쳤다. 나중에 일본인 교장이 황 선생님을 보고 ‘당신은 사라져 가는 궁중음식을 빨리 배워서 제자들에게 전수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그 길로 낙선재에 가서 마지막 음식 상궁님들에게 우리의 음식을 배웠다.

 

집이 어려워 자식들이 있는데도 매일같이 푸대접을 받으면서 꾸준히 궁중음식을 정리하면서 배웠다. 그 후 해방이 되고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궁중음식연구원’을 만들어 꾸준히 후계자들을 양성했다. 제일먼저 3명의 후계자를 배출했는데 자신의 큰딸과, 신민자, 정길자님이다.

이분들은 궁중음식이 지금같이 대접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이 열심히 궁중음식을 전수받았을 것이다. 황혜성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1985년 경복궁이었다. 그때 연수생을 데리고 궁중 음식 전시회를 개최하신 것을 보고 놀랐다. 수십 년을 한 길만 가면서 당신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호텔 주방장들이 궁중음식을 인정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지만, 이 분은 궁중음식에 목숨 걸었을 정도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였다. 그 당시, 나는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면 저분같이 후배들이 존경하는 사람이 될 것 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한국의 궁중음식은 아시안 게임, 올림픽 이후에 대접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몇몇 사람들이 하는 요리로 알려졌다. 나는 1975년에 조리를 시작했는데 워커힐 명월관에서 한식 실습을 할 때, 주방에 계신 분들이 나에게 한식을 배우려면 호텔보다는 요정에 가서 배우라고 조언할 정도였다. 필자 역시 소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1983년 말이다. 프랑스에 가기 전에는 우리나라 요리 발전을 위해 유학을 다녀오면 될 것이란 생각과, 그냥 프랑스 요리를 받아들여 우리나라 요리를 발전시키겠다는, 약간은 무모한 생각으로 파리로 떠났다.

▲ photo / pixabay
파리에서 하도 답답하여 존경하는 손대현 교수님에게 편지를 하여 그분의 의견을 참고하여 평생을 소스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 남들은 소스연구를 뭐하러하냐고 비웃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선배들이 소스 제조방법의 전수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연구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하루는 친구 정동희가 자신의 친척이 정년을 하여 요리책을 버리려고 하니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해서 그 책을 모두 가져 올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해방 전에 정리한 책과 해방 후 책이 전부였다. 그중에서 소스 관련 노트가 있었다. 살펴보니 프랑스 소스를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다시 우리말로 변역한 책이었다. 지금은 분실했지만 번역된 책을 보고 나도 책을 써서 보급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자료를 준비한 소스 200여 가지와 우리나라 호텔이나 전문 주방에서 쓰는 소스를 정리하여 1988년 내 나이 35세에 처음으로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소스 전문가가 되는 것은 많은 경험과 인내가 필요하다. 조리의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되지 않는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이 노력만 한다고 훌륭한 전문가가 되지 않는다. 제대로 노력해야 노력한 만큼의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어려운 작업을 계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또한 노력하되 체계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초이론과 기본을 소홀히 하면 좋은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 고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초급중급은 필수이다. 나는 이 애기를 후배들에게 자주 한다. 하지만 내말을 믿고 따르는 후배는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에 만났떤 박용식 조리사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대개는 본인의 처음 마음에서 흔들려 이것저것 하다 보면 평범한 조리사로 끝나기 쉽다. 전문가가 되려면 자기가 잘하는 적성과, 좋아하는 취미와, 미래의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결정한 후에는 노력하면 꼭 성공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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