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도예가 '정담 정헌진'> 흙으로 빚어진 그릇의 숲

- 없는 듯 있고, 있는 듯없는 것 같은 무심한 색감으로 한층 음식을 돋보이게 함
- 천년의 세월동안 이루어진 결정이 백자와 청자
장상옥 | sangok007@naver.com | 입력 2018-07-10 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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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사기막골 도예촌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도예가 '정담 정헌진'은 백자를 생활자기로 접목시켜 자기만의 독특한 점과 선, 그리고 그 점과 선이 이루고 있는 공간을 활용한 생활자기를 완성시키고 있다.

그릇 속에 철학을 담아 음식을 받는 이가 시각적인 느낌과 촉각적인 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항상 시작부터 완성까지 고민한다. 정해져 놓은 틀보다 항상 자유로운 정신을 작품에 불어 넣어 시간의 흐름 속에 의탁시킨 듯 한 그의 작품은 없는 듯 있고, 있는 듯없는 것 같은 무심한 색감으로 한층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writer _장상옥 기자 / photo -조용수 기자
 

People


흙으로 빚어진 그릇의 숲
이천 사기막골 도예가 '정담 정헌진'

 

 

유장히 흐르는 남한강이 앞장을 서고, 코발트 빛 하늘은 지붕이 되고, 청자 빛과 쪽빛이 사방지로 넘나드는 이천은 마치 무릉도원 같다. 그야말로 신선이 붓 가는 대로 그려놓은 벽옥같이 푸르다. 갓 맑은 자연의 살갗에 검고 희게 수놓은 상감의 무늬가 보태어져 아롱지며 반짝이는 '정담 정헌진'의 도예작품은 ‘우후청천색(雨後晴天色)’, 하늘색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청자의 푸른 빛깔에 비유하는 데서 유래한 그 말이 절로 나오게 하듯 비 갠 후의 하늘을 닮은 빛으로 도성을 버리고 온 손님을 환영한다. 인간의 오래된 시름과 애환, 그리고 베적삼이 다 젖도록 흘러내린 선조의 염원이 청자를 빚은 것이리. 이천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국도길도 매끄러운 허리에 의젓한 굽을 가진 청자의 곡선을 닮았다. 고려인이 청자를 비색(翡色)이라고 부른 것은 청자를 닮은 염원으로 새의 심장처럼 하늘에 박힌 때문일 것이다.
 

 

정담 정헌진 작가의 일문일답을 통해 궁금한 몇 가지를 헤쳐 본다.

‘정담’이 지닌 그 의미는?
‘정담’은 ‘정을 담는 사람들’이란 의미입니다. 저는 수작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저의 작품에는 상감 문양의 점 3개를 넣어 ‘나눔과 쉼’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눔의 의미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씨앗을 뿌릴 때 하나의 구멍에 씨앗 3개를 넣으며 하나는 땅이, 하나는 하늘이, 그리고 하나는 사람이 먹길 바람의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그런 넉넉하고 베품의 미학을 실천하는 기반으로 우리의 마음도 우리 눈도 그러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정헌진 작가가 이야기 하는 나에게 도자기란?
하나의 단어, 한문장으로 정의를 내리기엔 도자기는 나에게 너무나도 무궁무진한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도자기와 해야 할 도자기가 나에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숙제입니다.

나만의 특성. 이것이 정헌진의 작품이라고 표현한다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흐르고 정성이 통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모든 이들과 통할 수 있는 그런 도자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어떠한 음식이든 품어 낼 수 있는 작품, ‘정헌진 도자답다’ 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감인 청자와 백자를 사랑하는 이유는?
천년의 세월동안 이루어진 결정이 백자와 청자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선을 지닌 도자기만이 백자와 청자의 깊은 색을 받아들여 표현할수 있습니다. 백자의 담백함과 청자의 깊은 맛은 기본에 충실한 절제된 자연미에서 더욱 빛납니다. 그런 백자와 청자는 나의 마음을 자꾸 덜어 내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마음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도자기와 생활자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릇이 가장 어렵다고 봅니다. 담백한 조형이 녹아져 있는 것이 그릇이요 공예의 미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위치에서 본 도예가로서의 인생은?
오늘의 최선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것.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나를 돋우어 가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준비하는 삶.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의 열매를 나눌수 있는 고마운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내일의 정헌진은 어떤 모습일까?
어제와 다른 모습.. 오늘을 기반으로 보다 나아진 내일을 살아가는 항상 노력하고 공부하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손가는 대로 빚어놓으면 그릇을 쓰는 사람이 알아서 쓴다”고 말하는 도예가 '정담 정헌진'의 작품은 그렇게 백색과 청자 빛의 비색을 띠고 삼라만상의 만화경 같은 우주를 들여 보는 듯 하다. 그릇은 운명적으로 곡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닮아 저절로 경의가 느껴지는 정담의 그릇은 마치 날아가는 한 마리의 백학 같다. 저절로 시심이 떠오르게 하는 정남의 작품 앞에 서면 누구나가 꽉 찬 듯 하지만 빈 마음이 될 것이요, 하나의 작품을 건지고자 수백 개의 실패를 기꺼이 감당하고 태어나는 청자요, 백자이다.

매끄러운 허리에 의젓한 굽을 두르고 고고한 산거 생활을 천수 동안 누리는 신선처럼 학이 되려는 마음이 자기를 빚는 정담의 작품은 아스라이 먼 꿈에서 돋는 절경이 아니라 우리 식탁에서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그릇으로 형과 색과 깔로 태어난다. 물샐 틈이 없는 청자의 아름다움이 절로 느껴지는 그릇을 보자마자 청자·백자 빛깔에 온몸이 베이는 것 같았다. 기밀실에라도 들어서는 듯 정남의 전람실에 들어서면 세상의 소음과 잡념, 세상사의 시름과 질곡이 동그마니 입을 벌리고 있는 그릇에 흥건히 빨려드는 것만 같았다. 그 갓 맑고 창연한 백색과 청자 빛의 그릇이 검은 하늘의 흰 달처럼 짙고 푸르스름하게 찍힌 한 점의 그림인 양 여겨진다.

자연에 순종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나가는 문명인으로 빚어내는 정헌진의 그릇이 우주를 빚는다 말 못할 이유도 없는 듯 보인다. 수다스럽게 단장하고, 주책없이 덧칠하는 속악함 없이 간결한 도예가 정헌진의 그릇들이 옹기종기 모여 저들만의 소리와 색깔을 낸다. 자연에서 번져와 그릇 속으로 들어가는 그의 손매무시에는 한국 문화와 미술의 당당한 관록이 저절로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와 에누리 없는 우리의 식탁과 함께 벗살이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정헌진
단국대 도예학과 졸업
대한민국 공예대전 입선
대한민국 청자공모전 특선 외 다수
세계 도자비엔날레 청주 공예비엔날레 다수
중국 시박시/북경/이싱 한중문화교류전 전시

2013 롯데 갤러리 초대 개인전(세월을 담다)
2015 아름다운 우리도자기 특선

현재 : 정담(정을 담는 사람들)운영
갤러리 정담샵 운영
이천 공예 도자기 협동조합 이사
화경회 회원

[Cook&Chef 장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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