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quor / 전통주> 진도 홍주,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강인하면서 깨끗해"

- 붉은 눈물이 방울방울 모여 술을 이룬 것 같은 진도 홍주
조용수 기자 | cooknchefnews@naver.com | 입력 2020-07-27 2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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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조용수 기자] 대동여지도로 잘 알려진 조선후기 지리학자 고산자(古山子) 김정호 선생이 진도홍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읊은 노래이다. 지도 제작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누비다 보면 자연 각지의 전통주를 접하게 마련인데, 선 생은 특히 붉은 눈물이 방울방울 모여 술을 이룬 것 같은 진도홍주를 즐겨 흥선대원군에게 대동여지도를 바칠 때 진도홍주도 함께 올렸다고 한다. 

  

"홍매화 떨어진 잔에 봄눈이 녹지 않았나 싶고, 술잔에 비친 홍색은 꽃구경할 때의 풍경이로다.”

 

진도의 홍주는 고려시대부터 지역 세도가(勢道家) 또는 살림 넉넉한 민가에서 전통비법으로 빚어온 토속 명주이다. 쌀이나 보리에 누룩을 넣어 숙성시킨 뒤 증류한 순곡 증류주로, 마지막에 지초를 침출하는 과정을 거치면 붉은 빛을 띠게 된다. 뿌리에 산삼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예로부터 지초를 이용해 빚은 술은 음용뿐 아니라 치료의 목적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효능도 효능이지만 무엇보다 지초의 뿌리에서 우러난 붉은 색은 입술을 갖다 대기도 전에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그렇듯 빼어난 맛과 색과 향을 모두 갖춘 비단노을빛 미혹의 술, 진도홍주. 조선시대에는 ‘지초주’라 하여 최고의 진상품으로 꼽힐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도는 중앙에서 먼 남쪽 끄트머리하고도 뭍에서 떨어진 섬인지라 유배지로도 적지(適地)였다. 귀양살이 내려온 선비들의 학문과 풍류가 자연스레 지역사회에 이전되거나 서로 동화되었다. 문장, 글씨, 그림, 노래 등 수준 높은 중앙의 문화에 술이 빠질 리 없었다. 시 한 수 짓고 외며 한 잔, 붓 한 획 그림 한 점에 한 잔, 높고 낮은 노래 한 가락에 화답하느라 또 한 잔. 그럴 때 잠시나마 유배지의 시름을 잊게 했던 술이 진도홍주가 아니었을까. 타들어가는 마음, 녹아드는 애간장에 술잔 건네는 이도 술잔 받아드는 이도 눈가에 방울방울 붉은 눈물 맺히지 않았을까.

 

진도 홍주위 맛은 예상을 뒤엎는다. 한마디로 반전이 있는 술.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강인하면서 깨끗하고, 단아하면서 견고하다. 황홀한 비단노을빛 외양 아래 남성성이 숨어 있다. 화끈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젊음과 노련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단맛이 짧은 대신 향의 여운은 오래 간다. 다시 말해 양면성을 지닌, 개성이 분명한 독주. 스트레이트나 얼음을 채워 음미해도 좋지만 술이 약한 사람은 맥주나 탄산음료에 타서 칵테일로 음미해도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좋아지므로 서가 한 귀퉁이에 놓아두고 이따금 한모금씩 조용히 들이켜면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말한 ‘꽃구경할 때의 풍경’이 책장에 어른거릴 성싶다. 

 
진도 홍주와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육류나 생선을 꼽을 수 있다.  다만 도수가 높고 향이 강해 위에 부담스럽지 않게 조리한 음식이면 더욱 좋다. 어란이나 굴튀김, 진도 특산물 구기자를 이용한 구기자갈비찜, 전복탕 등은 최고의 안주. 큼직하게 썰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두부스테이크나 쫄깃하고 담백한 문어숙회도 술맛을 돋운다. 부드럽고 기름진 중화요리를 곁들여도 부드럽고 알싸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호두, 아몬드, 대구포 등 가벼운 안주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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